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트랜드비자트랜드와 최근업계이슈를 심층분석 소개합니다.

'삼겹살 덮밥' 동네 맛집… 알고 보니 PC방?

[머니S리포트-거리두기 격상에 터진 ‘배달 대란’③] 코로나발 '배달 전성시대'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연이은 태풍까지 겹치면서 음식 배달 수요가 폭증했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해당하는 방역 강화 조치 시행으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며 결국 ‘배달 대란’이 벌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배달에 뛰어들고 있지만 배달 수수료 인상에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쓰레기 문제까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 시대가 만든 배달대란의 민낯을 조명했다.
# 서울의 한 PC방.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로 문이 닫히고 손님이 한 명도 없지만 카운터 안쪽이 분주하다. ‘배달 알림음’이 울리자 한 남성이 주문 내역을 확인한 뒤 냉동식품을 꺼내 기름에 튀기고 김치와 양념을 볶아 금세 김치덮밥 한 그릇을 만들어낸다. 이 PC방은 지난달 중순부터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 PC방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영업중지가 반복되자 자구책으로 배달업에 뛰어들었다”며 “이렇게 음식이라도 팔아야 쌓이는 대출이자와 임대료 등 적자를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의 한 만화카페. 이곳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최근 배달 대행업체와 제휴를 맺고 카페에서 팔던 떡볶이·스파게티·치즈스틱 등을 조리해 배달하기 시작했다. 윤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로 카페를 찾는 손님보다 배달 주문 건수가 더 많다”며 “단골 고객에게는 건당 500원씩 하는 만화책을 함께 대여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당 업소는 배달앱을 통해 리뷰를 써주는 고객에게 만화카페 이용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음식배달업과 만화카페의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구청 관계자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집합금지명령문을 붙이고 있다/사진=뉴스1 DB
‘○○ PC토랑’ ‘×× 찜질방 푸드코트’, ‘만화카페 벌툰&쿡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가 업종을 불문하고 모두 배달업에 뛰어들었다. “선택권이 없다”며 “배달만이 살길”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PC방·찜질방… ‘배달’이 경쟁 무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장 이용이 제한되면서 배달 수요가 폭증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에 따르면 방역 강화 방침이 나온 뒤 첫 주말인 지난달 29~30일 주문 건수는 전주(22~23일) 대비 8.8% 증가했다. 위메프의 배달 서비스 ‘위메프오’에서도 같은 기간 주문 건수가 5.92% 늘었고 서울시 배달앱 ‘띵동’에서는 이 기간 주문 건수가 33% 상승했다.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고 PC방이나 찜질방 내 스낵 코너(간이식당)에서 음식을 팔던 자영업자도 잇달아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고 휴업을 강제당하자 생존을 위해 짜낸 궁여지책이다.

한 배달 앱에서 배달 메뉴를 판매중인 찜질방 스낵 업체/사진=배달 앱 캡처 화면
업주는 관련 카페에서 배달업에 관한 정보 공유에 분주한 모습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임대료와 시설유지비 등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있고 집합 제한 시설로 지정돼 정부 지침에 따라 영향을 받는 데 반해 음식 배달은 작더라도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코로나 여파로 PC방 손님이 줄자 몇 달 전부터 PC방에서 파는 음식이라도 배달해 인건비라도 벌어보자고 배달을 시작했다”며 “지금은 음식배달이 주 수입원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한 배달앱에서 ‘볶음밥’·‘컵밥’·‘핫도그’ 등을 검색하자 관련 업체 이름이 줄줄이 나타났다. PC방·만화방 등이 기존 손님에게 판매하던 떡볶이·튀김·제육덮밥·삼겹살덮밥 등을 주문받아 배달하는 것.

이 중 경기도에 위치한 한 PC방의 경우 배달앱 맛집 랭킹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곳의 현재 평점은 5점 만점에 4.8점. “언제 먹어도 너무 맛있다” “음식을 먹으니 PC방에 더 가고 싶다” “배달도 빠르고 음식포장도 깔끔해 좋았다” 등 리뷰도 1200개에 달한다.

PC방 음식을 자주 시켜먹는다는 한 소비자는 “24시간 배달한다는 장점을 무시 못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PC방은 못 가지만 집에서 게임을 할 때는 다른 음식보다 PC방 메뉴 생각이 간절하고 그 음식을 먹어줘야 게임이 더 잘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 홍대거리/사진=뉴스1DB
PC방이나 만화방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는 ‘휴게음식점’ 등록이다. 구청으로부터 받은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점’ 허가로 등록된 경우 음식 판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PC방 운영이 금지되더라도 휴게음식점 사업자 자격을 이용해 음식 배달 사업을 할 수 있다.

배민 관계자는 “신규 입점 시 음식점 면허증 등록 여부만 보기 때문에 그곳이 PC방인지 만화방인지 일일이 확인할 순 없다”면서도 “현재 PC방 20여곳과 만화방 3~4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규 가입 문의 ‘껑충’… 입점 대기 길면 보름



다만 신규 업체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리두기 강화로 배달앱에 신규 입점을 희망하는 업주가 늘어나면서 배달앱에 서비스를 등록하는 기간만 적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보름까지 걸린다.

배민의 경우 통상 점주가 가입 상담을 한 뒤 서류 작업과 메뉴 등록 등 절차를 거쳐 입점을 마치는 데 걸리는 기간은 7일. 현재는 비대면 진행과 입점 문의가 늘어나면서 평소보다 1주가량 더 소요된다는 게 배민 측 설명이다. 배민에 따르면 최근 한 달(8월3일~9월4일)동안 신규 가입 문의는 1만5240건에 달해 1개월 전보다 46.6%나 급증했다.

배달의민족 라이더가 음식 배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DB
배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면 상담이 어려워 비대면 전화 상담으로만 이뤄지다 보니 아무래도 작업이 더 걸린다”며 “통상 일주일에서 2주일 정도로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배달대행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도 순탄치만은 않다. 배달 주문이 늘어나면서 기존 업주의 주문량 소화만 해도 진땀을 빼는 상황이어서다. 가입 대기 시간 역시 길어졌다. 부릉의 지난달 16~29일 신규 가입 문의 건수는 이전 2주인 지난달 2~15일보다 2.8배 늘어났다.

한 PC방 업주는 “배달앱 등록도 너무 오래 걸리고 꾸준히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며 “코로나 시대에 버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달을 고려하고 있지만 앱의 까다로운 정책과 수수료 부담을 끌어안으면서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 0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