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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만원 닭강정 거짓주문' 실제로 벌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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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33만원 닭강정 사건'에 대한 누리꾼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결국 왕따 사건이 아니라 대출사기단 사건으로 확인됐는데요. 이 경우 범죄자들의 혐의가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왕따' 거짓주문 사건일 경우로 가정한 상황이 더 다뤄볼 만한 법적 쟁점이 있는데요. 원래 온라인에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왕따 피해자 A씨의 집으로 주문하지도 않은 33만원 어치의 닭강정이 배달됐고 A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데 가해자들이 주문한 거 같다"는 말과 함께 결제를 합니다. 이에 닭강정집 사장님은 해당 결제를 취소하고 음식 배달을 주문한 사람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데요.

만약 실제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라면 수십만원 어치 음식을 거짓으로 주문한 왕따 가해자들에겐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할까요?

. /사진=가마로강정 홈페이지

◆업무방해는 금전 피해 없어도 성립 가능

알려진 내용이 사실이었더라면 업무방해 혐의는 충분히 성립 가능해 보입니다. 업무방해는 금전적 손실과는 관련이 없고, 업무를 방해할 위험을 초래하기만 하더라도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업무 방해에 대해 "업무의 집행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널리 업무의 경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요. 결국 의도적인 거짓주문 행위는 '업무 경영을 저해한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사기죄' 적용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 혐의(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사기 혐의(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가 형량이 더 무거운데요.

가해자들은 닭강정 33만원 어치를 주문한 다음 결제는 A씨 측에 미뤘습니다. 가해자들은 닭강정집을 기망해 자신들이 결제해야 마땅한 33만원을 A씨 어머니에게 미뤘고 이를 통해 소극적인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업무방해나 사기 혐의의 경우, 닭강정집만이 피해자가 되는 건데요. 사실 네티즌들은 A씨와 A씨 어머니가 더 큰 피해자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50조(공갈)
①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어머니가 결제한 33만원'

닭강정집 사장님이 취소하긴 했지만 앞서 A씨의 어머니가 33만원을 결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법상 공갈죄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공갈죄는 쉽게 말해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돈을 뜯어낸 경우 성립합니다.

A씨의 어머니는 주문하지도 않은 닭강정이 무려 33만원어치나 배달됐는데 결제를 합니다. 따돌림을 당하는 아들을 괴롭히는 가해자들의 행위라고 짐작하고 그냥 결제해버린 건데요. 사실 이번 사건의 핵심이 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공갈이 성립하려면 협박이 전제돼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가해자들이 피해자 어머니에게 '해악의 고지'인 협박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A씨 어머니에게 이런 구체적인 협박 행위가 없어 애매한 점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해악의 고지'를 광범위하게 본다면 어머니가 주문하지도 않은 닭강정 배달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위협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가해자들은 피해자 A씨가 거주하는 주소지를 알고 있었죠. 이렇게 피해자의 신상을 알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행위 역시 A씨와 그의 어머니는 위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전 따돌림 상황 등을 따져보고 어머니의 진술이 뒷받침 된다면 공갈죄 성립도 가능해 보입니다.

참고로 이때 결제 취소와 관계없이 혐의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법률에선 이를 '기수'와 '미수'의 개념으로 설명하는데요. 이미 혐의 성립이 이뤄진 '기수' 행위에 도달했다면 상황을 되돌려놔도 '미수'가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남의 물건을 훔치고 나서 되돌려준다고 해도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강요죄나 공갈죄의 수단인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고,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으며,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등에 기하여 불법한 위세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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