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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기자가 서점주인 되기까지

People / 박은지 부비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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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서점주인 되기까지
독립서점으로 성북구 동선동 힐링스페이스 자리매김


동네(독립)서점의 매력은 ‘번잡스럽지 않음’에 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인테리어, 입고 도서, 영업시간, 도서배치까지 각 서점만의 개성이 담긴다. 우연히 들른 동네서점의 매력에 빠져 ‘나만의 아지트’로 삼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지역의 정취와 어우러져 한층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부비프’(Buvif)가 그랬다.

부비프 외관. /사진=채성오 기자
지난 1월1일 문을 연 부비프는 독립서점이자 성북구 동선동의 힐링스페이스다. 부다페스트, 비엔나, 프라하의 앞글자를 딴 부비프는 도시계획 업무를 하던 정요한 대표와 기자로 일했던 박은지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머니S>는 5년간 기자로 일하다 책방을 낸 박은지 대표를 만나 부비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늦기전에 하고 싶은대로

박 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5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사회에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는 약자의 입장을 대변해 ‘악기의 울림통’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치열한 취재현장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당시를 회상하던 박 대표는 “기자 생활을 하며 많은 경험을 했는데 문득 다른 일이 해보고 싶다고 느껴졌다”며 “서점을 내겠다는 말을 되뇌다 우연한 계기로 그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지에서 들른 동네서점에서 동력을 찾았다. ‘서점을 내기 위해 공간을 마련하고 인테리어를 꾸미는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편견이 무너진 것이다. 소규모 자본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 박 대표는 연인이자 동업자인 정요한씨와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박은지 대표가 부비프 내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박 대표는 “서점을 내자 얘기하고 바로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며 “부동산의 자리를 찾거나 시장조사를 하기보다 앞으로 서점을 열면 장기간 비워둘 수 없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부다페스트, 비엔나, 프라하의 앞글자를 딴 부비프는 그렇게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방에 있는 소도시를 계획했지만 박 대표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행을 다녀와서 바로 오픈하기로 결정했던 만큼 부동산 매물을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서울 곳곳을 돌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들어간 성북천쪽 부동산에서 지금의 매물을 찾았다. 성신여대와 고려대를 나온 두 사장이 20대를 보낸 곳이기도 해 더 의미가 있었다.

박 대표는 “책방을 열기 전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콘셉트였는데 장르별 도서만 팔거나 2주간 한권의 책과 전시를 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서점이 이미 존재했다”며 “숱한 고민을 했지만 이미 나온 것을 따라하기보다는 하고 싶은대로 하면 우리만의 콘셉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점에서 찾은 삶의 만족

부비프는 원목가구를 배치해 동유럽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담한 실내에 비치된 책장에는 주인장 취향대로 배치한 도서, 사진엽서 등이 손님 맞을 채비를 마친채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 이날 인터뷰 도중에도 손님이 방문해 책을 구매하고 돌아갔다. 

박 대표는 “부비프는 연간이나 분기별 회원제로 진행한다”며 “회원이 되신 분들에게는 한달 동안 읽은 책중에 좋았던 것을 골라 서평집과 함께 보내드린다. 포토그래퍼로도 활동중인 남자사장님이 사진서평을 만들고 저는 글서평을 적어 매달 번갈아 드리는 형태”라고 말했다.

부비프의 차별화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끼는 책을 추천하고 편지를 써서 다음 손님에게 전하는 ‘릴레이 비밀책’은 손님이 아무도 없을 때만 구매 가능하며 베일에 가려진 사색 블라인드북을 통해 반전의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시그니처 컬러인 딥그린 띠지를 책에 둘러 소개글을 적어놓는 방식도 부비프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부비프에서 판매하는 블라인드북. /사진=채성오 기자
토크 콘서트, 명상클래스, 드로잉클래스, 낭독 모임 등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이벤트도 부비프만의 감성이다. 싱어송라이터, 일러스트레이터, 독립출판 작가, 플로리스트 등 직업·나이도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책을 주제로 모여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간다. 이번 달에는 지난 7일과 11일 박 대표가 주도하는 필사모임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모임은 생각날 때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며 “일반적으로는 한정된 관계 속에서 살다보니 책방에 모여 주고받는 이야기가 색다르고 재밌게 느껴진다. 토크콘서트 연사로 오셨던 분들 모두 근처에서 자기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1년을 향해가는 부비프의 도전은 계속된다. 최근 출판사 사업자를 등록한 만큼 부비프 대표들이 직접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에세이 형태의 도서를 출간하고 정 대표의 경우 사진기술을 살려 그만의 사진집을 내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출판사를 통해 다른 작가의 책을 출간하는 것도 염두에 뒀다.

박 대표는 “가끔 단골손님들이 2호점을 내보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프랜차이즈보다는 공간을 더 넓히고 싶다”며 “향후 지방으로 내려갈 의향도 있지만 지금은 부비프가 더 잘 되는 모습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은지 부비프 대표. /사진=채성오 기자
인터뷰를 끝낸 박 대표는 개인적인 바람에 대해 얘기했다. 부비프 대표가 아닌 인간 박은지로의 바람에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단순해지고 싶다”며 “단단하고 순하게 늙어가고 싶다는 뜻인데 살면서 나의 편협함 등을 깨닫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순해지자는 의미”리고 말했다.

이어 “서점을 하면서 하루하루에 만족하고 삶을 아끼게 됐다”며 “나중에 백발이 됐을 때 혼자 조용한 공간에서 지난 추억을 회상한다면 가장 빛나던 시절은 지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서점에 있으면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3호(2019년 12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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