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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맹물에 끓여주세요" "뭐라고요?"… 비건으로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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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비건 체험을 했다. 육류와 생선을 즐기고 지인과 함께 식사하는 한국 식문화 특성상 한국에서 비건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골육수 대신 맹물에 끓여주세요”
“파스타에 육류나 해산물이 들어가나요?”


국내에서 채식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건강을 생각하거나 공장식 축사 반대, 육류 소비 감소를 통한 환경보호 등 그 이유는 다양하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는 150만~200만명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2~3배 늘어난 수치다. 간헐적 채식 등을 즐기는 채식선호인구까지 합치면 약 15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통상적으로 채식주의자는 5단계로 나뉜다. ▲비건(육류·생선·계란·우유를 섭취하지 않는 사람) ▲락토 베지테리언(육류·생선·계란은 섭취하지 않고 우유는 소비하는 사람)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육류·생선을 섭취하지 않고 계란·우유는 소비하는 사람) ▲페스코(육류는 섭취하지 않고 생선·계란·우유는 소비하는 사람) ▲폴로(소·돼지 등 붉은 고기는 섭취하지 않고 가금류 등 흰 고기는 소비하는 사람) 등이다.

육류와 생선을 즐기고 지인과 함께 식사하는 한국 식문화 특성상 국내에서 비건으로 생활하기 쉽지 않다. 기자는 국내에서 비건이 겪는 불편함을 알아보기 위해 5일 동안 비건 체험을 했다.


대형마트서 가장 많이 한 말 “이것도 먹을 수가 없네…”


감자칩이라도 종류에 따라 먹을 수 없는 것이 많았다. 사진은 과자 성분표 사진. /사진=김동욱 기자
기자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비건으로 생활했다. 비건 체험에 앞서 이 기간 사용할 식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지난 18일 대형마트를 방문했다.

도착 후 곧장 과자 코너를 찾았다. 제품의 섭취 가능 여부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감자칩’은 장보기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감자칩도 먹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일부 감자칩에는 우유나 소고기가 함유돼 있었다. 대두 또는 밀만 함유된 감자칩을 고른 후 즉석식품 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즉석식품 코너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전무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계란, 우유 중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라면 코너와 야채 코너를 둘러본 후 귀가했다. 두 시간 동안 장을 봤지만 장바구니는 가벼웠다. 가벼운 장바구니는 5일 동안의 비건 체험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비건 체험 전반기 “생각보다 먹을 만한데?”


비건 기간 찌개 등을 먹을 때 고기와 육수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은 비건 체험 전반기 식단. 가자미를 뺀 가자미 미역국, 비건 라면, 고기 뺀 순두부찌개, 두부면으로 만든 알리올리오, 비건 버거, 대체육 양념갈비. /사진=김동욱 기자
첫날 점심시간. 비건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식당가를 두 바퀴 정도 둘러본 후 미역국 전문점을 발견했다. 가자미 미역국을 주문하며 가자미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점원은 귀찮다는 듯 “새로 끓여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주문한 음식은 직장 동료가 주문한 메뉴와 함께 나왔다. 이날 먹은 미역국은 평소 즐기던 미역국처럼 맛이 좋았다.

첫날 저녁에는 비건 라면을 먹었다. 고기 대신 콩과 장으로 만든 라면스프를 사용했고 일반 라면과 비슷했다. 비건 음식은 맛이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보기좋게 깬 식사였다.

2일차 점심에는 순두부찌개를 판매하는 식당을 찾았다. 고기를 빼고 육수 대신 맹물을 이용해 끓여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점원은 “왜 그렇게 먹느냐”며 신기하다는 듯 반응했다. 2일차 저녁은 알리올리오를 만들었다. 일반 파스타 면을 먹어도 되는지 확인하지 못해 ‘두부면’을 사용했다. 개인적으로 두부면의 식감이 파스타 면보다 뛰어나 일반 알리올리오보다 맛있었다.

3일차 점심에는 패스트푸드에 도전했다. 일부 패스트푸드 매장은 비건 버거를 판매한다. 주문한 버거는 대체육 패티와 양파 튀김 패티를 사용했다. ‘대체육은 맛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맛이 좋았다. 콜라는 제조사마다 비건 섭취 가능 여부가 달라 주문하지 않았다.

3일차 저녁은 콩고기로 만들어진 양념갈비를 택했다. 콩고기는 이날 점심 때 먹은 대체육 버거와 달리 입맛에 맞지 않았다. 개인차를 감안해도 스펀지를 씹는 듯한 식감에 거부감이 들었다. 비건 체험 이후 제일 만족하지 못한 식사였다.


비건 체험 후반기 “비건 제품 따로 안 팔아요”


체험 후반기에는 비건을 위한 음식이 적다는 점을 깨달았다. 사진은 비건 체험 후반기 식단. 콩국수, 라면, 알리올리오, 대체육 치킨너깃. /사진=김동욱 기자
4일차 점심에는 콩국수를 먹었다. 지금까지 먹은 식단(두부 요리, 대체육 등)과 다른 메뉴를 찾다보니 마땅하지 않았다. 채식 기간 허기가 금방 져 곱빼기로 주문했다.

4일차 저녁에는 실패를 경험했다. 채식을 위해 구매한 식재료가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퇴근길 기자가 찾은 편의점 7곳 모두 비건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샐러드도 소스에 계란이나 우유가 함유돼 있었다. 결국 이날은 어쩔 수 없이 매운볶음라면을 먹었다. 스프에 육류가 포함된 사실을 알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마지막 날 점심에는 알리올리오를 먹었다. 앞서 2일차 저녁에 알리올리오를 먹었으나 새로운 메뉴를 찾지 못했다. 채식주의자인 직장 동료는 이와 관련해 “보통 채식주의자는 두부 요리나 알리올리오를 많이 먹는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식단은 대체육 치킨너깃이었다. 비건 맥주를 구매해 함께 마셨다. 맥주는 원료가 곡물(맥아)이라고 하더라도 정제 과정에서 동물성 재료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날 맥주를 곁들인 치킨너깃은 ‘치맥’을 먹는 듯했다.


채식, 일주일 한 끼로 시작해도 괜찮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채식과 관련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식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결론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며 비건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음식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물론 함께 식사하는 동료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건강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동물·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채식 요리도 입맛에 맞았다. 부분적·간헐적으로 채식을 즐기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페스코로 생활하는 직장인 A씨(33)는 채식과 관련해 “저는 채식을 하지만 생선은 먹는다”며 “자신에게 맞는 채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채식을 강요하고 싶진 않지만 한번쯤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기자에게 “채식을 할 때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신에게 맞는 채식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주일에 한 끼 혹은 3일에 한 끼 등 처음에는 가볍게 채식을 시작하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채식은 평소 식단에서 고기만 빼는 것”이라며 “너무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김동욱 ase846@mt.co.kr  | 

머니S 라이브콘텐츠팀 김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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