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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번드 "아시아 스타일, 리빙시장 변혁의 확률 높은 승부수"

박찬호 서울번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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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가운데에 수저와 포크가 올랐다. 벌어진 상황만큼이나 식기 자체가 이색적이다. 한국풍의 '유기'인데 어디인가 현대적이다. 범인의 시각으로 봐도 제작자는 분명 장인일 듯. 식기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하늘의 '달'이란 뜻의 '라륀(LA LUNE)'이라고 한다.

리빙?공예 브랜드 '서울번드(SEOUL BUND)'의 박찬호 대표(31)는 라륀을 손에 들며 "맑은 밤하늘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름처럼 영롱한 달빛이 느껴지기도. 아니나 다를까. 유기명장으로 유명한 이종오 선생과 해외에서 이름난 송승용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숟가락은 보름달, 나이프는 반달의 모습이죠. 손잡이 부분이 유독 길고요. 디자인이 전해주는 감각에 실용성을 결합시킨 것이 포인트입니다. 일반 수저로 서구화된 음식을 다루기엔 불편한 면이 있고, 모든 식문화에 가장 적합한 사이즈를 저희가 찾아냈어요. 길이와 무게감의 균형이 반찬을 쉽게 잡도록 도와줍니다."

리빙?공예 브랜드 '서울번드(SEOUL BUND)'의 박찬호 대표 (카페24 제공)

라륀에서 드러나듯이 '전통 스타일'과 '현대적 실용성'의 결합은 서울번드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세계 어느 지역의 전통인지가 스토리상 중요한 대목일 터. 박 대표의 선택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의 스타일이었다.

국내 리빙시장에서 '북유럽 스타일' 인기가 거셌던 지난 2015년에 창업했다. 신선하다는 호평과 함께 '잘 될까?'식의 의문부호도 따라붙었다.

한 마디로 서울번드는 잘 커왔다. 해마다 매출이 두 배 이상씩 늘었다. 협력 브랜드가 현재 160곳 이상이며, 상품 수는 2,800여개에 달한다. 자사 쇼핑몰(D2C, Direct to Consumer)에서 국내외 협력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하되, 라륀처럼 직접 제작도 병행한다.

외양뿐만 아니라 리빙 업계와 미디어의 주목도 역시 고속 성장세다. 북유럽 스타일 일색이었던 시장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던 이들이 '서울번드 마니아'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가 '보물'이라고 지칭하는 서울번드 상품들은 창의력과 상상력, 감성으로 승부하는 시대에 통하는 콘텐츠였다.

"협력 브랜드의 다양화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끝없이 늘리자는 생각은 없어요. 브랜드와 상품마다에 담긴 스토리를 고객에게 더 많이 전파하는 것이 핵심 프로젝트입니다. 아시아풍 아름다움을 소재로 할 얘기가 아직도 무궁무진해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나전칠기 작품으로 유명한 브랜드 '나은크라프트'는 숙련된 장인의 손길로 켜켜이 쌓아 올린 옻칠과 남해안 전복을 활용한 '색패', 자개 장식을 더해 완성된다. 오래된 가구와 예술품을 복원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된 '나은크라프트'의 프로젝트는, 현대적인 테이블웨어와 멋스럽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의 식탁 위에 오른다.

홍콩의 디자인 도자기 브랜드 '라티튜드22엔'은 재해석한 중국 전통 그림을 식기에 담는다. 장인이 손으로 제작한 청화백자 형태의 그릇이 인기다. 전통과 현대의 연결이라는 브랜드 콘셉트가 박 대표의 눈에 확 들어왔다. 그의 표현으로는 필연적 만남이었던 것.

한 때는 파트너 발굴을 위해 국내보다 해외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었다. 라티튜드22엔의 대표도 해외의 디자인 전시장에서 만났다. 명소들을 찾아가 배치된 공예품을 분석한다. 대만과 홍콩의 골목 구석구석이 이젠 익숙해졌다. 카페24 플랫폼 기반 자사몰은 각국 브랜드, 장인 등의 콘텐츠가 어우러져 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 선별 기준이 궁금해졌다.

"제가 대표라고 해서 개인 취향만 반영해서는 안되겠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서 51가지의 내부 기준을 만들었어요. 디자인 조형성과 기능성, 환경 친화성, 안정성 등 큰 항목별로 기준을 두고 특정 점수를 넘은 상품만 판매해요. 판단에서 모호함을 최대한 배제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하려는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더 중요해진 프로세스죠."

서울번드 홈페이지 (카페24 제공)

비슷한 경쟁 브랜드의 등장은 언제든 환영이라고 한다. 물론 경쟁에는 부담이 동반되지만, 홀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준수한 경쟁자가 생겨서 서울번드도 전략을 배우고, 같이 성장하는 것이 옳다고 누차 강조했다.

한편, 박 대표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대부분 외국에서 보냈다. 외국의 시점으로 본 한국의 리빙 특징은 '전통 활용의 부재'였다. 하지만 한복과 도자기, 유기 등 좋은 자원이 있으니 "이거 사업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머릿속에서 굴려오던 주제가 눈덩이처럼 커져버려 이것을 어떻게든 밖으로 꺼내놓아야겠다며 서울번드를 열었다.

"전통을 박물관에서만 찾으려는 분이 많아요. 저는 그 전통이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든지 스며들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번드가 여러 장인들과 이를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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