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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전통음식 ‘삼계탕’으로 100년기업 꿈꾼다

서울 강서구 <발산삼계탕> 심미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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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서구 발산동에 위치한 '발산삼계탕'은 연일 대기행렬이 이어지는 삼계탕 맛집이다. 성수기인 복날 시즌에는 한 달 삼계탕 판매량이 수 만 그릇에 이른다. 맛은 물론이고 정갈한 분위기와 깍듯한 서비스로 탄탄한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한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집요함,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열정,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긍정에너지. 심 대표를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12년 전 초보 창업자였던 심 대표는 이제 100년 기업을 꿈꾸는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했다.

◇ 오픈 첫날부터 삼계탕 1400그릇 판매
12년 전 '발산삼계탕' 심미정 대표는 프랜차이즈 삼계탕 가맹점으로 외식업을 시작했다. 주변 만류에도 초복 전날 개업을 강행했다. 오픈 첫 날부터 대기 손님이 줄을 이었다. 그 날 하루만 1400그릇을 판매했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그러나 이듬해 겨울, 세계적으로 조류독감이 확산되면서 삼계탕사업은 크게 위축됐다. 1년 사이에 극과 극을 경험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삼계탕은 계절 간 매출 기복이 심한 아이템이다. 초보 창업자였던 심 대표는 처음 몇 년간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 프랜차이즈 삼계탕 집으로 식당 운영 첫걸음
손님은 앉자마자 삼계탕을 받아볼 수 있다. 주문 후 5분 내로 음식이 나오는 빠른오퍼레이션은 회전율을 높일 수 있게 한다.
 
끓이는 데 오래 걸리는 삼계탕을 바로 낼 수 있는 까닭은 12년간 쌓인 데이터 덕분. 요일별·시간별로 분석한 매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된 수요만큼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식당 운영의 완전한 초보자였던 심 대표는 어느덧 능숙한 외식경영인으로 성장했다.

심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프랜차이즈 기업 삼계탕에 반해 외식업을 결심했다. 마침 해당 기업이 서울로 진출한 시점이라 분당점, 부천점에 이어 강서구 발산동에 3호점을 낸 것이다.
 
그러나 5년 뒤 프랜차이즈 본사가 수도권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심 대표는 프랜차이즈 상호를 내리고 '발산삼계탕'의 돛을 올렸다.

“프랜차이즈 삼계탕 전문점을 운영하던 5년은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매장에 하나도 접목하지 못했던 시절이었죠. '발산삼계탕'이라는 제 브랜드를 시작하면서부터 비로소 노하우라고 할 만한 것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삼계탕 집을 운영할 때보다 규모는 두 배, 매출은 몇 곱절 뛰었다. 가게는 50평에서 100평으로 증축했고 직원 수도 두 배로 늘렸다. 수용인원도 90석에서 180석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식사시간만 되면 손님이 줄을선다.
 
여름철에는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여는데 11시부터 웨이팅이 걸리기 시작한다. 대목인 복날에는 하루 판매량이 수 천 그릇 이상이다.

◇ 주방에 의지했던 ‘초보 사장님’
식당에서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서비스되는지 전혀 몰랐던 심 대표는 ‘주방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소회했다. 오랜 경험을 쌓은 주방 경력자들이 하는 일이니 그들의 시스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주방에서 물량이 달려 ‘스톱’해 버리는 상황이 닥쳐도 주방을 컨트롤 할 수 없었던 심 대표는 홀에서 손님을 달래는 일 외엔 할 수 없었다. 주방에서 닭을 삶는 40분 동안 대기하는 손님에게 주전부리를 나눠주며 양해를 구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 때부터 심 대표는 직접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주방 경력자들은 ‘진짜 레시피’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었다. 프랜차이즈 본사 레시피가 있으니 어느 정도 맛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고객의 입맛을 100% 만족시킬 수는없었다.
 
직접 레시피를 개발할 필요성을 느꼈다. 요리 수업을 들으면서 약선 음식 공부를 시작했다.

◇ 음과 양 조화로운 누룽지 삼계탕
'발산삼계탕'의 대표메뉴는 곡물 육수를 사용한 ‘누룽지 삼계탕(1만3000원)’이다. 이전 프랜차이즈 삼계탕 집에서는 경북 청송 지역 약수로 육수를 냈다. 탄산 성분이 있는 약수는 닭의 누린내를 잡고 음식의 밸런스를 맞춰 삼계탕의 맛을 향상시킨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그러나 지역 외부로 샘물 반출이 금지되면서 서울에서는 청송 약수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심 대표는 이를 대체할만한 식재료를 찾던 중 어렸을 때 먹었던 ‘어머니의 누룽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심 대표의 어머니는 볶은 잡곡을 빻고 콩가루와 쌀뜨물을 넣어 누룽지 죽을 끓였다고 한다. 음식을 음陰과 양陽으로 나눈다면 닭과 인삼은 양기가 강한 음식이다. 그래서 삼계탕은 몸이 찬 사람에게는 좋지만 반대로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심 대표는 차가운 기운을 가진 잡곡을 골라 육수에 첨가했다. 이 잡곡이 닭에 있는 양기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몸이 찬 사람과 열이 많은 사람, 누가 먹어도 부작용이 없는 삼계탕이 탄생했다.
 
