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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 막국수 전문점의 겨울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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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 막연하게 불안한 사람들이 있다. 냉면과 막국수 전문점 경영자들이다. 다가올 비수기에 대비하지 않은 사람들은 마치 숙제를 못한 초등학생 심정이 된다. 그렇다면 정말, 냉면과 막국수 전문점에게 가을과 겨울은 그저 비수기일까?

INSIGHT 1. 비수기 앞두고 냉면집 인수하면 생기는 일
작년 8월 중순경 퇴근길 집 근처 냉면집에 들렀다. 30~40대 정도 차를 댈 수 있는 널찍한 주차장이 딸려있어 냉면집으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차에서 내려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화환들이 놓여있었다. 알고 보니 식당 대표가 바뀌었다. 원래 대표는 그 건물 건물주였는데 장사가 잘 안 돼 좋은 조건으로 새 사람에게 식당을 넘긴 모양이었다. 
/ 월간외식경영 제공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권리금을 비롯해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들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냉면 매출이 꺾이기 시작하는 시기에 냉면집을 인수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코앞에 닥친 비수기 대책도 없어보였다. 그 집을 나올 때 명함을 건네주면서 내 염려를 전달했다. 

불과 한 두 달이 지나자 그에게 전화가 왔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냉면 매출이 떨어져 한우 설렁탕을 메뉴에 추가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설렁탕은 전문점에서 먹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냉면집에 설렁탕을 먹으러 갈 손님은 드물 것이다. 이런 점을 설명하면서 회의를 표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메뉴에 설렁탕을 추가했다. 최근에 다시 가보니 원래 주인이었던 건물주가 식당을 재인수했다. 결국 그는 얼마간의 비용손실과 함께 1년이라는 시간을 헛고생한 것이다. 여담이지만, 불쑥 전화 한 통화로 무례하게 질문하고 그렇게 자기 멋대로 결정하는 사람치고 성공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INSIGHT 2. 냉면집은 개성 있는 국밥 메뉴 갖춰야
함흥냉면 전문점 '신부자면옥'이 문을 연 계절은 2월의 늦겨울. 역시 냉면 비수기였다. 비수기 매출을 보완해줄 탕반 메뉴가 필요했다. 식당 대표는 필자에게 갈비탕이 어떨지 문의했다. 그러나 갈비탕은 일반적인 메뉴다. 게다가 원가가 비싸고 수익성이 낮아 반대했다. 갈비탕은 최소한 1만2000원~1만3000원 정도는 받아야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손님도 부담스런 가격이다. 대신 육개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육개장은 조선후기 3대 보양식 중 하나다. 그만큼 중·노년층에게는 여름철에 꼭 먹어야 할 보양식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신부자면옥'은 필자의 조언대로 함흥냉면과 함께 육개장(1만원)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한우 고기를 듬뿍 넣은 육개장은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개인적으로 수도권에서 육개장으로는 손가락 안에 드는 훌륭한 맛이다.

한여름인 지금도 땀을 뻘뻘 흘리며 육개장 먹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8월 초순 방문했는데 고객의 반 정도가 육개장을 주문했다. 비수기에는 냉면을 대신해 매출을 올려주고 여름철에도 인기가 식지 않는 효자 메뉴다. 여기에 만두까지 메뉴로 장착해 '신부자면옥'은 가을 겨울에도 매출 하락에 대한 염려가 크지 않다. 

함흥냉면 전문점은 '신부자면옥'의 육개장처럼 자기만의 국밥 메뉴를 갖춰야 한다. 국밥은 겨울철을 날 수 있는 메뉴일 뿐 아니라 여름에도 적잖게 판매된다. 서울 대치동의 함흥냉면 전문점 '반룡산'은 가릿국밥(1만원)을 판매한다. 

무와 두부를 넣고 양지살을 솔잎처럼 가늘게 찢어 넣었다. 담백하고 맑은 국물은 이북음식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요즘 같은 한여름에도 점심시간이면 냉면과 함께 적잖은 양이 판매된다. 물론 겨울철 비수기에는 탕반 메뉴의 소임을 다 할 것이다. 냉면 전문점에서의 주력 탕반은 비수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매우 주요한 메뉴인 것임에 분명하다.

INSIGHT 3. 홍보와 사이드메뉴 갖추고 간판서 냉기 빼야

국밥도 그렇지만 냉면집 사이드 메뉴 역시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이 서로 다르다. 함흥냉면은 넓게 보면 동해안을 끼고 함경도와 강원도 북부까지 관북 문화권에 들어간다. 따라서 이 지역 토속음식이나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가 좋다. 명태, 북어, 코다리, 황태, 가자미식해나 명태식해 등이다. 명태는 국물을 내도 좋다. 

평양냉면은 서해안을 끼고 평안도 황해도와 경기북부까지 관서 문화권에 속한다. 아무래도 이 지역은 의주-평양-개성-한양의 ‘만두로드’ 지역으로 만두문화권이다. 만둣국, 만두전골 등 만두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어복쟁반도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양지로 끓인 맑은 국밥 등도 좋다.

메뉴가 준비됐으면 다음은 홍보다. 냉면이나 막국수 전문점의 가을 겨울 메뉴는 8월부터 미리 홍보해야 한다. 9월도 늦다. 단골손님들이 ‘내가 이 집에 가을 겨울에 왔을 때 저런 음식도 맛볼 수 있겠구나’하는 걸 지금부터 주지시켜야 한다. 홍보 방법으로는 외부에 P.O.P.를 설치하거나 각종 사인물을 활용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강력한 카피다. 손님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단 한 줄의 글과 단어를 찾아보자.

메뉴나 홍보를 아무리 잘해도 식당 이름이 나쁘면 소용없다. 냉면 전문점임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식당 이름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냉면'이나 '○○막국수', '메밀○○', '함흥○○', '평양○○' 등의 옥호다. 냉면 성수기를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는 손님에게 들어오지 말라고 입구에서 내쫓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냉면이나 막국수 집 간판은 가급적 포괄적인 이름이 좋다. '신부자면옥'이나 '반룡산'도 이름만 봐서는 함흥냉면 전문점임을 쉽게 알 수 없다. 냉면 한 가지만 판다면 모르지만 다른 사이드 메뉴로 겨울을 나려면 간판에서 냉기를 빼야 한다.

여름철 극성수기 매출액을 100이라고 했을 때 겨울철에 최소한 60~80% 정도의 매출액은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냉면집과 막국수집이 10~20% 정도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위에서 언급한 방법으로 준비하고 대비한다면 최대한의 선방은 가능할 것이다.
김현수 푸드컨설턴트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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