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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민의 낯뜨거운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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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배달의민족(배민)은 토종 스타트업 기업입니다. 토종기업이 5.8%의 수수료를 받는 건 지적하고(중략) 경쟁사이자 외국계기업인 ‘요기요’(법인명 DH)가 12.5% 수수료를 받아가는 건 왜…”

지난달 10일,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홍보임원은 배민 서비스의 이면을 다룬 <본지 622호 기사 ‘오염된’ 배달의 민족… 가짜 판치고 광고로 도배> 시리즈와 관련 이 같은 해명을 내놨다. 한마디로 글로벌 회사와 경쟁하는 토종 스타트업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쥐어짜는 역차별을 하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3일 뒤. 아이러니하게도 ‘토종기업’ 배민이 ‘독일기업’ DH에 팔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 등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40억 달러(약4조7500억원) 규모의 ‘잭팟’을 터뜨리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

구설이 뒤따랐다. 두 기업이 한솥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 합병 이상의 개념이다. 배달앱 시장 98.7%를 장악하는 초대형 독점기업의 탄생. 소비자들에겐 토종의 배신으로 읽혔다. 배민은 이에 대해 “합병하지만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겠다”, “수수료 인상은 없다”, “요기요와 시장 경쟁체제를 유지한다”는 다소 납득하기 힘든 답변을 내놨다.

독일기업 품에 안기는 배경은 이렇게 설명했다. 익명의 IT업계 발언을 인용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얻은 C사와 대형 IT 플랫폼 등의 잇단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는 것. C사는 지난해 ‘쿠팡이츠’로 배달업에 뛰어든 쿠팡이다.

이는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합병키를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앞두고 독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달앱 점유율 1%대 머물고 있는 쿠팡이츠, 네이버 등으로 e커머스로 시장을 획정하면 배민 시장 점유율은 50%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인지 요즘 배민은 다른 업권에 발을 뻗치느라 바쁘다. ‘B마트’도 그 일환이다. B마트는 신선식품과 HMR(가정간편식) 등 각종 식료품을 최소 5000원이상 주문하면 서울 전 지역에서 1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 배민 플랫폼과 배송망을 활용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마켓컬리와 쿠팡, SSG닷컴과 같은 쇼핑 플랫폼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에 편의점 배달 서비스도 내놨다.

배달앱 1% 점유율도 안되는 업체를 끌어들여 합병 배경으로 삼으면서 정작 본인들은 e커머스, 편의점 등 다른 업권을 넘나들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전형적인 이율배반적인 논리라고 지적한다. 경쟁사의 높은 수수료를 지적하다 결국 높은 몸값을 받고 경쟁사에 팔린 것과 지금 행보가 묘하게 닮았다. 낯뜨거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628호·제6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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