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문각빌딩 세입자, 건물주와 권리금소송 결국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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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시험 전문교육기업 박문각이 서울 노량진 상가건물의 세입자와 약 2년간의 권리금분쟁을 벌인 끝에 법정에서 승소했다. 건물주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세간의 이슈가 된 '본가궁중족발 사태' 이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에게 유리하게 바뀌었지만 여전히 법의 벽은 높았다.

14일 박문각과 박문각빌딩 세입자 박지호씨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박문각이 박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에 대해 원고 손을 들어줬다. 다만 세입자 박씨는 권리금 청구에 대한 반소에서 승소했다. 박씨는 권리금 1억5000만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시설권리금 3600만원만 인정하고 영업권리금은 인정하지 않았다.
/사진=머니S DB

◆죽은 상권 살렸더니 "나가달라"

박문각이 명도소송을 제기한 것은 2016년. '박문각임용고시학원'은 노량진 학원가나 상가 밀집지역과는 거리가 꽤 먼 위치에 있다. 직접 가 보니 박문각빌딩을 마지막으로 상가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데다 건물 앞으로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났다.

박씨는 2011년 이 건물 모퉁이의 상가 1층을 빌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열었다. 유동인구가 적고 학원 수강생이 드나드는 입구가 정반대 방향이라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과 공인중개사도 만류했지만 박씨가 계약한 이유는 시세 대비 낮은 임대료였다. 그는 보증금 1억3000만원, 월관리비 6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5년 임대차계약을 맺고 카페 문을 열었다.

박씨는 인테리어비 1억5000만원을 투자하고 주변 상인들에게 음료수를 사서 찾아가는가 하면 다른 상점 문에 카페 홍보포스터를 붙이려고 매달 10만원씩 지불했다. 단골손님에게 영화표와 뮤지컬표를 선물하는 이벤트도 수백만원을 들였다. 또 건물 앞에 불법주차하는 트럭과 승용차를 6개월 동안 하루도 안 빼놓고 구청에 신고해 영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카페는 한달 매출이 500만~1000만원으로 오를 만큼 자리잡았다. 하지만 박문각 측은 계약종료 4개월을 남겨둔 2016년 8월 명도소송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재계약 의사가 없다는 이유다. 박씨는 현행법에 따라 권리금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 새 세입자를 알아봤고 공인중개사를 통해 1억5000만원의 권리금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으나 박문각은 새 임대차계약을 거절했다.

카페 자리를 임대하지 않고 직접 북카페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문각 관계자는 "수강생이 증가해 업무공간을 늘려야 하는데 상담과 스터디를 할 수 있는 북카페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무료카페라서 법적으로 금지한 영업활동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박문각 측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박문각 측 내부직원에 따르면 박문각은 당초 카페 운영견적을 알아보다가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세입자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한 후 1년6개월 동안은 영리활동이 금지되자 계획을 바꿨다. 그러나 법원은 학원 업무공간 역시 영리활동이므로 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건물주 갑질도 도마위

박씨는 계약기간 내내 수차례 박문각 측에 재계약 의사를 구두로 확인했고 해당 녹취록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부동산거래에서는 녹취가 있을 경우 구두약속도 법적효력을 인정받는다.

박씨 주장에 따르면 박문각 측은 수강생 복지를 이유로 커피값 할인을 강요하거나 카페 홍보간판을 강제철거하는 등 갑질도 서슴지 않았다. 박문각 고위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원설명회 때 커피 7000잔을 판매해줄 만큼 수강생이 절대수요자고 세입자의 노력에 의해 매출이 올라간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씨 입장은 다르다. 박문각 측이 3500원짜리 커피를 1500원으로 할인해달라고 요구했을 때 여러차례 거절했는데도 재차 강요당했다는 것. 박씨는 "할인율이 너무 높아 직원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였지만 건물주 요구라 무시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법원은 박씨가 권리금을 침해받은 것으로 인정했지만 일부 시설권리금에 한해서다. 변호사비용과 감정평가비용, 카페 원상복구비용 등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손해가 더 크다. 박문각은 원상복구비용으로 1035만원을 청구했다.

박씨는 법정에서 "매장 순수익에 의한 권리가 영업권리금인데 이번 판결은 앞으로 건물주가 세입자와의 대화나 타협보다는 무조건 법대로 하겠다는 사회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면서 "자영업자가 700만명에 육박하고 그 종업원과 가족들까지 국민 절반이 연계돼 있다. 권리금은 재산을 늘리기 위한 돈이 아니라 경제적 재기를 위한 자금이자 재산권"이라고 말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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