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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환의 지적재산권 이야기] 스타트업, 문제는 '강한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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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회사에 관심이 많던 A씨는 수납장의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자금이 충분하진 않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믿고 특허권과 디자인권도 받았다. A씨는 법인을 만든 뒤 곧장 제품을 생산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제품 출시 직후 홈쇼핑에 론칭하자 첫 방송에서 30분 만에 매진되는 소위 ‘대박’을 쳤다. 제품이 매진됐다는 사실에 고무된 그는 더 많은 공장을 찾아다니며 생산량을 늘렸다. 원하는 기간까지 생산하기가 어렵다는 공장엔 돈을 더 주면서 생산을 주문했다.

하지만 ‘대박의 꿈’이 사라지는 데는 불과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홈쇼핑 대박 이후 시장에 유사한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모방품들은 디자인도 더 세련된 데다 제조공장을 보유한 회사에서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절반 수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방품들은 홈쇼핑과 온라인채널에 유통되기 시작했고 이후 A씨의 제품은 단 한개도 팔리지 않았다.

화가 난 A씨는 자신의 특허와 디자인권을 근거로 모방업체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급하게 작성해 등록받은 특허와 디자인권의 권리범위는 너무 협소해서 침해가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 특허전문변호사가 아닌 일반변호사를 찾아가 소송을 맡긴 것도 패착이었다. 권한에 대한 주장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특허침해소송은 기각됐고 A씨의 특허, 디자인권은 무효심판에 의해 사라졌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흥분한 A씨는 상대방의 거래처에 거래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를 거절할 경우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거래처에 보낸 경고장에서 특허 침해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특허 침해라고 단정한 것. 그가 발송한 내용증명은 정당한 권리행사를 벗어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됐다. 법무팀을 갖춘 상대 기업들은 민사소송이 기각된 사실과 형사고소가 불기소처분이 난 사실을 내용증명에 기재해 홈쇼핑에 뿌렸다. 결국 A씨는 스타트업에 다시 발을 담그기 어려운 지경이 된 것은 물론 집까지 압류당하는 처지가 됐다.

이 사례는 특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큰 어려움에 처한 스타트업의 대표적 일화다. A씨는 상품 개발에 급급해 기술 보호를 위한 특허권 및 디자인권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다. 스타트업의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 그 제품에 대한 시장은 커지고 자연스럽게 많은 기업이 경쟁에 뛰어든다.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제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것뿐만 아니라 인기를 얻은 후 경쟁업체의 진입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만약 A씨가 제품 출시 전에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허출원 등에 좀 더 투자를 해 자신의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강한 특허권 등을 획득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5호(2018년 4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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