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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 딸 땐 좋았는데"… 면세점의 곡소리

[머니s리포트-‘면세점’ 황금알은 없다①] 어쩌다 ‘미운 오리 새끼’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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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축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특허권이 남발되고 중국 관광객(유커)이 사라지자 곧 위기로 돌아섰다. 매년 고점을 찍던 매출 성장률과 달리 보따리상(따이궁) 위주로 재편된 시장은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렸다. 이런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결정타가 된 분위기. 면세업 전망은 암울 그 자체다. 생사기로에 놓인 면세점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봤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대형 면세점 매출이 반토막 났다. 중견중소기업과 후발주자들은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면세시장에서 발을 뺐다. 면세사업의 구조적인 한계를 짚어봤다. /디자인=김민준 기자

두타면세점·갤러리아면세점63·탑시티면세점·에스엠면세점…. 지난 1년 사이 자취를 감춘 면세 사업자 이름이다. 각 면세점을 운영한 두산그룹·한화갤러리아·시티플러스·하나투어가 시장에 진출할 당시 면세사업은 온통 장밋빛으로 도배됐다. ‘면세점=황금알’이라는 공식이 통했을 정도다. 

‘황금알 낳는 거위’는 한순간에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점 매출이 반토막 났다. 하지만 코로나19만 탓할 순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면세 사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매출 반토막·적자전환… 코로나19에 ‘휘청’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월부터 국내 면세점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 1월 2조247억원을 기록한 면세점 총 매출액은 2월부터 1조247억원, 3월엔 1조873억원으로 꺾였다. 4월에는 9867억원으로 떨어지면서 월 매출 1조원대 벽이 4년 만에 처음으로 깨졌다.

지난 4월 바닥을 친 면세점 매출은 중국 따이궁(보따리상)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조금씩 살아나는 상황이다. 지난 8월 매출액은 1조4441억원으로 7월(1조2515억원) 대비 약 15.4%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달(2조1844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감소폭이 크다. 이용자 수도 85%가량 감소했다.

/디자인=김민준 기자


면세업계 실적도 나빠졌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일제히 올해 상반기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753억원·964억원·694억원에 달했다. 면세점 실적 악화로 1분기 호텔신라는 20년 만에 사상 첫 적자를 내기도 했다.

업계가 적자 늪에 빠진 건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 부담이 더해진 이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6월 공항 상업시설 임대료를 대·중견기업은 50%, 중소·소상공인엔 75% 감면키로 했다. 지난달부터는 지원 폭을 확대해 여객감소율에 비례해 임대료를 감면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인천공항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은 탓에 회복의 길은 멀기만 하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대형 3사 한 달 임대료는 800억~9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출은 이에 못 미친다. 지난 3월에는 한 달 매출이 400억원을 기록해 월 매출액의 2배를 임대료로 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계 면세점 중 매출 1위라는 수익성과 상징성을 가진 인천공항에도 들어가길 꺼리는 분위기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엔 전 입찰 구역 ‘3연속 유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공항공사 측이 코로나19 영향을 반영해 임대료 조건을 대폭 완화했지만 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된 데다 전망도 불투명해서다. 

아예 면세사업을 접은 곳도 있다. 중견 면세사업자 에스엠면세점은 지난 3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을 접었고 7월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연장 영업 및 재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모회사인 하나투어의 실적이 전년대비 98%가량 감소하자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면세사업에도 칼을 댄 것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재입찰이 다시 유찰됐다. 사진=뉴스1 DB



면세사업 하면 할수록 쪽박… 왜?



현재 면세업계의 경영난은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일회성 이슈로 치부하고 다시 장밋빛 전망을 그리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본래 여행객 수요에 의존하는 면세점은 외부 변수에 민감하고 이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큰 사업군이다. 

실제로 면세업계 실적은 외부 상황에 따라 요동쳤다. 2017년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의 발길이 끊기면서 이미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에도 일본과 무역 분쟁으로 일본인 관광객 수가 줄었다. 

때문에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 요인 즉 면세사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시장이 승승장구하던 지난해에도 재계 7위 한화와 15위 두산 등 대기업이 백기투항한 건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한화는 지난해 9월 면세점사업을 접었고 두산도 같은 해 11월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했다. 3년 동안 각각 1000억원·600억원에 달한 누적 적자가 사업 철수의 주원인이었다. 2015년 일명 ‘면세점 대전’까지 벌이며 특허를 따냈지만 결국 ‘승자의 저주’에 빠졌단 분석이다. 

에스엠면세점은 지난 3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을 접었고 7월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연장 영업 및 재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사진=뉴스1

애초에 면세 사업은 ‘바잉 파워’(구매 협상력)에 명운이 좌우된다. 백화점과 달리 면세점은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하는데 바잉 파워가 생기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면세의 꽃’이라고 불리는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잉 파워를 높이려면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 규모 면에서 밀리는 신규·중소·중견 면세점은 도태됐고 바잉 파워를 갖추기 위해 늘린 직매입만 누적적자로 쌓였다.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형 면세점만이 독자 생존을 이어가는 이유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면세시장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명품 유치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명품업체에서 국내시장 상황과 매출 등을 고려해서 제한된 물량을 나누는 것이라 바잉 파워를 갖춘 대형 면세점이 아니라면 명품 유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2015년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수는 지난해 16개까지 늘었다. 이들끼리 경쟁이 과열되면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송객 수수료(리베이트)와 과도한 판촉·마케팅 비용이 고스란히 실적 부담으로 돌아왔다. 결국 특허 남발로 인한 정책 실패라는 분석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대형 면세점도 최근엔 코로나19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와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코로나19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한 긴축경영을 유지하며 몸을 사릴 전망이다. 중견·중소 면세점 사이에서는 추가 이탈자가 나올 거란 불길한 예상이 나온다.
김경은 silver@mt.co.kr  |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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