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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주 빠진 자리, 국산 수제맥주가 채웠다

[머니S리포트-“기린, 아사히는 가라” 국산 수제맥주에 취한다①] 양조장에서 캔으로… 규제 벗고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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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일본산 수입 맥주가 주름잡던 국내 맥주 시장에서 국산 수제맥주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맛없다’는 오명으로 국산 맥주가 외면받던 시대는 지났다. 일부 국산 수제맥주는 없어서 못 마실 정도. 동네 술집 취급받던 양조장은 어엿한 주류 기업으로 변신했고 개중엔 몸집을 키워 상장에 나선 회사도 있다. 대한민국이 수제맥주에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주류시장에 수제맥주가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 몇 년 전 한 해외 언론은 한국 맥주의 맛에 대해 이같이 혹평했다. 이때부터 국내 소비자는 국산 맥주 대신 수입 맥주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맥주 수입액은 2014년 1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2018년 3억달러까지 연평균 29%대의 성장 곡선을 그렸다. 

국산 맥주에 등을 돌렸던 소비자가 돌아오고 있다. 수입 맥주보다 맛있는 국산 수제맥주가 대거 등장하면서다. 수제맥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자체 개발해 만든 맥주를 말한다. 국내에선 대형 제조사가 주로 제조하는 라거 맥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도 사용된다. 대기업 맥주와 수입 맥주로 양분된 국내 주류시장에 수제맥주가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수제맥주, 규제 완화의 역사 



국내 수제맥주의 역사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드컵을 앞두고 ‘소규모 맥주 제조자 면허’가 도입되면서 일반 업장에서도 맥주를 직접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를 발판으로 ‘하우스 맥주’ 바람이 일면서 전국에 150개 이상의 매장이 성업했다.

하지만 하우스 맥주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각종 시설비용 부담을 들여 맥주를 개발하더라도 해당 업장 내에서만 판매가 허용되는 탓에 채산성이 떨어졌다. 결국 사업자가 떠나면서 2005년 118개에 달하던 하우스 맥주 면허는 2014년 50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그 사이 수입 맥주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입 관세를 내며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수제맥주 시장이 활기를 띄기 시작한 건 2014년 주세법 개정 덕분이다. 소규모 맥주 제조자도 매장에서 만든 맥주를 외부로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다. 당시 대기업과 중소 수입사·개인 양조장 등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저변이 확대됐다. 

2018년에는 소매점 유통이 허용되면서 본격적인 성장세가 나타났다. 소규모 맥주 제조자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소매 채널에서도 캔·병맥주를 팔 수 있게 된 것.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를 딸 때 반드시 필요했던 식품접객업 영업허가 조건도 없애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소매점을 통해 술을 팔 수 있게 됐다.

올해는 맥주에 부과하는 세금이 종가세(가격 기준)에서 종량세(용량 기준)로 바뀌면서 시장이 팽창했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수제맥주는 생산 원가가 높아 종가세 체계에선 불리했다. 하지만 종량세로 전환하면서 수제맥주의 소비자 가격이 30%가량 낮아졌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수제맥주는 편의점 ‘4캔 1만원’ 행사에 참여하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늘렸다.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수제맥주 수요가 증가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주류’된 국산 수제맥주



국산 수제맥주의 영향력은 편의점에서 두드러진다. 그동안 편의점 맥주는 일본 맥주를 중심으로 수입 맥주가 강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일본 맥주 판매율이 크게 줄었고 그 자리를 국산 수제맥주가 꿰찼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맥주 국내 수입액은 2억8088만달러로 전년(3억968만달러) 대비 약 10% 줄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2018년 맥주 수입액의 4분의1을 차지한 일본 맥주(7830만 달러)는 지난해 반토막(3976만 달러)이 났다.

일본 맥주의 빈자리는 국산 수제맥주가 대체했다. 편의점 CU에서는 2018년 수제맥주 매출 비중이 1.9%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 10%선으로 뛰어올랐다. GS25에서도 같은 기간 수제맥주 매출 비중이 2.1%에서 10% 가까이 성장했다. 

세븐일레븐에선 국산과 수입 맥주의 판매 비중이 역전됐다. 올 1~10월 국산 맥주 판매량은 28.6% 늘었고 수입 맥주는 14% 감소했다. 여기엔 국산 수제맥주의 역할이 톡톡했다. 같은 기간 국산 수제맥주 판매 증가율은 492.4%에 달했다.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업체도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더쎄를라잇브루잉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업체도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카브루 ▲세븐브로이 ▲제주맥주 ▲더쎄를라잇브루잉 등 수제맥주 기업은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1세대 수제맥주인 카브루는 2015년 중견 육가공 기업인 ‘진주햄’에 인수됐다. 최근엔 90억원의 누적 투자금액을 달성해 생산시설 확대를 위한 신규 브루어리 착공에 나선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제주맥주는 최근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140억원 규모 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더쎄를라잇브루잉도 연말까지 60억원을 추가로 조달해 제2공장 설립하고 오는 2021년 상반기 안에 제3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앞으로 수제맥주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세금 부과 기준이 종량세로 바뀐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매점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전까지 아예 없다시피 한 소매점 시장이 열린 만큼 앞으로도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장악한 맥주 시장… 수제맥주 입지는? 

국내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대형 맥주 제조자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돼 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3조8591억원(출고금액 기준)에 달한다. 이중 소형 제조자가 양조하는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880억원으로 전체의 3%에 못 미치는 수준. 

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맥주 외부 유통이 허용되기 전인 2013년만 해도 전체 맥주 시장(3조2563억원)에서 수제맥주 비중(93억원)은 0.28%에 불과했다. 하지만 주세법이 개정된 2014년과 2017년엔 0.46%, 1.93%로 비중을 늘리며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향후 5년 동안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연평균 30%씩 성장해 2024년 3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체 맥주 시장의 6%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경은 silver@mt.co.kr  |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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