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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공간 뚝딱 만드는 ‘선한 양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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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가 청년의 꿈은 사라진 시대라고 말한다. 청년실업, 창업실패, 결혼·출산 비용부담, 재테크환경 악화 등으로 청년은 희망을 잃은지 오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특별한 도전에 나선 청년들이 있다. 화려한 스펙이 아니어도 성공을 향한 열망 하나를 빈 손에 움켜쥐고 창업에 뛰어든 청년, 해외로 발길을 돌려 취업에 성공한 청년, 화려한 스펙을 버리고 무작정 떠난 이방의 땅에서 삶의 진정한 행복을 찾은 청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리고 꿈을 찾아주는 청년의 이야기, 청년창업을 돕는 멘토가 제시하는 해결방안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혼돈의 2030, 길을 찾아라-꿈을 찾는 청년들] ④ 꿈을 돕는 ‘노마드’

‘선한 영향력으로 가치 있는 변화를.’ 프리랜서 박영수씨(31)의 좌우명이다. 그는 ‘노마드’ 방식으로 생활한다. 한 분야에서 이름을 떨쳐 일하는 프리랜서와는 다르다. 박씨가 하는 일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다. 유목민(노마드)처럼 부르는 곳에서 일하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지원한다. 일하는 목적은 하나다. 세상에 대한 선한 영향력으로 가치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것.

◆청년창업자-임대인 협업모델 준비

서울 서대문구가 지난달 15일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에 개장한 ‘신촌 박스퀘어’. 이 지역 노점상의 자영업자 전환, 청년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침체된 지역상권 활성화 등을 위해 서대문구가 컨테이너몰로 건립한 공공임대상가다.

박스퀘어가 개장하기 전 박씨는 박스퀘어 공간MD(기획자)로 참여했다. 박스퀘어 홍보 및 박스퀘어에 입점할 청년창업자 모집 홍보 역할을 맡았다. 경쟁률은 7대1에 달했다. 현재 총 60개 점포 중 청년상인에 할당된 17개 점포는 꽉 찬 상태다. 박스퀘어는 문을 연 지 한달 만에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프리랜서 박영수씨. /사진=서대웅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박스퀘어 홍보를 위해 지난 4월 박씨에게 손을 내민 건 서대문구였다. 당시 신촌역 인근의 한 스터디카페 매니저로 일하던 중 카페에서 개최한 창업포럼에 구청 관계자가 참가한 게 계기가 됐다. 카페는 청년을 위한 각종 무료 특강을 섭외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박씨는 당시 카페 운영을 총괄했다.

“카페가 내건 슬로건이 ‘도전하는 청춘들의 아지트’였어요. 단순히 취업준비생이 모여 공부하는 곳이 아닌, 이곳에서 꿈을 찾자는 것. 그래서 많은 특강을 기획했죠. 대외업무를 함께 일하는 친구인 대표가 맡았고 제가 실무를 담당했어요. 카페가 알려지면서 서대문구 관계자가 알아봤고 박스퀘어 MD로 잠시 일할 수 있었습니다.”

박씨는 현재 신촌의 카페에서 나와 다른 카페에서 매니저로 활동하며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초기자본금이 부족한 청년이 주인은 있지만 비어있는 건물의 공간을 활용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일종의 위탁운영 방식이다. 청년은 임대료 부담 없이 공간을 빌려 창업할 수 있고 임대인은 팔리지 않는 공간에서 청년창업주로부터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비싼 임대료예요. 박스퀘어 같은 곳을 찾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푸드트럭을 하루 빌려도 20만원가량이 들어요. 각종 비용을 따지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죠. 대안으로 건물주 또는 임대인과 협업관계를 갖자는 겁니다. 사업 아이템과 열정이 있다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게 이 사업의 목적입니다.”

다만 이런 사업을 박씨 개인이 하기는 어렵다. 임대인·청년창업자가 각종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노무·세무·홍보 등의 교육도 필요하다. 그래서 박씨는 서울의 여러 구청에 사업 제안을 한 상태다.

◆소소한 언행이 끼치는 '선한 영향력'

박씨에게 꿈을 물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묻는 거라면 장기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즐길 뿐이죠. 오늘이 즐겁기에 내일 아침이 기다려집니다. 그러나 5년, 10년 뒤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는 나도 모릅니다.”

좋아하는 걸 물었다. 보장된 일자리가 아닌 곳에서 4대보험 혜택도 못 받으며 일을 즐길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돌아온 답은 “선한 영향력으로 가치 있는 변화를”이었다.

“제 좌우명이에요. 대학 시절 각종 조직의 책임자 역할을 맡을 때 마음에 새긴 거예요. 주변 사람의 일상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걸 보는 게 행복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영향력이란 게 거창하진 않습니다. 가령 카페에 공부하러 온 학생에게 ‘오늘 표정이 밝네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분명 잘 되실 거예요’ 등의 덕담을 건네는 식이죠.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이 다시 찾아 많은 힘이 됐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곤 해요. 저의 작은 언행이 소소하지만 선한 영향력이 된 거죠.”

박씨는 대학 졸업 후 육군 장교로 복무했다. 2014년 6월 전역한 후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지원을 준비했다. 한국인의 자긍심과 자신의 좌우명의 접점을 찾은 결과였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코이카 단원으로 선발돼 이듬해 1월 인도네시아 자와섬 동쪽에 위치한 끄디리 지역으로 파견됐다.

“봉사가 필요한 지역은 먹거리가 가장 큰 문제예요. 지역 고등학생에게 농사짓는 법, 농산물 가공하는 법 등을 가르쳤어요. 환경은 열악했지만 정말 행복하게 일했습니다. 단순히 봉사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라기보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죠. 저와 학생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게 신기했어요.”

박씨는 2016년 2월 중도 귀국했다. 1년간 현지인이 먹는 물을 마시다 보니 신장에 석회질이 쌓이는 신장결석이 생겨서다. 단원 복귀를 원했지만 완쾌하지 못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단원은 현지인과 다르게 생활해야 하는데 그들과 벽을 세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신장에 돌이 생겼죠”라고 말했다.

즐기는 일을 하며 지내는 박씨는 청년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무모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속일 때가 많아요. 많은 사람이 주변을 의식하죠. 주변이 바라는 일자리를 찾아 해매는 건 이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대기업 취직, 공무원시험 준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고 또 그곳에 취직했다면 완벽하죠. 그런데 대부분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 먼 미래를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오늘과 내일을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박씨의 ‘선한 영향력’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박씨는 서울시가 계획 중인 청년자치정부의 추진위원단으로부터 추진위원 제안을 받은 상태다. 박씨는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일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좌우명을 주변 사람들이 공감해준 덕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청년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가치 있는 변화를 꿈꾸는 ‘청년 노마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3호(2018년 10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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