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입점업체, 터져 나오는 ‘을의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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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비즈니스가 IT기술과 만나 로켓엔진에 점화한 듯 비상 중이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형성된 초기 쇼핑플랫폼에서 각종 서비스와 콘텐츠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서비스플랫폼 형태로 진화를 거듭한 것. 전세계적으로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거대 플랫폼을 등에 업고 공룡사업자로 성장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바야흐로 플랫폼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머니S>는 진화하는 플랫폼시대 이면에 자리잡은 독과점의 폐해와 탈플랫폼을 외치는 기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또 전문가들에게 플랫폼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지난달 18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업계 _카카오 카풀 도입 반대_ 총파업 모습./사진=뉴스1 DB

[플랫폼 권력] ② ‘포식자의 횡포’는 소비자몫

#1. 중소 화장품업체 A사는 몇년 전 치열한 노력 끝에 국내 대형 헬스앤뷰티(H&B)스토어 B사 입점에 성공했지만 최근 고민이 많아졌다. 입점 후 매출은 상승했지만 B사의 1+1 판촉행사, 할인판매 등 무리한 요청에 애를 먹고 있는 것. 심지어 일정기한까지 신제품을 출시하라는 압박이 들어와 납품 날짜를 맞췄지만 B사 측에서 상품에 만족하지 못해 판매대에 오르지도 못했다.

#2. 웹툰작가 C씨는 대형 웹툰 플랫폼 D사와 계약해 몇달째 원고를 제공 중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원고료를 받지 못했다. D사 측이 원고료 정산을 차일피일 미뤄서다. C씨는 D사 측에서 자신이 불만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아 일명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비자 기호 변화로 다품종 소량생산이 주류가 된 현대사회에서 서비스플랫폼은 수요자가 효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고르는 공간이 됐다. 소비자는 더이상 장바구니를 들고 발품을 팔지 않는다. 플랫폼에 가면 모든 서비스와 콘텐츠가 구비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플랫폼 입점 업체인 '을'의 곡소리가 들린다. 그들에게 플랫폼 입점은 경기불황 속 효과적인 마케팅전략이지만 '갑'의 횡포를 견뎌야 하는 과제가 뒤따른다.

◆"그곳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

네이버나 다음 등 대형포털사이트에서는 쇼핑과 음악 콘텐츠를 모두 이용할 수 있어 굳이 다른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가 없다. 바로 이 편리함을 무기로 서비스플랫폼은 포식자로 성장했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인기 플랫폼에는 더 많은 소비자가 몰린다. 자연스레 입점을 원하는 업체나 사업자가 늘면서 플랫폼은 권력화된다.

첫번째 사례는 국내 대형 H&B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업체 얘기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침투한 요즘, 중소 화장품업체가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그들에게 대형 H&B스토어 입점은 적은 비용으로 최적의 마케팅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입점 업체의 고충도 적지 않다.

A사 관계자는 "1+1행사나 할인기획전 같은 경우 손실을 제조사가 떠맡게 된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주력상품인데 할인행사로 팔면 '떨이 이미지'가 생기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도 플랫폼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힘들다. 우리 같은 군소업체는 대형 플랫폼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점 경쟁도 치열하다. 벤더사(다품종 소량 도매업체)에 웃돈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한 중소업체 사장 E씨는 "벤더사를 통하지 않으면 플랫폼에 입점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며 "벤더사가 오히려 더한 횡포를 부릴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숙박예약, 배달, 부동산 등 예약 및 비대면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앱사업자에 대한 중소업체들의 불만도 크다. 플랫폼 앱 사업모델의 경우 대부분 사업자가 계약체결 시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또한 업체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앱 화면상에서 단계별 차등표시제를 실시한다. 중소업체들은 바로 이 수수료와 광고비가 너무 비싸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홍공단에서 제출받은 '포털광고·O2O 서비스 이용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62.5%가 '광고비 과다'를 불공정행위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월평균 광고비 39만5000원 가운데 앱 광고비용이 29만5000원으로 약 75%를 차지했다. 광고비 대부분이 앱 광고비로 나간다.

숙박앱에 광고를 진행 중인 한 숙박업자는 "초기에는 광고비가 적정한 수준이었지만 숙박앱 방문자가 늘어나자 업체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최상단 광고비가 100만원 수준이었는데 점차 올라 350만원을 넘었다. 이제 최상단 광고는 언감생심이다. 인상률에도 상도가 있어야 하지 않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과도한 광고비 탓에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호텔·모텔 등 50여개 숙박업소가 한 대형 숙박앱에서 탈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소비자의 구매통로를 쥐고 있는 이상, 또 다른 중소업체가 빈 자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플랫폼 독점' 소비자 피해도 양산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소업체들의 볼멘소리가 푸념으로 들릴 수 있다. 소비자는 입맛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해 소비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플랫폼 거대화의 피해는 소비자에게도 돌아간다. 최근 배달앱 이용 가맹점의 배달료 책정은 소비자가 서비스 플랫폼시대에 겪는 폐해다.

사진=여기어때, 직방, 레진코믹스 사이트 및 어플리케이션 캡처

특정업체가 배달 플랫폼시장을 독식하면서 소비자들은 2~3군데 앱에서 음식을 시켜먹는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이런 배달플랫폼에 입점을 안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결국 배달앱에 지불하는 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프랜차이즈업체를 중심으로 배달료를 따로 받기 시작했다.

플랫폼을 이용한 죄밖에 없는 소비자는 졸지에 몇천원을 더 부담하게 됐다. 거대화된 플랫폼에 중소업체들의 부담이 커지며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부담이 돌아간 셈이다. 다른 서비스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배달료 폐해'가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최근 야기된 카카오 카풀 플랫폼 도입에 따른 택시기사 파업도 얼핏 그들만의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불편, 택시요금 인상이라는 반대급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훈 사회문화연구소장은 "서비스플랫폼은 유통구조의 편리함을 함축해 놓은 곳"이라며 "소비자들도 플랫폼 비즈니스의 편리함에 도취돼 그들의 갑질을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볼 때"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6호(2018년 1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보고, 듣고, 묻고 기사로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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