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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만원은 기본 ‘OO천국’… ‘서민메뉴’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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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외식·개인서비스 가격이 요동치며 생활물가가 치솟았다. 소득은 늘었지만 생활물가 상승폭이 커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졌다. 그런데도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지표는 “괜찮다”고 말한다. <머니S>가 치솟는 생활물가를 점검했다. 고물가 속 가정 내 식단변화와 함께 외식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짚어봤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물가잡기 해법도 들어봤다. <편집자주>


[치솟는 생활물가-③] 김밥이 라면보다 비싼 시대


라면과 김밥 한줄의 조합은 맛과 가격 측면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만족하는 분식메뉴다. 뜨끈한 국물과 든든한 밥까지 먹을 수 있는 이 조합은 단돈 3500원(라면 2500원+김밥 10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풍족하지 못했던 학창시절, 값싸고 저렴한 분식집들은 어쩌면 특정업체의 상호명대로 진짜 ‘천국’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렀다. 라면과 김밥의 맛은 변함없지만 가격이 우릴 배신했다. 김밥 한줄이 라면보다 비싼 시대가 찾아왔다. 냉면은 금(金)면, 삼겹살은 금(金)겹살이란 얘기가 들려온다. 2019년 6월, 대한민국 외식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사진=김정훈 기자

◆백반 한그릇에 커피=1만원 시대

10년 전 존재했던 ‘1000원 김밥’은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기자가 서울시내 분식집 5~6곳을 둘러본 결과 일반 김밥은 2000~2500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정보서비스에 공시된 4월 김밥의 평균가격은 2369원. 얼추 들어맞는다. 하지만 ‘일반김밥’이 아닌 ‘프리미엄 김밥’의 가격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참치나 치즈 등이 들어간 김밥은 3000~4000원이었고 게살, 불고기, 와사비 등이 들어간 김밥은 최고 4500원이었다. 라면 한그릇은 3000~4000원. 김밥값이 라면값을 추월했다.



/사진=김정훈 기자

물가상승분을 감안해도 1000원이었던 김밥값 인상률이 너무 가파른 느낌이다. 한 분식집 점주는 “고기니 게살이니 요즘 김밥 내용물이 다양화되지 않았냐”며 “2000원대 가격으로는 마진 맞추기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인 친서민음식이던 냉면은 ‘금’면이 됐다. 냉면의 서울시내 평균외식가(참가격정보)는 8962원으로 9000원에 육박한다. 특정 냉면업체의 평양냉면 한그릇 가격은 1만4000원까지 올랐다. 4인가족이 냉면 한그릇씩만 먹어도 5만~6만원이다.

평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유명 노포 냉면집은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는데도 긴줄이 이어졌다. 이곳의 평양냉면 가격은 4월까지 1만1000원이었지만 지난달 가격이 1000원 올랐다. 수육이나 국밥 등 다른 메뉴도 모두 인상됐다. 이 냉면집의 재작년 평양냉면 가격은 1만원이었다. 매년 1000원씩 올리고 있는 셈이다.


직장인 박모씨(37)는 “포털사이트 가게정보에는 냉면가격이 1만1000원이었는데 와보니 1000원이 올라 있어 당황스럽다”며 “장사도 잘 될 텐데 굳이 이렇게 매년 올려야 하나 싶다. 배짱장사를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송모씨(44)는 “면과 육수, 약간의 고기로 구성된 냉면가격이 왜 이렇게 비싼지 궁금하다”며 “지난해 옥류관 열풍으로 서민음식인 냉면이 갑자기 고급음식이 된 것 같다. 이러다 한그릇에 1만5000원하는 삼계탕과 가격대가 같아지겠다”고 꼬집었다.

기자가 광화문, 종로일대에서 순대국,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서민들이 자주 찾는 메뉴가격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한그릇에 7000~8000원대 가격표가 책정됐다. 밥 한끼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면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선배 입장에서 후배 서너명과 함께 점심 한끼를 먹으면 3만~4만원이 깨진다.


/사진=김정훈 기자

특이한 점은 인기 외식메뉴인 짜장면의 경우 아직 5000원대를 유지하는 곳이 간혹 있었다. 기자가 돌아본 무교동, 종각역 인근 중식집 4~5곳의 짜장면 가격은 5000~6000원 수준이었다. 다른 외식메뉴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참가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4월 서울시내 외식메뉴 중 짜장면은 유일하게 가격변동(4923원)이 1년간 없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종각역 인근 중식집 점원은 “5년 전 1000원 인상 후 아직 5000원을 유지 중”이라며 “다른 메뉴는 올려도 상징성이 있는 짜장면 가격만은 유지하고 싶은 게 욕심”이라고 말했다. 짜장면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짬뽕이나 볶음밥, 다른 요리의 가격 조정으로 마진율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내년에도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장담 못하겠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도 괴롭다” 고심 깊은 점주

삼겹살은 ‘금’겹살이 됐다. 같은 날 저녁시간, 종각역 인근 유흥가로 발길을 돌렸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려는 직장인으로 거리는 북새통. 이날 고깃집 4~5곳을 둘러본 결과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대체로 1만3000원~1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둘이서 삼겹살 2인분에 소주 한병을 먹으면 3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던 삼겹살은 이제 마음 놓고 추가 주문하기 어려운 메뉴가 됐다.

눈에 띄는 것은 메뉴판. 오래된 매장일수록 가격표에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 놨다. 가격 인상 때마다 메뉴판 전체를 교체할 수 없어 스티커로 금액 부분만 바꾼 탓이다. 한 고기집 점주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탓에 돼지고기 값이 요동친다”면서도 “손님 떨어질까봐 아직 가격도 못 올렸다. 저 스티커도 재작년에 붙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기자가 하루 동안 외식업체를 돌며 점주들에게 가격에 관한 내용을 물었을 때 그들의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화를 낸 점주도 있었다. 대부분 최저임금 상승과 훌쩍 뛴 임대료를 당신이 알기나 하냐는 눈빛이다.

그들의 속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건 외식비 상승에 국민의 지갑은 얇아지고 있으며 점주들 또한 고심이 깊다는 점이다. ‘치킨값 2만원시대’에 점주들은 풍요로워졌을까. 가격 인상에도 매년 치킨집 8000여곳이 문을 닫고 있다. 문제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 셈이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김밥 1만원시대, 삼겹살 2만원시대를 맞을지도 모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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