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부는 '홈메이드' 열풍

당신의 밥상은 안전합니까 / 바뀌는 소비자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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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마땅치 않다. 보릿고개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시절엔 상상도 못할 얘기다. 분명 그 시절에 비해 먹거리는 풍부하고 다양해졌다. 하지만 막상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급식 사고에 파라핀 아이스크림 파동, 농약 김 논란까지. 식품 관련 안전사고는 수년째 '현재 진행형'이다. 아무것도 먹을 게 없다는 자조의 말까지 나온다. 먹거리 공포에 빠진 대한민국. <머니위크>는 정체불명의 식품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사회를 조명하고,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을 잡으려는 업계의 움직임, 그리고 식품 유통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대안 등을 심층 취재했다.


#. 주부인 윤소영씨(39)는 최근 온라인쇼핑몰에서 '미니초퍼'를 구입했다. 지난해 여름 대장균이 우글거리는 팥빙수가 논란이 된 바 있어 올해부터는 가족을 위해 직접 만들기로 한 것. 일본 원전의 방사능 유출 이후에는 재료의 원산지도 꼼꼼히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것저것 따질 것이 많지만 가족건강을 생각하면 귀찮지 않다.

홈메이드 가전제품이 살림살이의 필수품목이 되고 있다. 박테리아 오염 분유, 일본산 방사능 수산물 등 지난해 유독 먹거리 우려가 컸던 탓이다.

주방가전업계도 먹거리 안전에 대한 고객의 관심에 부응하며 홈메이드 관련 제품을 속속 내놓았다. 간식과 슬로푸드 조리를 돕는 홈메이드 아이템들이 쏟아지면서 가전업체의 매출곡선도 상승세다.

 
/자료제공=옥션
◆홈메이드 가전제품 '열풍'

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1∼26일 홈메이드 주방가전의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95% 증가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빙과류 제조기 등이 매출상승을 이끌고 있는데, 같은 기간 빙과가전 판매는 전년대비 400% 가까이 늘었다. 기존 빙과가전제품보다 강력해진 얼음분쇄능력을 갖추고 버튼 조작만으로 누구나 쉽게 빙수를 만들 수 있어 인기다.

아이들과 함께 직접 간식을 만들어 먹는 가정이 늘면서 아이스크림 제조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나 판매량이 늘었다. 여기에 과일주스 바람을 몰고 온 주서·녹즙기 판매도 전년 동기대비 20% 늘었다. 저속착즙기술을 적용한 스크류 탑재 제품들은 천연과일과 채소의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고 주스를 만들 수 있어 인기가 높다.

G마켓 역시 지난 4월26일~5월25일 홈메이드 제조기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구르트·청국장 제조기는 171% 늘었고 탄산수 제조기는 336% 급증했다. 각종 색소와 첨가물에 대한 불안을 떨치고 가족에게 영양간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홈메이드 제품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손쉽게 찜요리를 할 수 있는 제품도 각광받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기찜기 판매량이 97%나 증가했다.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해 야채·옥수수 등 영양가 높은 음식을 간편하고 안전하게 조리할 수 있어 가족 건강을 챙기기 좋아서다. 삶는 시간이 자동설정 돼 편리한 달걀 전용 찜기 판매도 전년 동기대비 322% 늘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쿠키와 빵을 만들 수 있는 홈베이킹가전 판매도 334%나 급증했다.

손형술 G마켓 소형가전팀장은 "홈메이드제품은 한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넣는 재료를 직접 손질할 수 있어 위생적인 측면에서 안심할 수 있다"며 "안전 먹거리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여름시즌이 다가오면서 홈메이드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가공식품까지 유기농 '대세'

안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가족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유기농제품을 찾는 소비자 역시 크게 늘었다. 유기농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물을 이용하는 농업방식인데, 이를 통해 생산된 '천연'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는 유기농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있고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도 월등히 비싸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유기농 코너를 먼저 찾는 소비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 여름에도 여전히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유기농 열풍은 채소 등 농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에서도 뜨겁다. 딸기·바나나우유, 라면, 주류 등 유기농 생산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가공식품에서도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고 인증마크를 획득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농축산물 등 자연식품 위주로 인기를 끌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가공식품까지 유기농이 대세인 셈이다.

최근 이마트를 통해 유기농 우유를 출시한 삼립식품의 관계자는 "유기농 우유는 집유한 뒤 생산공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과정을 없앤, 단일목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출고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새벽에 짠 우유가 6시간 안에 출고되는 시스템이라 더욱 신선하고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된 유기농제품은 최근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취향과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유기농 박람회 /사진=류승희 기자
◆오늘 수확·배송하는 '직송' 인기

소비자들이 안전 먹거리를 찾아나서자 덩달아 웃음 짓는 곳이 있다.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산지의 먹거리를 주문 받고 최단 시간 안에 배송 판매하는 업체다. 예컨대 산지직송업체는 매일 오전 10시까지 주문을 받고 제철 과일을 수확한 뒤 오후 5시에 배송한다. 구매자는 다음날 이 과일을 받아볼 수 있다. 안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수산물 직거래쇼핑몰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까닭이다.

헬로네이처, 푸르니푸드, 프레시멘토 등 농수산물 직거래쇼핑몰은 상품 기획자들이 직접 소규모 친환경 농가를 찾아 상품의 품질을 점검한다. 농작물의 이야기를 담아 소개하는 방식도 소비자의 주목을 끈다. 주문 후 수확하는 데다 배송도 하루를 넘기지 않아 신선도가 보장된다. 소비자는 생산자 이력이나 개발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안심이다.

산지직송 유기농제품이다 보니 가격은 대형마트보다 비싼 편이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전문점에서 파는 유기농제품보다는 저렴하다. 직송업계 관계자는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생산량이 줄고 가격도 일반 농산물보다 약간 비쌀 수밖에 없다"며 "생김새는 못났지만 품질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존 온라인쇼핑몰과 오픈마켓들도 관련 서비스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옥션은 카테고리매니저와 지역 우수판매자가 직접 추천하는 우수 지역특산물 재배·판매 스토리 전문코너를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G마켓도 상품기획자 4명이 전국 농가를 돌며 이야기를 전하는 'G마켓이 간다' 코너를 운영하는데, 대형마트보다 20%가량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해 인기코너로 자리 잡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feelps@mt.co.kr  |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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