음양의 조화를 생각한 누룽지 삼계탕 레시피는 약선 요리 공부를 한 덕분에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희 삼계탕은 열이 많은 분이 드셔도 됩니다. 차가운 기운의 잡곡을 많이 넣었으니 국물을 많이 드세요. 몸이 차가운 분은 국물 보다는 따뜻한 기운을 지닌 닭고기와 찹쌀을 많이 드세요.’ 음식을 내어주면서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 암환자들이 찾는 약선음식 ‘용미봉탕’
심 대표는 자신의 삼계탕을 ‘영양 수프’라 자부한다. 맑은 육수에 닭을 삶는 서울식 삼계탕과는 모양새도, 내용물도 많이 다르다. 닭을 베이스로 한 삼계탕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경상도식 반가음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작년에는 ‘음식으로 병을 치료 한다’는 약선 콘셉트를 강화한 ‘용미봉탕(2만8000원)’ 메뉴를 출시했다. 동충하초, 산삼배양근, 능이버섯 등 항암성분이 많은 식재료를 적극 활용했다. 그 이후 암환자 손님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무조건 맛있게 만드는 것에 신경을 썼다. 지금은 맛있는 음식 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이 오래 간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미료 사용을 배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1년 전부터는 ‘저염 식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한식 탕 요리는 염도가 낮아도 0.8% 정도인데 이곳 삼계탕 육수 염도는 0.3~ 0.5% 수준으로 낮췄다. 김치 역시 평균 염도가 2%인데 반해 이 집에서는 0.8%로 절반 이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소금은 나트륨 함량이 높아 신안 천일염을 구워서 저염 소금을 만들어 쓴다. 이렇게 만든 소금과 김치는 MD상품으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 사이드메뉴 줄이고 전문점 표방
삼계탕은 대표적인 계절음식이다. 복날 시즌인 한여름에 가장 많은 손님이 몰린다. 따뜻한 탕반 음식이라 겨울철에도 안정적인 수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9월 이후부터는 매출이 뚝 떨어진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종목이다.
 
이런 현상은 지방보다 서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부산 출신이었던 심 대표는 삼계탕이 성수기와 비수기가 이처럼 뚜렷하게 구분되는 음식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비수기 매출을 높이기 위해 대체메뉴를 구성했다. 그래서 삼계탕 외에도 닭볶음탕이니 다슬기탕 같은 식사메뉴를 팔아야 했다. 삼계탕을 만드는 사람들조차 삼계탕은 계절메뉴니까 다른 메뉴로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심 대표는 '발산삼계탕'을 시작하면서 삼계탕을 제외한 다른 메뉴를 모두 없앴다. 삼계탕은 복날음식이라는 손님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삼계탕 전문점을 본격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심 대표는 삼계탕이 여름 음식의 한계를 넘어 사계절 가능한 음식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삼계탕은 자랑스러운 전통 음식인데 ‘어르신들만 좋아하는 음식’, ‘복날에만 찾는 음식’으로 국한되는 것이 속상했다. 삼계탕 한 가지에 집중하는 대신 퀄리티는 높여 손님이 자주 찾게 만들었고, 그 결과 일주일에 두 번 씩 방문하는 고정 고객층도 생겼다.
 
더불어 외국인 손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인근 공항이나 금융업에 종사하는 고객들이 비즈니스 접대 자리로 '발산삼계탕'을 선택한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삼계탕 전문점으로 자리를 잡고 난 뒤에는 계절별 갭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 계절메뉴, 생계형 창업자에게는 추천 하지 않는다
심 대표는 적자를 흑자로 돌리기까지 6년이 걸렸다. “제가 했던 일들은 몹시 위험한 시도였어요. ‘돈은 언젠가는 벌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운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절더러 미쳤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생계형 창업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어야겠다는 계산을 하며 조급증을 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겁니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심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까먹은 돈이 5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삼계탕 전문점의 경제는 1년을 기준으로 돌아간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매출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1년 단위로 살림을 짜야 여름철에도 겨울철에도 같은 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 한달의 수익이 중요한 생계형 식당 운영자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특히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는 경우에는 그 만한 인내심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심 대표는 ‘만약에 주변에 계절메뉴로 창업을 하려는 생계형 예비창업자가 있다면 반드시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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