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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쌈집에서 배달된 닭발… '고스트식당'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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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배민)이 가져온 혁신은 놀라웠다. 매장 사장님과 말 한마디 섞지 않아도 문 앞까지 음식이 배달되는 세상이 열렸다. 이용자는 늘어났고 등록된 영업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과연 이 속엔 편리함만 있는 것일까. <머니S>는 최근 깃발꽂기 광고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배민의 편리함 속 다른 이면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가짜 리뷰가 난무하고 편법이 판치는 배민의 또 다른 얼굴. 2500만명의 이용자들은 잘 모르는 배민의 민낯을 낱낱이 공개한다.<편집자주>

[머니S리포트-④] 사업자등록 하나로 한·중·일·양식 배달 

#. 음식점 이름은 다른데 ‘상호명’이 모두 같다. 심지어 음식이 만들어지는 주소까지 똑같다. 어떤 집은 하나의 사업자로 5개 이상의 음식점을 등록해뒀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보쌈집에서 만든 떡볶이, 분식집에서 배달된 짜장면을 먹어온 것일까.

김치찜집과 닭볶음창&찜닭, 조선닭볶음탕 모두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대표자와 상호명, 사업자번호로 영업 중이었다/사진=배민앱 캡처
A 부대찌개, B 마라탕, C 월남쌈, D 김치찜….

한국, 중국, 베트남 음식이 모두 한 업소에서 조리된다. 하나의 사업자로 여러 상호를 운영하는 ‘숍인숍’(Shop in Shop) 업체. 일명 고스트식당이다. 배달앱의 성장세를 타고 시장에 진입한 새로운 형태의 외식업종이다. ‘배달의민족’(배민) 측이 한 사업자당 2개 이상의 영업점 등록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조사 결과는 이와 달랐다.

<머니S>가 조사해 본 결과 배민 앱 내에서 같은 상호명과 사업자등록번호로 최대 5개의 색다른 음식점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들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앱 내 한식·중식·일식 등 각각의 카테고리에 여러 상호를 내걸어 주문율을 높이기 위한 이른바 꼼수 전략이다.

서울 은평구 소재 A김치찜집은 김치찜 외에도 월남쌈, 마라탕, 부대찌개 등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B보쌈전문점 역시 닭발과 닭볶음탕을 동시에 판매한다. 심지어 메인인 보쌈전문점의 경우 리뷰수가 적지만 닭볶음탕 매장은 리뷰가 4000개 이상 달리며 ‘맛집 랭킹’ 상위에 올랐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A마라탕 전문점의 경우 같은 동네에서 전혀 다른 상호의 닭볶음탕과 부대찌개, 떡볶이 집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에서 영업 중인 한 돈까스 집은 중식과 분식 찜닭, 치킨 등을 팔고 있다.

상세 정보란을 클릭하자 해당 업체들의 대표자명과 상호명, 사업자등록번호, 주소 등이 모두 동일했다. 하지만 각 브랜드들이 전혀 다른 음식 카테고리에 다른 상호명으로 배치돼 있어 한 업체에서 배달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문제는 이런 고스트식당들이 과열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사업자로 여러 카테고리에 ‘깃발꽂기’를 하면서 주문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배민 앱 한 업주는 “가게명과 상호명이 다르다면 여러 개의 가게명으로 장사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다”며 “상호명이 OO푸드, 주식회사OOO 등과 같이 애매한 이름으로 한식, 분식, 야식, 치킨 등 모든 범위를 넘나드는 업체들이 난립해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외식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갖가지 음식을 다루는 고스트 식당들은 가공식품을 조리해 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식재료의 상태나 주방시설의 청결도도 담보할 수 없다. 배달음식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한 고스트식당 관계자는 “품목이 많으면 조리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재료와 소스를 모두 원팩 시스템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모든 요리를 5분 안에 완성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사무총장은 “배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숍인숍업체는 인건비나 시설 임차비용을 줄이면서 배달앱을 통해 수익을 내는 형태”라며 “시장이 변화하며 새로운 형태의 업종이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건전한 식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2호(2019년 12월10일~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경은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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