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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뺀 스타벅스, 도너츠 뗀 던킨… “바꿔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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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리브랜딩에 맞춰 오픈한 던킨 강남대로점. /사진=비알코리아

스타벅스는 커피를 버렸고 던킨은 도넛을 버렸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이야기인가 싶지만 각 브랜드 간판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타벅스커피는 스타벅스로, 던킨도너츠는 던킨으로 간판을 교체했다. 물론 커피나 도넛 판매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간판을 바꿔 달았을까. 

◆이름 바꾸고 새 출발… ‘리브랜딩’ 바람

던킨도너츠는 올해 1월부터 던킨으로 공식 브랜드명을 변경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왕십리민자역사점, 공항철도서울역사점, 강남대로점, 시청역점 등 점포 4곳이 던킨으로 간판을 교체했으며 올해 신규 오픈하는 매장도 전부 던킨 브랜드로 운영된다.

간판뿐 아니라 매장과 메뉴도 바꿨다. 매장은 IT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메뉴보드와 LED 전광판 등으로 새롭게 꾸몄다. ‘커피&도넛’이 중심이던 메뉴는 샌드위치 등 간편식으로 확대하고 콜드브루 커피와 티(Tea) 등 음료를 보강했다.

던킨 관계자는 “기존 도넛 전문 브랜드에서 탈피하고 브랜드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새로운 콘셉트를 바탕으로 더 폭넓은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통업계에는 이처럼 간판을 교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른바 ‘리브랜딩’ 전략이다. 리브랜딩은 기업이나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립해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을 일컫는다. 단순히 간판뿐 아니라 타깃층, 마케팅 전략, 광고 콘셉트 등을 바꾸는 과정을 포함한다.

특히 성장 정체로 부진을 겪고 있는 패션·주얼리업계에서 최근 리브랜딩이 활발하다. 삼성물산 캐주얼 브랜드 빈폴은 지난해 10월 론칭 30주년을 맞아 리브랜딩에 나섰다. 패션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정구호 디자이너를 컨설팅 고문으로 영입한 뒤 빈폴을 대표하는 ‘자전거 탄 신사’ 로고를 포함해 제품 디자인, 매장 인테리어까지 전부 바꾸는 대수술을 감행했다.

앞서 정 디자이너는 같은해 7월 주얼리업체 제이에스티나의 리브랜딩을 진행한 바 있다. 정 디자이너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영(Young) 제이에스티나’는 젊은 브랜드로 변신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공주 이미지를 기존 불가리아 왕비 조안나에서 20대 딸인 가상의 공주 조엘로 바꾸고 젊고 발랄한 21세기 공주의 모습을 표현했다. 브랜드 로고 티아라도 보라색에서 분홍색으로 변경했다. 

리브랜딩을 진행한 빈폴 신규 라인. /사진=삼성물산

◆“바꿔야 산다”… 위기감이 이끈 변화

유통업체들이 리브랜딩에 나서는 건 위기감 때문이다. 보통 기업들은 성장이 정체되거나 시대 흐름에 뒤처졌을 때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리브랜딩을 택한다.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박힌 기존 이미지나 사전 정보를 바꾸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다.

국내 도넛시장 점유율 1위인 던킨도 2010년부터 정체기를 걸었다. 베이커리 전문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웰빙 등 건강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도넛 수요가 줄어든 까닭이다. 이미 던킨 매출의 60%가량은 도넛이 아닌 커피 등 음료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다.

던킨 전체 매출도 2015년 1872억원에서 2016년 1773억원, 2017년 1728억원, 2018년 169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가맹점수는 같은 기간 774개, 769개, 695개, 683개 등으로 감소했다. 이에 던킨은 고칼로리에 밀가루, 설탕 범벅이라는 인식이 퍼진 도넛에 힘을 빼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리브랜딩에 착수했다.

빈폴의 리브랜딩은 세대교체에서 비롯됐다. 주력 소비자(30~54세 인구)가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교체되면서 소비여력이 있는 다음 세대에 맞게 브랜드를 재정립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1989년 탄생한 빈폴은 브랜드 노후화로 고객층이 고착화된 상황이었다. 이에 올드한 이미지로 각인된 로고를 손보고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타깃으로 한 ‘팔구공삼일일’(890311) 라인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기업이 리브랜딩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 소비자 트렌드 변화, 기업의 해외 진출, 인수합병, CEO 교체, 신제품 출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스마트폰 화면에서도 쉽게 인식되는 간결한 이름과 로고로 리브랜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30년 이상 된 브랜드는 전부 리브랜딩이 필요하다. 실적 악화에 처한 기업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기업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10년마다 리브랜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효과도 톡톡하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2016년 윤윤수 회장의 아들 윤근창 대표가 브랜드 개편에 나서면서 젊은 브랜드로 부활했다. 그 결과 패션업계 불황 속에서도 휠라 매출은 2016년 9671억원에서 2017년 2조5303억원, 2018년 2조9546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다만 리브랜딩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 주스업체 트로피카나는 2009년 오렌지주스 팩 디자인을 변경했다. 하지만 2개월 만에 판매량이 20% 감소하고 300만달러의 매출 손실을 기록하면서 결국 기존 디자인으로 회귀했다. ‘오렌지에서 직접 뽑아먹는 신선한 주스’라는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들의 충성심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서 교수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 정체성은 유지하되 시대에 맞게 리브랜딩 해야 한다”며 “그 시대의 주력 소비자, 현재로 따지면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628호·제6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silver@mt.co.kr  |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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