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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가 상장한다고?… 국내 수제맥주 시장 전망은

[머니S리포트-“기린, 아사히는 가라” 국산 수제맥주에 취한다③]업계 첫 상장 도전장… 시장 탄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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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일본산 수입 맥주가 주름잡던 국내 맥주 시장에서 국산 수제맥주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맛없다’는 오명으로 국산 맥주가 외면받던 시대는 지났다. 일부 국산 수제맥주는 없어서 못 마실 정도. 동네 술집 취급받던 양조장은 어엿한 주류 기업으로 변신했고 개중엔 몸집을 키워 상장에 나선 회사도 있다. 대한민국이 수제맥주에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주맥주의 ‘제주 위트 에일’ ‘제주 펠롱 에일’ ‘제주 슬라이스’ 등은 수제 맥주 최초로 전국 5대 편의점에 입점했다. /사진=제주맥주

2012년 미국 시카고에서 수제맥주를 맛본 한 청년은 한국에도 그 맛과 향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곧장 30년 노하우를 가진 세계적인 맥주 회사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찾아가 합작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약 5년간의 준비 끝에 탄생한 회사가 문혁기 대표의 ‘제주맥주’다.

문 대표는 2017년 8월 제주 한림읍에 양조장을 만들고 브랜드를 공식 출범했다. 제주맥주의 첫 작품인 ‘제주 위트 에일’이 전국에 유통된 건 2018년 5월. 이름을 알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회사는 내년 상반기 업계 최초로 상장에 도전한다. 수제맥주업체의 상장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제주맥주를 통해 관련 시장 전망을 들여다봤다.



제주맥주, 업계 첫 상장하나



제주맥주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예정 주식수는 5599만5890주, 공모 예정 주식수는 836만2000주이며 대신증권이 상장 주관 업무를 맡았다. 예비심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공모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맥주는 ‘테슬라 요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적자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상장을 허용해주는 기업 특례 상장 제도다. 제주맥주는 아직 영업손실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올 들어 적자 폭이 줄고 매출액이 크게 늘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매출 85억원에 영업손실 91억원, 당기순손실 118억원을 냈다. 하지만 올 들어선 3분기까지 24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연간 매출을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약 20억원으로 줄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2017년 첫선을 보인 ‘제주 위트 에일’과 2018년 ‘제주 펠롱 에일’, 지난해 출시한 ‘제주 슬라이스’ 등은 수제 맥주 최초로 전국 5대 편의점에 입점했다. 올해 현대카드와 협업한 ‘아워 에일’은 출시 일주일 만에 편의점 CU 수제맥주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제주맥주는 공모자금으로 생산 시설을 확충해 국내 수요에 대응하고 수출을 준비할 계획이다. 최근 누적 600억원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제주 양조장을 2배가량 증설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완공 시 업계 최대 규모인 연간 약 4000만캔(500㎖ 캔 기준)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성장세 올라탄 수제맥주… 전망은



제주맥주를 둘러싼 시장 여건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시작된 ‘노재팬’ 운동의 여파로 일본산 맥주 수요가 줄면서 국산 수제맥주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상황. 올해부터는 종가세(가격 기준) 대신 종량세(용량 기준)가 도입되면서 세금 부담도 낮아졌다.

하지만 국내 수제맥주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제맥주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3%를 밑돌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3조8591억원(출고금액 기준)으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대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88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와 같은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일본 맥주 불매운동은 이미 시들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3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3.7% 늘었다. 국산 수제맥주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에선 아사히 등 일본 맥주를 4캔 1만원에 파는 행사가 다시 시작됐다.

과거 시장 성장세를 보고 뛰어들었다가 발을 빼는 대기업도 있다. LF는 2017년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와 맥주 ‘브루독’을 국내에 유통하는 주류회사 ‘인덜지’를 인수하고 강원도 고성군에 수제맥주 양조장을 설립하면서 ‘문베어브루잉’을 출시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인덜지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51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을 19억원 키웠다. 매출액은 101억원이지만 문베어브루잉의 비중은 약 30%에 불과하다. 결국 LF는 최근 문베어브루잉 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주류업체 관계자는 “현재 수제맥주의 인기는 편의점이 내놓은 협업 제품 효과로 보인다”며 “아직 국내에선 다양성보다는 익숙함을 기준으로 맥주를 찾기 때문에 기존 주류회사와 경쟁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업체 파산위기… 대안 없나


편의점이 수제맥주 주요 판매 채널로 떠올랐다. 하지만 캡입·병입설비를 갖추지 못한 영세 수제맥주업체들은 판로 개척에 애를 먹고 있다. /사진=CU


영세 수제맥주업체의 경우 전망이 더욱 불투명하다. 수제맥주를 소매점에서 판매하려면 캔입·병입(음료를 캔·병에 넣는 기술) 설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은 탓에 영세업체는 판로 개척에 애를 먹고 있다. 면허를 가진 수제맥주 제조사 150여곳 중 이 같은 설비를 갖춘 곳은 채 10곳이 되지 않는다.

설비를 갖고 있더라도 소매점 입점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정된 편의점 매대 안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업 맥주는 물론 각종 수입맥주와 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제맥주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업과 마케팅 역량이 떨어져 경쟁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양극화도 심각하다”며 “소매점에 들어가지 못한 영세업체는 코로나19 여파로 업장에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입점하려면 초도 물량을 맞춰야 하는데 수제맥주업체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수준”이라며 “특히 편의점에서 4캔 1만원 행사에 참여할 경우 수익이 별로 남지 않는다. 이 때문에 캔입 장비를 보유하고도 편의점 입점을 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국산 수제맥주시장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판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주류 온라인 판매는 전통주만 가능하다. 전통주 진흥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듯 수제맥주도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업계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중소벤처기업소위원장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기회가 막힌 소규모 업체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고급화돼가는 막걸리처럼 수제맥주의 경쟁력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에서 막걸리 등의 지역특산주와 기준을 맞추는 걸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은 silver@mt.co.kr  |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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