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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지원행위'로 과징금 600억대, SPC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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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650억여원을 부과 받고 검찰에 고발당하게 됐다./사진= 뉴스1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계열사들을 동원해 수년간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 내부거래한 혐의로 과징금 650억여원을 부과 받고 검찰 고발 위기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SPC 계열회사들이 SPC삼립(이하 삼립)을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47억원을 부과하고 총수와 경영진,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고발 대상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비롯해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및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 등 3개 계열사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SPC는 허영인 회장이 관여해 삼립을 위해 ▲판매망 저가양도 및 상표권 무상제공 ▲밀다원 주식 저가양도 ▲통행세 거래 등 다양한 지원 방식을 결정 등 다양한 지원 방식을 결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이를 실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통행세 구조 확립·주식 저가양도… 덩치 키운 삼립 



SPC는 통행세 거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삼립의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사전 작업에 나섰다. 계열사 샤니는 2011년 연구·개발(R&D)의 무형 자산과 판매망 등을 정상가격 40억원보다 저렴한 28억원에 삼립에 양도했다. 상표권 또한 8년간 무상 제공하면서 총 13억원을 지원했다.

당시 양산빵 시장 점유율 및 인지도 1위는 샤니였음에도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 통합을 진행했고 양도가액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표권을 제외하고 거래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이로써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73%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가 됐고 삼립-샤니간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계열화를 내세우며 통행세 구조를 만들었다.

SPC톈진공장 전경.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사진=SPC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2012년 밀가루 생산 계열사 밀다원의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넘겼다. 당시 정상가(주당 404원)보다 낮은 주당 255원에 양도하면서 삼립에 총 20억원을 부당 지원했다. 2012년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고 통행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밀다원 지분을 적게 보유한 삼립에게 밀다원 지분 전체를 이전한 것이다. 이 저가 주식 매각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주식매각손실은 각각 76억원과 37억원에 이른다.

파리크라상과 에스피알 비알코리아(이하 3개 제빵계열사) 등은 또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역할 없는 삼립을 통해 구매하면서 총 381억원을 지급했다. 3개 제빵계열사는 연 평균 210개의 생산계열사 제품에 대해 9% 마진을 삼립에 제공한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년 동안 지속된 부당 지원행위로 삼립에 총 414억원의 과다한 이익이 제공됐다고 봤다. 실제 삼립의 회사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부당지원이 시작되기 전인 2010년 269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1조101억원으로 4배 커졌고 영업이익은 64억원에서 287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2011년대 초반까지 1만원대 머물던 삼립 주가는 통행세 구조가 시작된 2011년 4월 전후로 1만3000원대로 올랐고 2015년 8월에는 41만1500원까지 상승했다.

공정위는 또 이 지원행위로 시장 공정거래저해성도 초래됐다고 판단했다. 양산빵 판매시장에서 삼립의 경쟁조건이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해지면서 사업기반이 크게 강화됐고 특히 밀가루와 액란 등 원재료시장의 상당부분이 봉쇄돼 경쟁사업자나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기반 침해가 발생했다고 봤다.



계열사들이 '삼립'을 지원한 이유는? 



그렇다면 계열사들이 삼립을 지원한 이유는 뭘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지원 행위가 곧 2세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와 차남 허희수가 총 22.9% 지분을 보유한 삼립의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삼립을 통해 그룹 지주회사 파리크라상에서 총수 2세의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강화해간다는 것이다. SPC는 파리크라상이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필요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자료를 토대로 “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인 후 2세들이 보유하는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수 있다”며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립의 매출을 늘려 주식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목적을 위해 SPC의 계열사 부당지원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공정위는 결론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허 회장은 그룹 주간경영회의를 통해 ▲통행세 발각을 피하기 위해 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 것 ▲삼립이 계열사와 비계열사에 판매하는 밀가루 단가 비교가 어렵도록 내‧외부 판매제품을 의도적으로 차별을 둘 것 ▲법인세법상 부당행위 적발을 막기 위해 삼립의 계열사 판매 단가를 타 제분업체 판매단가보다 3~5% 높게 설정할 것 등을 결정하고 실행했다.

SPC는 이런 통행세 거래 등을 통한 계열사 지원행위가 부당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이를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조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외부 발각 가능성이 높은 거래만 표면적으로 거래 구조를 변경하면서 사실상 통행세거래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SPC "수직계열화 전략인데… 과도한 처분"



SPC는 계열사 간 거래를 ‘통행세 거래’로 보기 어렵고 총수 관여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SPC는 공정위 제재에 대한 입장을 내고 “판매망 및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다”며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었다”고 해명했다.

총수일가 승계 목적이 있었다는 공정위 판단을 두고는 “삼립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고 주식이 상장된 회사라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음을 충분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SPC는 “향후 공정위 의결서가 도착하면 이를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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