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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젊음과 시름' 공존하는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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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m 남짓한 폭의 왕복 2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670여m의 직선거리 양 옆 인도에 200여그루의 은행나무가 서 있는 곳. 서울을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의 모습이다. 1990년대에는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로 꼽혔다면 2000년대부터는 신사동 가로수길이 바통을 이어 받아 서울에서 손꼽히는 대형 상권을 형성했다. 분위기는 대체로 활기차다. 언제나 방문객이 넘쳐 좁은 인도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반면 상인들은 낮은 매출과 비싼 임대료의 엇박자에 울상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방문객이 많다고 대뜸 가로수길에 가게를 열었다가 고개를 떨군 상인이 부지기수라고 말한다. 젊음과 시름이 공존하는 서울 대표 상권 가로수길을 걸어봤다.

가로수길. /사진=김창성 기자

◆끊임없는 발길, 활기찬 분위기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은 가로수길로 향하는 첫 관문이다. 신사역은 환승역이 아니지만 가로수길로 향하는 수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대체로 10~20대 여성이 주를 이루고 가끔 외국인관광객도 눈에 띈다. 신사역을 빠져나와 가로수길로 향하는 길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힐 만큼 오가는 이가 많았다.

3분여를 걸어 가로수길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가로수길’이라고 쓰인 커다란 수직 간판이 있었고 외국인관광객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로수길은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황금연휴 기간인 탓에 유난히 찾는 사람이 더 많아보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끝이 보일 듯 말 듯한 은행나무 가로수가 2차선 도로 양 옆에 일직선으로 길게 늘어서 장관을 이뤘다. 가로수 아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리더들의 거리답게 독특한 멋을 뽐낸 이들도 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떡볶이·순대·핫도그 등을 파는 노점상이 없었다는 것. 낮 기온이 25도에 육박하는 이른 더위가 찾아와 사람들의 손에는 부채와 시원한 음료만 들려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다양한 사람이 모여든 만큼 가로수길에 대한 느낌도 제각각이었다.

◆“역시 가로수길” VS “대체 여기가 왜?”

“패션 1번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 입은 옷만 봐도 유행이 느껴져요.”(10대 여성 A씨)
“옷 잘 입는 사람도 많고 예쁜 카페도 많아서 자주 찾는 편이에요.”(20대 여성 B씨)

“자주 오지만 홍대와 별 차이 없어 보여요. 흔한 것들뿐입니다.”(20대 여성 C씨) 
“옷·액세서리·카페, 압구정로데오거리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20대 남성 D씨)

가로수길을 돌며 만난 다양한 방문객의 의견은 둘로 갈렸다. 우선 가로수길을 칭찬하는 이들은 유행의 흐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가로수길 곳곳에 위치한 다양한 디자이너숍과 편집숍, 액세서리숍 등을 통해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스스로 유행을 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서울 이문동에 사는 대학생 장모씨는 “가로수길에서는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며 “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유행을 공감하는 것도 소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상권이라는 평도 있다. 이들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딱히 매력적인 요소를 찾을 수 없는 흔한 상권임에도 늘 사람들이 붐비는 이유가 신기하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서울 흑석동에 사는 직장인 강모씨는 “사람들이 이곳에 유행을 보러 온다는데 가로수길도 그냥 하나의 유행에 불과한 것 같다”며 “뜨는 동네에 너도나도 한번 와보는 느낌 외에는 감흥이 별로 없다”고 평했다.


가로수길. /사진=김창성 기자

◆특색 없는 상권에 양극화까지

이처럼 가로수길 방문객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실제 상권 구성은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상권에 더 가까웠다.

우선 가로수로 둘러싸인 주도로 양 옆 인도에는 패션, 액세서리, 커피숍 등이 자리했다. 길 중간쯤에 있는 ‘가로수마켓’이라는 벼룩시장에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상품 구성은 홍대나 인사동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옷과 액세서리 등이 전부였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대기업 계열 의류매장도 눈에 띄었다. 특히 3층까지 개방된 형태의 콘크리트 건물이 인상적인 한 커피숍의 경우 빈자리가 없음에도 들어가기 위해 가게 앞을 서성이는 이들이 있었다. 작은 골목에 들어가야 그나마 아기자기한 카페 등을 볼 수 있었지만 주도로에 몰린 사람에 비하면 한산한 편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명해진 포털사가 운영하는 캐릭터숍도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에 있는 대형캐릭터 인형은 젊은 여성들이 사진 찍고 싶어하는 장소 중 하나로 역시 촬영대기 인원이 10m 이상 줄지어 있었다.

주도로와 연결된 뒷골목으로 향했다. 앞선 장소가 사람들로 북적였던 반면 뒷골목 매장은 다소 한산했다. 작은 디저트카페와 의류매장 등이 보였고 면적이 큰 매장도 있지만 대체로 주도로의 집객력을 따라가진 못했다. 매장 종류도 주도로 구성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구에서 온 대학원생 한모씨는 처음 가로수길을 찾았지만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바깥쪽(주도로)은 사람도 많고 커피값도 비싼데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오면 예쁘고 값싼 카페도 있다”며 “하지만 그다지 볼거리도 없고 값싼 커피 한잔 마시자고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로수길. /사진=김창성 기자

◆위험하고 비싸서 씁쓸한 곳

가로수길은 대체로 사람들에게 그저 그런 상권이라는 평을 받고 있었고 위험한 데다 비싼 상권이라는 문제점도 지녔다.

우선 가로수길 일대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점은 수많은 인파와 차량이 그대로 공존한다는 점이다. 가로수길은 왕복 8차선 도산대로와 왕복 6차선 압구정로 사이에 위치한 직선거리 670여m의 왕복 2차선 주도로를 중심으로 양옆의 작은 골목이 더해진 곳이다. 평소 수십만 인파가 지나는 길을 차량도 똑같이 지난다.

가로수길을 찾은 최근에도 좁은 골목과 왕복 2차선 도로에는 차량과 인파가 뒤엉켜 있었고 강남 일대에선 흔한 고급 외제차들이 아무렇지 않게 경적을 울리며 사람들을 괴롭혔다. 보행자들 역시 곳곳에 횡단보도가 있음에도 무단횡단을 하며 가로수길 양쪽을 자유롭게 오갔다. 먼 곳에서도 찾는 명소로 거듭났지만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

감당하기 힘든 임대료는 가로수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가로수길 일대 상가 임대료는 대체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지하 1층, 약 115㎡),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0만원(1층, 약 105㎡),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300만원(지하 1~지상 2층, 약 200㎡)등이다.

가로수길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뜨는 상권이라는 말만 믿고 들어왔는데 구경 오는 사람은 많아도 사는 사람은 없어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며 “내 불찰도 있지만 비싼 임대료는 결국 상인을 넘어 상권 전체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나는 그나마 감당할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있지만 크게 수익이 나진 않는다”며 “가로수길은 방문객에겐 한번쯤 와볼 만한 곳인지 몰라도 상인들에겐 벗어나고 싶은 곳”이라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 

머니S 김창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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