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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빠빠 빨간맛'… '라면'에 미래 건 농심 승부사들

CEO In&Out / 신동원·박준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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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심이 선도하던 라면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라면의 원조격인 삼양식품이 불닭 시리즈로 모처럼 이름값을 하고, 비빔면 절대강자 팔도의 기세도 매섭다. PB라면과 같은 스토어라면 신흥메이커도 질주하는 분위기. 여기에 진라면을 필두로 오뚜기마저 약진하면서 ‘갓뚜기’ 저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 그렇다고 해도 이 시장 절대강자는 농심이다. 농심은 1985년 이후 국내라면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 의미 있는 성과는 농심이 대표 제품인 신라면을 앞세워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 점유율도 함께 늘려나가고 있다는 점. 라면과 스낵을 파는 식품회사에서 세계 시장에 K-라면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제2의 창업’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오너경영인인 신동원 부회장과 평사원에서 시작해 샐러리맨 신화를 쓴 전문경영인 박준 부회장. (왼쪽부터) 박준·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그래픽=김민준 기자
그 선봉엔 농심의 승부사들로 꼽히는 두 명의 부회장이 있다. 오너경영인인 신동원 부회장과 평사원에서 시작해 샐러리맨 신화를 쓴 전문경영인 박준 부회장이다. 신 부회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00년 부회장으로 승진, 올해로 20년째 농심의 안살림을 책임져왔다. 그는 농심의 신사업과 연구개발부문에 특별히 관심을 쏟고 챙겨온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통’으로 알려진 박 부회장은 미국지사장, 국제담당 이사 등 주로 해외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2012년 초 농심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고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해외사업 전문가답게 그가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 온 것 역시 해외시장.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라면 수출’에 힘써온 장본인이 그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해외 사업 역대 최고 실적’ 농심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게 된 데는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춰 온 두 부회장의 경영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국내 찍고 해외… 농심 존재감 ‘Up’


그 효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877억원, 영업이익 636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6.8%, 101.1% 증가한 수치. 매출,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매출, 영업이익 모두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농심의 깜짝 실적에는 올해 초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짜파구리’ 열풍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콕족 증가로 라면이 특수를 누리면서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매출이 뛰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라면 소비가 급증했다. 농심의 1분기 국내법인 매출(수출포함)은 519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2%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매섭다. 농심 미국법인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5% 성장한 1억6400만달러(약 1970억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대표 제품인 신라면은 상반기 미국에서만 매출 4800만달러(약 580억원)를 올렸다. 전년동기대비 25% 늘어난 수치다.

농심 매출 추이/그래픽=김민준 기자
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신동원 부회장 체제 이후 신사업과 해외 등 지속적인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브랜드 마케팅과 해외사업 인프라 기반을 미리 잘 마련해 둔 덕분에 전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세를 몰아 2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국내 라면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해외 수요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농심은 이미 미국·중국 현지 공장을 모두 가동하고 해외법인별 유통망도 확장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뼛속까지 농심맨… 성과 속 위기 넘을까


농심의 이 같은 성과 배경에는 두 부회장의 높은 업무 이해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신 부회장과 박 부회장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입사 40년 차를 넘긴 ‘뼛속까지 농심맨’이라는 점이다.

신 부회장은 오너경영인이지만 1979년 농심에 정식 입사해 재경과 구매, 기획, 해외업무 등 실무경험을 두루 쌓았다. 박 부회장은 현장 전문가로 통한다. 1981년 농심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해외 사업 전반을 챙겼다. 미국 중국 등 해외 전략거점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신규 지역 개척, 브랜드 현지화 등 글로벌 사안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미국 신라면/사진=농심
또 하나의 공통점은 신 부회장과 박 부회장 모두 대내외적으로 신망이 두텁다는 점이다. 외유내강형으로 통하는 신 부회장은 업계를 선도하는 전략으로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해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얀국물 열풍이 불었던 시절 시장 변화에 편승하기보단 기존 빨간국물 제품을 강화하는 전략을 써 주목받았고 굵은 면발과 건면을 개발하는 등 연구개발 부문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박 부회장은 유통망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국에 온라인 판매로 접근성을 높이고 요리대회 등 이벤트를 진행해 ‘신(辛) 브랜드’를 알리는 공이 컸다는 분석이다. K-라면 농심의 제2 전성기를 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전문경영인과 공동으로 경영하는 농심의 경영방식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현장은 주로 박 부회장이, 내부 살림은 신 부회장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의 앞길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의 약진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라면 시장 점유율과 생수 브랜드 백산수, 가정간편식 브랜드 쿡탐 등 신사업의 부진, 속도를 내지 못하는 미국 제2공장 설립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바통은 다시 두 부회장에게로 넘어갔다.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에서 어떤 돌파구를 열어갈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농심으로 새롭게 보여줄 행보는 무엇인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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