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정보알아야할 비지니스 종합정보 뉴스를 소개합니다.

우리는 삼겹살이 식상하다고 한 적 없다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삼겹살’ 스테디셀러 가능성 재검토

▲ 제공=월간 외식경영
영원한 국민 육류, 비 오는 날 소주와 함께 먹고 싶은 부동의 1위 안주 삼겹살. 국내 삼겹살 시장점유율이나 변하지 않는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을 봐선 삼겹살은 수백 년 이상 한국 땅에 뿌리내린 식문화의 한 단면 같다. 그러나 그 역사는 기껏해야 30년이다.


단시간에 국민 육류로 부상하며 여러 형태로 변모해온 삼겹살은 과연 어느 별에서 온 아이템인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뿌리 깊은 먹거리 문화도 아니요, 심지어 서양에서는 버리는 부위인 삼겹살에 우리는 왜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그동안 우리는 여러 형태의 삼겹살을 먹어왔다. 대중성 짙은 스테디셀러 아이템이라 유행을 타지 않은 것 같지만 살펴보면 그때마다 트렌드를 달리했고 조금씩 변모해왔다.


신한카드사에서 분석한 ‘서울 25개 구별 신용카드 매출 1위 식당’ (2013년 신한카드 사용액 기준)에서 10대부터 60대까지 가장 많이 방문하는 음식점으로 고깃집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얼마 전에는 400년 이상 전통의 양념육을 제치고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음식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근 들어 삼겹살은 서민형 먹거리에서 고급 육류문화로 업그레이드됐다. 대략 서너 해 전부터 두툼하고 묵직한 스테이크형 삼겹살과 목살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삽시간에 돼지고기 시장의 트렌드를 쥐고 흔들고 있다. 이제 최고급 원육 아니면 안 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질 낮은 냉동육은 시시해졌다. 외식업주에겐 참기름보다 고소한 육즙의 질 좋은 원육과 적절한 숙성, 그릴링 노하우를 확보하는 일이 관건이 됐다. 이쯤 되면 ‘서민형 육류’ 타이틀도 이젠 조심스럽게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예전의 삼겹살이 아니다. 삼겹살 시장은 앞으로도 변해갈 것이고 품질도 비주얼도 매력도 조금씩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삼겹살은 우리가 아는 만큼 식상하지 않다. 아니 처음부터 삼겹살을 식상하다고 한 적이 없었다.


찰나처럼 빠르게 지나는 외식 트렌드 안에서 삼겹살은 어떤 변화를 거쳐 왔고 얼마만큼의 무한 가능성을 원동력으로 창업 시장을 가동하고 있을까. 영원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삼겹살을 집중 조명했다.

세겹살? 삼겹살?
‘연탄 화덕 위에다 은박지를 깐 두꺼운 쇠판을 얹어놓았고 (…) 쇠판이 어느 정도 달구어졌는지 소녀는 돼지 삼겹살을 쇠판 위에 올려놓았다. 기름이 지글지글 탁탁 소리를 내며 탔다.’


1980년 11월 4일자 경향신문에 나온 소설 내용 중 일부다. 우리가 흔히 삼겹살을 먹는 형태, 즉 예열된 불판에 고기를 얹어 구워먹는 방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가 1980년대 초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79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 신문을 보면 ‘죽우로 유명하던 우리나라는 고기구이 요리가 발달했지마는 돼지고기 구이만은 발전을 못한 것 같다. (…) 그간 우후죽순처럼 주점가에 늘어가던 삼겹살집에도 여름이 시작되면서 사람의 발길은 눈에 띄게 뜸해졌다’는 구절이 나온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삼겹살은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삼겹살은 국민육류의 타이틀을 쥐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역사가 짧은 편이다. 삼겹살집이 생기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중후반, 삼겹살이 어느 정도 대중화 되고 구이문화를 즐기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초반이다. 고작 30여년이 전부다.


조선시대 조리서인 ‘시의전서’나 ‘조선요리법’, 1957년 황혜성 선생이 쓴 ‘이조궁정요리통고’ 등을 찾아봐도 육류 관련 기록이라고는 달달한 간장 양념에 버무려 숯불에 구워먹는 양념석쇠구이가 전부다. 삼겹살은커녕 양념하지 않은 생고기의 흔적조차 없다.


전통이나 역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현대인에 입맛과 식습관으로 뿌리 내린, 제2의 한국 육류문화다.


그러나 삼겹살 부위는 오래 전부터 언급되어왔다. 1934년 11월 3일자 동아일보 신문 내용에는 ‘도야지 고기의 맛으로 말하면 소와 같은 부위가 많지 아니하나 뒤 넓적다리와 배 사이에 있는 세겹살이 제일 맛이 있다고 하고 그 다음으로는 목덜미살이 맛이 있다고 하고…’ 라는 내용이 나온다.


삼겹살은 원래 세겹살이라고 불렸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방과 살코 기를 세 겹으로 포개놓은 것처럼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한 겹, 두겹, 세 겹의 의미. 그러나 세겹살이 왜 삼겹살이 됐는지는 모른다.


삼겹살 구이문화가 시작된 1980년 이후로 삼겹살은 여러 형태로 변화하며 발전했다. 정육점 식당에서 무쇠불판에 알루미늄호일을 깔고 그 위에 슬라이스한 냉동 삼겹살을 올려 구워먹는 방식이 1세대.


널찍한 솥뚜껑불판에 삼겹살과 김치, 콩나물, 버섯, 양파 등을 한꺼번에 올려놓고 굽는 솥뚜껑삼겹살과 된장이나 고추장, 와인 등에 숙성시킨 이색 삼겹살이 2세대. 그 사이 대패삼겹살이나 저가형 삼겹살집들이 우후죽순 생기도 했으나 ‘생삽겹살’ 키워드가 나타나면서 주춤했다.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 0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