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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대표 “‘돈이 되는 농업’ 위해… 농부가 잘 벌어야죠”

[피플-김재훈 식탁이있는삶 대표] 초당옥수수로 40억 매출… ‘농산물계 문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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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식탁이있는삶 대표는 해외에서 신품종 종자를 수입한 뒤 국내 환경에 맞는 재배법을 개발한다. /사진=장동규 기자

찌지 않고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옥수수가 있다. 당도는 일반 찰옥수수에 비해 2배 높다. 정체는 바로 ‘초당(超糖) 옥수수’. 뛰어나게 달다는 의미다. 초당옥수수는 트렌드에 익숙한 ‘인싸’의 옥수수로 통한다. 배우 김태희가 출산 후 먹었다고 알려져 ‘김태희 옥수수’라고도 불린다.

초당 옥수수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건 김재훈 식탁이있는삶 대표다. 2011년 일본 식품 박람회에서 초당 옥수수를 맛본 김 대표는 종자를 수입한 뒤 국내 환경에 맞는 재배법을 개발했다. 수차례 시험 재배 끝에 상품화하기까지는 꼬박 3년이 걸렸다. 현재 초당옥수수 열풍 뒤엔 그의 숱한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이외에도 ‘동굴 속 호박고구마’ ‘스낵 토마토’ 등이 전부 김 대표가 재배법을 개발해 농가에서 키우고 독점 유통하는 작물이다. 그가 ‘농산물계 문익점’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는 왜 새로운 먹거리를 궁리할까.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식탁이있는삶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농가와 상생”… ‘스페셜티 푸드’ 뭐길래



식탁이있는삶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푸드 기업이다. 해외에서 신품종 작물을 들여오거나 국내에서 재배하는 기존 품종을 업그레이드해 고부가가치 식자재를 개발한다. 이런 식자재를 국내 150여곳 농가와 손잡고 직접 생산하며 온라인 직영몰 ‘퍼밀’을 통해 유통한다.

김 대표가 스페셜티 푸드에 눈을 뜬 건 농사꾼인 부친 덕분이다. 그는 “아버지는 경북 의성에서 평생 농사만 지으셨고 농부가 천직인 줄 아시는 분”이라면서 “새벽 일찍 밭에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신다. 그런데도 우리 집은 왜 항상 가난한지 고민했다”고 운을 뗐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김 대표는 ‘돈이 되는 농업’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부가가치 특수 작물을 키운다면 농가에서도 이에 맞는 대가를 받을 수 있겠다고 구상했다. 이후 해외에서 신품종 종자를 들여와 시험 재배하고 재배법을 농가에 알려주며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농산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큰다고 한다. 정성을 쏟는 만큼 잘 큰다는 뜻”이라면서 “하지만 공판장에선 시세에 맞게 값을 하향평준화하고 마트나 이커머스에선 싼 것만 찾으니 우리나라 농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품종을 다양화하고 농가가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작물에 대한 시도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신품종 종자를 자금 및 재배 매뉴얼과 함께 농가에 제공한 뒤 농가가 키우면 전량 수매했다”고 말했다.



초당옥수수는 어떻게 ‘대박’ 쳤나



식탁이있는삶의 '더단 초당옥수수'. /사진제공=식탁이있는삶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초당옥수수다. 김 대표는 2012년 일본 푸덱스(도쿄 식품박람회)에서 초당옥수수를 처음 맛보고 홀딱 반해 국내에 종자를 들여왔다. 이후 부친이 소유한 의성 농장에서 여러 차례 시험 재배 끝에 상품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농가 반응은 차가웠다. 김 대표는 “농가에선 초당옥수수 농사에 대해 ‘미쳤냐’고 했다”며 “우리나라 환경에 안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논두렁 작물인 찰옥수수는 뿌려놓기만 해도 알아서 크지만 초당 옥수수는 키우기가 어려워서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기어코 농가를 설득해 선도금을 주고 계약 재배를 시작했다. 초당옥수수 종자와 함께 자신이 만든 재배법을 알려주며 정성을 다해서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소비자는 새로운 작물을 맛볼 수 있고 농민은 제값을 받으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기회가 될 거라 자신했다”고 말했다.

돈이 되는 농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마케팅과 유통 방식도 개선했다. 농가를 대신해 농작물에 콘텐츠를 입혀 브랜딩하고 유통 판로를 개척한 것. 배우 위양호, 스타 셰프 강레오 등과 함께 농업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마일 농부 캠페인’이 그중 하나다.

초당옥수수도 브랜딩을 통해 성공한 사례다. 일반 옥수수에 비해 3~4배 비싼 초당옥수수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입히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초당옥수수를 껍질만 벗겨 생으로 먹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고 이런 콘텐츠가 화제를 낳으며 판매에도 불이 붙었다.

초당옥수수는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식탁이있는삶은 초당옥수수 단일 품목만으로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탁이있는삶이 초당옥수수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농가만 100여곳. 농가 소득 증대라는 목표도 이뤘다. 김 대표는 “일반 농가가 평당 2000~3000원을 번다면 스페셜티 푸드 계약재배를 하는 농가는 평당 1만원을 번다”고 설명했다.



‘배송 경쟁’ 말고… 이커머스 경쟁력은



초당옥수수만이 아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농업에 새로운 가치를 입힌다’는 목표로 다양한 특수 작물을 수입 혹은 개발 중이다. ▲동굴에서 숙성시킨 ‘동굴 속 호박 고구마’ ▲전통 재배법을 살린 ‘3년 주아재배 의성한지형 토종마늘’ ▲아프리카 기니에서 직수입한 ‘킹타이거 새우’ ▲도토리와 허브만 먹인 최고급 돼지고기 ‘이베리코베요타 100%’ ▲스낵을 먹는 듯 바삭하고 달콤한 ‘스낵 토마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올해는 초당옥수수를 이을 히트작을 시중에 내놓을 계획이다. 감자 육종가와 함께 개발한 ‘세상에서 가장 단 감자’(가칭)가 그 주인공. 대표작 초당옥수수는 올해 100억원대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런 스페셜티 푸드는 식탁이있는삶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퍼밀’ 전체 품목(SKU)에서 비중이 10%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페셜티 푸드 매출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를 무기로 식탁이있는삶 매출은 2016년 1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15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퍼밀을 앞세워 이커머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빠른 배송 경쟁을 펼치는 타 업체와는 노선이 다르다. 김 대표는 “퍼밀은 ‘가장 빨리’가 아닌 ‘가장 맛있을 때’ 산지에서 배송하는 체계”라며 “다른 이커머스 업체엔 없는 푸드에 사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식탁이있는삶이 규모화된 기업형 농업인 ‘에그리비즈니스’ 기반의 이커머스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게 농민들”이라며 “의미 있는 농업 환경을 구축해 농가와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은 silver@mt.co.kr  |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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