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돈이 되어버린 사회, 인간은 어디로…

[디지털시대의 그림자] ① 기계사회의 인간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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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

[디지털시대의 그림자] ① 기계사회의 인간소외

최근 우리 사회가 탈산업사회,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정보와 지식이 자본과 상품을 대신하는 사회 기제로 자리매김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상품화된 지식과 정보는 옷, 신발, 식품, 기기 등 일반적인 상품과 달리 생산부터 소멸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이 현상은 시간이 흘러 더 많은 정보가 생성될수록 속도가 붙고 정보 습득의 격차도 크게 벌어진다.

현대인은 과거와 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를 접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상정보를 비롯해 유가정보, 주식정보, 업무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한다.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 정보는 인터넷 등 각종 전산망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날것 그대로 쏟아지는 정보를 자신에게 맞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가 됐다. 수많은 정보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는 이제 현대인의 ‘능력’과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정보소외 여전히 문제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편승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악몽이 됐다.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말인 정보격차는 사회적, 경제적, 지역적 또는 신체적 여건으로 정보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기회에 차이가 생기는 것을 뜻한다. 정보를 갖지 못한 사람은 정보를 가진 사람에 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활동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며 정보소외계층으로 전락한다. 정보격차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계층 갈등을 일으켜 사회 혼란을 유발하는 중대한 문제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SA)의 ‘2017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디지털정보격차현황은 종합격차지수 34.9점, 접근격차지수 9점, 역량격차지수 48.1점, 활용격차지수 34.7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4대 정보소외계층은 ▲저소득층 ▲장애인 ▲장·노년 ▲농어민 등으로 이들의 2017년 기준 정보화 종합수준은 일반 국민 100% 대비 저소득층 81.4%, 장애인 70%, 농어민 64.8%, 장·노년 58.3%다.

/자료=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4대 정보소외계층의 정보화 수준은 65.1%로 2016년 대비 6.5% 상승했다”며 “정보격차해소 지원 노력으로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도 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이 국민 평균치보다 낮은 만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지 못해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보 격차가 불편함을 넘어 경제적인 불균형까지 야기한다. 일례로 스마트기기 사용에 익숙한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쉽고 빠르게 저렴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반면 디지털 정보와 기기를 다루는 데 미숙한 이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정보의 차이는 경제, 사회, 문화의 양극화로 인간소외 현상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최근 각 매장에 등장하는 ‘키오스크’를 둘러싼 논쟁이 정보화사회의 대표적인 인간소외현상이다. 맥도날드, 이마트, GS25를 비롯한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백화점, 공항, 공공기관, 소규모 음식점까지 전방위에 도입되는 키오스크는 경영 효율성과 소비자 편의성 재고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정보소외계층이 타인의 도움 없이 키오스크를 사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서울시청 인근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에는 1층에만 3대의 키오스크가 배치됐다. 다른 매장보다 노년층의 비율이 높은 이 매장은 점심시간이 되면 키오스크를 통해 제품을 주문하는 이들과 일반 점원에게 제품을 주문하는 부류로 나뉜다. 점원에게 주문하는 이들은 대부분 노년층이다. 매장이 붐비는 점심시간 내내 관찰한 결과 키오스크로 제품을 주문하는 노년층은 한명도 없었다. 해당 매장을 찾은 정모씨(73세)는 “저것(키오스크)이 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른다”며 “한번 호기심에 젊은이들이 만지는 것을 보긴 했지만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사회통합 위해 정보격차 줄여야

정보격차는 단순히 기기나 정보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성의 문제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누가 더 가치 있고 우월한 정보에 접근해 삶의 기회, 자유, 경제 자원, 사회 지위, 능력 등을 획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정보소외계층이 가치 있고 풍요로우며 민주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불평등을 야기해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다.

전문가들은 사회의 민주적인 가치와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화시대에서 정보소외, 인간소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는 “정보통신기술의 육성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단말기, 정보통신서비스 접근성을 강화하고 이용 및 활용 능력을 향상시켜 정보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으로 전국에 소재한 시청이나 구청, 주민센터, 공공도서관, 학교시설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며 “중앙정부가 나서서 기업, 시민단체 등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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