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스] 은행권, 동남아 공략 ‘손길’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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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영전략의 핵심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다.” 연초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은 일제히 해외진출을 경영전략으로 내세웠다. 현지은행을 인수·합병하고 해외점포(법인·지점·사무소)를 오픈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하반기 들어 해외사업 외형확장에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해외점포 등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줄이는 추세다. 대신 상대적으로 구축비용이 낮은 모바일뱅킹을 앞세워 동남아시아시장 진출에 나선다. 모바일뱅크의 해외진출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무게 추를 옮기는 동시에 그동안 기회비용으로 지출했던 해외사업 투자에 한계가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모바일뱅킹이 기존 해외점포에 쏟았던 투자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가 남다르다.

 


◆베트남·인니 격전지, 실적은 ‘글쎄’

모바일뱅킹의 격전지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곳이다. 베트남에선 신한은행이 모바일뱅크 ‘써니뱅크’를 가장 먼저 출시해 후발주자인 우리은행의 ‘위비뱅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도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며 소매금융시장 공략을 위해 모바일뱅크를 출시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선 우리은행의 위비뱅크가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고 KEB하나은행의 원큐뱅크와 신한은행의 써니뱅크가 뒤이어 출격을 준비 중이다. 캄보디아 역시 모바일뱅크 경쟁이 치열하다. 캄보디아는 위비뱅크와 써니뱅크가 진출했고 KB국민은행도 리브뱅크 출시를 위해 현지은행 카나디아뱅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내은행이 세 나라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진 반면 은행계좌 보유비율은 20%에 불과해서다. 특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는 스마트폰을 가진 국민이 은행계좌까지 보유한 비율은 20%에도 못 미친다.

금융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보유한 현지인이 모바일뱅크에서 계좌를 이용하고 실질적으로 거래를 하려면 기존거점을 중심으로 비은행부문의 동반진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기업과 거래하던 해외점포의 영업방식으로는 이미 투자한 비용을 거둬들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의 해외진출은 성장동력 차원에서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수익률 관점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며 “네트워크를 확대하기보다 기존거점을 중심으로 모바일뱅크에 비은행 금융서비스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은행의 모바일뱅크는 현지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영어·중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 등의 언어서비스를 제공한다. 휴대폰 번호만 알아도 송금할 수 있는 모바일송금서비스, 온라인대출과 신용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도 구축했다. 편리한 모바일뱅킹서비스로 현지고객의 애플리케이션 가입이 점차 늘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실적은 미미하다.

모바일뱅킹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베트남에 써니뱅크를 선보인 지 6개월 만에 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고객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거래에선 주춤한 탓에 지난 1분기 해외사업부문 실적은 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은 글로벌 써니뱅크를 출시했고 베트남시장에도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 그러나 베트남 해외법인의 실적이 감소하면서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해외법인 실적이 떨어지면 모바일뱅크 확대영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셈이다.

지난 1분기 신한은행의 12개 종속법인의 당기순이익은 19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9억원(51.1%) 급감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46억1500만원(35%) 떨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기준으로 보면 예년과 큰 차이가 없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뱅크도 ‘현지화’ 필수

은행의 해외사업에 늘 따라붙던 영업전략은 현지화다. 이제 모바일뱅크에도 현지화전략이 요구된다. 동남아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선불시장이 활발하다. 모바일뱅크도 한국식 후불시장형 영업으론 현지은행과의 경쟁에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베트남은 통신사 위주의 대출시장이 발달했다. 2년 약정으로 매달 휴대전화요금을 내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불폰을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돼 고객이 대출을 받고 휴대전화를 버리면 고객의 행방을 찾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마이너스통장 개념도 없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마이너스통장처럼 쓰도록 하지만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아 한국식 영업방식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모바일뱅크도 마찬가지다. 은행이 모바일뱅크에 온라인대출과 신용카드 신청서비스를 구축하지만 한국식으로 영업하면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베트남 금융시장의 경우 실제 부실채권비율이 베트남중앙은행(SVB)의 발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SVB는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이 2012년 말 4.2%에서 지난해 9월 2.9%로 하락했다고 발표했으나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이 약 15%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은행의 모바일뱅킹이 성공하려면 한국주재원과 동포 대상 영업에서 벗어나 현지고객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국내은행 중에는 현지 금융환경의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해 실폐한 사례가 있다. KB국민은행은 2014년 도쿄지점에서 부실대출사고가 터져 지난 5월 지점을 폐쇄했다. 2008년에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에 지분투자해 8000억원대의 손실을 기록, 한동안 해외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우희성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지만 국제신용평가사와 해외언론 등은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며 “아직 여물지 않은 해외시장에 모바일뱅크로 한국식 영업을 확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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