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는 지금] 비닐테이프 덕지덕지… '친환경 포장재' 안하나 못하나

기사공유

사진=뉴스1 DB
지난해 발생한 쓰레기 대란 이후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통업체들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상품 배송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최근 과다포장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친환경포장재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친환경 포장재 도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확산되는 친환경 배송

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택배 물량은 25억4278만개로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는 49회에 달한다. 연 50회에 달하는 인당 택배 이용으로 포장재 처리에 소요되는 환경비용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내 배송박스에서 가장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포장재 중 하나는 비닐테이프다. 폴리염화비닐이 주 성분인 비닐테이프는 자연 분해되는데 100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환경유해성이 높지만 특유의 용도로 인해 배송업계에서는 필수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바로 이 '비닐테이프'를 뺐다. 친환경 접착제가 부착된 날개가 박스 상·하단에 있는 배송박스인 날개박스를 도입한 것. 이 박스는 비닐 테이프를 사용할 필요가 없이 날개만 접으면 포장이 완료된다.

다른 홈쇼핑업체들도 친환경 포장재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9일 CJ ENM 오쇼핑, 롯데홈쇼핑, 로지스올 등 3개 유통·물류회사와 유통포장재를 줄이기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현대홈쇼핑이 도입한 친환경배송상자 날개박스.

이번 협약을 통해 3개 업체는 테이프 없는 상자와 종이 완충재, 물로 된 아이스팩, 종이테이프 등 친환경 포장재 사용을 늘리기로 했다. 또 포장공간비율을 50% 이하로 준수하고 과대포장도 줄인다.

업계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아예 자체 쇼핑몰 '배민상회'를 통해 업주들을 상대로 친환경 포장재 판매에 나섰다. 매립 시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코팅(PLA) 소재를 쓴 종이 식품 용기를 출시해 자영업자들이 이용토록 한 것이다. 외식업소가 PLA 코팅 처리된 종이 소재의 배달 용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 시판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새벽배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켓컬리도 친환경 포장재 도입에 참여했다. 샛별배송 포장에 사용되던 기존의 플라스틱 지퍼백을 사탕수수와 옥수수에서 추출한 천연소재를 사용한 것.

또한 마켓컬리는 지난 1월 재생지로 제작한 친환경 냉장박스인 에코박스V2를 도입했으며 최근 생산 공정방식이 한층 개선된 에코박스 V3를 사용 중이다. 또 지난해 5월부터 스티로폼 박스 및 아이스팩 회수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환경포장재, "돈 많이 들어요"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친환경 포장재 도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친환경 바람’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나눠쓰는’ 등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는 분위기다.

두번째는 기업 브랜드제고 차원이다. 친환경 포장재 도입은 환경보호기업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어 기업들도 장기적으로 도입을 장려하는 추세다. 과다포장으로 비판받았던 마켓컬리는 장기적으로 상품의 위생도를 강조하면서도 부분적 친환경 포장재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신선식품의 특성상 신선도가 떨어질 경우 위생, 상품 폐기 등으로 인해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마켓컬리는 모바일 장보기 브랜드로서 책임감을 갖고 식품의 위생과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높은 스펙의 재활용 가능 포장재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은 친환경포장재 도입에 미온적인 반응이다. 한 홈쇼핑업체는 여전히 친환경 배송박스 도입에 관한 계획이 없는 상태다. 기본적으로 비용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홈쇼핑이 도입한 날개박스도 기존 배송박스보다 단가가 4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홈쇼핑업체도 친환경포장재 도입으로 10~20% 박스 단가가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유통업체 입장에서 배송박스에 또 다른 자본을 투입하기는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재정부담으로 쉽지 않다"며 "친환경 포장재 도입이 하나의 트렌드도 자리잡는 요즘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유통업체들은 직접 포장재를 수거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포장재 제작 바용보다 수거비용부담이 더 적어서다. 하지만 수거서비스 역시 여러가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유통업체 입장에서 쉽게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닌 형편이다.

또한 업체들이 재정부담을 감당하면서까지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할 경우 제품가격 인상같은 풍선효과가 이어질 수 있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을 고려하는 현재 분위기가 전 유통업계로 확산되면 포장재 도입 부담이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작정 친환경포장재를 도입하라고 강제하기도 어려운 이유"라고 밝혔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