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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드릴테니 폐점해주세요"… 로드숍의 상생 '동상이몽'

[머니S리포트-로드숍 가맹점주의 눈물③] 생존 방안 찾는 본사, 상생 외치는 점주…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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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K-뷰티 신화를 이끌었던 로드숍(거리매장) 생태계가 흔들린다. 화장품 업계는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을 옮겼고 반대급부로 가맹점주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2000년대 초 전성기를 함께 누렸던 본사와 가맹점주가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와 실태를 짚어보고 상생 방안을 모색해본다.
화장품업계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을 도외시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스1

#. 지난 17일 서울의 한 이니스프리 매장. ‘30% 할인’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은 월간 세일 행사인 ‘이니스프리 데이’ 마지막 날. 하지만 매장엔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 하나 없이 가맹점주만 홀로 자리를 지켰다. 점주는 “이니스프리 데이 매출이 평소 대비 3~4배 나오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행사가 무의미하다”며 “인터넷에선 항상 이 가격이기 때문에 손님이 매장을 찾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화장품 로드숍 가맹점주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화장품 업계가 주요 판매 창구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온·오프라인 공급가를 다르게 책정해 매장 가격이 온라인몰과 2배 이상 벌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본사는 온라인 사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와 올리브영과 같은 H&B(헬스앤뷰티)스토어의 성장 등 대내·외 환경이 급변한 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 트렌드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탈출하려는 본사와 오프라인에 남은 가맹점. 함께 살 방법은 없을까.



본사-가맹점주 손 맞잡는다 



화장품 업계는 가맹점 상생안 마련에 고심이다. 온라인 사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곤 있지만 여전히 가맹점은 회사의 주요 판매 채널이자 전성기를 함께 지내온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우선 가맹점을 대상으로 직·간접적인 지원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지난 7월부터 온라인몰 수익을 가맹점에 분배하고 있다. 로드숍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의 직영 온라인몰에 들어오는 주문을 가맹점주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마이스토어’를 통해 주문하면 지정된 가맹점에서 매장 내 재고를 택배 발송한다. 재고가 없는 경우 가맹본부에 위탁 배송을 요청해 주문을 처리하면 된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시장환경이 빠르게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로드숍을 운영하는 가맹점의 영업 환경이 어려워졌다”며 “가맹점이 온라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도 직영 온라인몰 수익 공유를 확대하기로 했다. 아리따움몰 ‘마이스토어’와 이니스프리·에뛰드의 ‘마이샵’ 제도를 손질해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수익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 같은 대책은 최근 회사가 가맹점주 갈등 문제로 논란을 빚은 뒤 마련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아리따움·이니스프리·에뛰드 등 3개 가맹사업과 잇따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동반 성장을 약속했다. 협약의 골자는 ▲가맹점 임대료 특별 지원 ▲재고 특별 환입 ▲폐점 부담 완화 ▲전용 상품 확대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등이다. 3개 가맹점에 각각 60억원·40억원·14억원의 규모의 지원도 약속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아리따움·이니스프리·에뛰드 등 3개 가맹사업과 잇따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동반 성장을 약속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지원 나섰지만… 본사도 힘들다



다만 비용 지원으로 가맹점주 이익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H&B스토어의 세 확장·코로나19 여파 등 업황 부진으로 인해 본사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명동·홍대·강남 등에 있는 화장품 직영점 매출도 급감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 2분기 매출 1조1808억원과 영업이익 3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67% 감소했다. 증권업계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70%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샤’ 가맹점 이슈로 도마 위에 오른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상반기 1612억원의 매출과 2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됐다.

본사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때문에 업계는 가맹점을 아예 없애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년 1분기까지 폐업하는 점포는 인테리어 지원금 반환을 면제하고 상품을 전량 환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에서도 폐점 지원 방안이 속속 거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공급가는 차이가 없는데 온라인에 입점한 유통업자가 판매가를 낮추면 제조업체가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본사 실적은 부진한데 비용을 들이지 않고는 가맹점을 살릴 길이 없어 차라리 폐점을 지원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온·오프라인 ‘두마리 토끼’ 잡을까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전체 매장의 20%인 약 100개를 ‘미샤플러스’로 재정비했다. /사진=에이블씨엔씨

그나마 업계가 기대를 거는 건 투트랙 전략이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되 가맹점의 자체 경쟁력도 키운다는 설명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사업 전략을 확연히 다르게 잡아 장기적인 상생을 도모한다는 취지인 셈이다. 

대표적인 방안이 가맹점에서만 판매하는 전용 상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장기 차원에서 현재 매출의 20% 수준인 가맹점 전용 상품을 50%로 확대한다. 에이블씨엔씨는 가맹점 전용 상품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가맹점에 고객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전체 매장의 20%인 약 100개를 ‘미샤플러스’로 재정비했다. 미샤플러스는 타 브랜드 제품을 절반 이상 마련해 미샤 제품과 함께 판매하는 매장이다. 

체험형 공간을 늘리는 것도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현재 아모레 성수·아모레 스토어·라네즈 명동 쇼룸 등 다양한 직영 체험형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런 매장은 고객과 접점을 늘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가맹점 경쟁력을 키우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자사 온라인몰은 가맹점과 판매가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고 다른 온라인몰에 납품할 때도 가격을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가맹점이 온라인을 비롯한 유통 채널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전용 상품을 최대한 많이 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경은 silver@mt.co.kr  |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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