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바꾼 광장] 사람 몰려드니 돈도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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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뜨겁다. 촛불을 들고 모인 국민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촛불혁명’으로 불릴 올 겨울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며 ‘광장’이란 공간에 집중한다. <머니S>는 2016년을 마무리하며 ‘광장’을 돌아봤다. 촛불정국뿐 아니라 일상에서 광장이 삶에 어떻게 기능했는지 살펴봤다. 세계사의 중심이 됐던 각국의 ‘광장’도 되짚어봤다. 이를 통해 광장이 가지는 경제·정치·사회적 의미를 재조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내내 외친 창조경제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퇴진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광장에서 구현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는 매번 100만명 이상의 인파를 불러모으며 주변 상권에 대박을 안겨줬다. 

촛불집회로 촉발된 상권 부흥은 비단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의 크고 작은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며 경기불황 속 상인들의 입가에 모처럼 미소가 피었다. 미국의 경제1번지 월스트리트가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몰린다’는 명제를 보여주는 곳이라면 광장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몰린다’는 명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람 몰린 광장, 상권은 웃는다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이번 집회에 참석한 국민은 지난달(1~5차)에만 400만명에 육박했으며 지난 10일(7차)까지 총 750만명에 달했다. 주최 측의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광장 주변 참석자까지 합하면 더 많은 인파가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에 몰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 상권은 모처럼 콧노래를 불렀다. 특히 집회가 토요일에 열려 인근 상권의 음식점, 편의점 등은 밤을 새워 집회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붐볐다. 

세종문화회관 근처에서 호프집을 운영 중인 정모씨(44·남)는 “직장인 상권이 발달한 광화문은 사실 주말장사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편”이라며 “지난달부터 토요일에 많은 손님이 몰려 주말매출이 평소보다 2~3배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최현규 기자

집회는 광화문에서 열렸지만 100만 인파는 서울시청 앞, 을지로, 명동 상권까지 영향을 미쳤다. 을지로역 인근에서 낙지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6·남)는 “지난달 초부터 주말 저녁 매출이 큰 폭으로 뛰어 아예 토요일마다 점심장사도 시작했다”며 “올해 회식예약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았는데 집회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매출 효과를 누렸다”고 밝혔다.

더 큰 효과를 누린 곳은 편의점이다. 식사를 하려는 인파가 저녁시간에 몰린 식당에 비해 편의점은 생수, 소주, 양초, 우비 등 각종 생필품을 사기 위한 손님들로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씨유(CU)에 따르면 지난 3일 광화문 인근 점포들의 양초, 건전지, 삼각김밥, 핫팩 매출은 1년 전보다 각각 79%, 22%, 33%,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시청과 광화문 등지에 20여 점포를 운영 중인 GS25는 지난달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2~3배가량 성장했다. 편의점들은 때 아닌 고객폭주에 평소보다 아르바이트생을 1~2명 더 고용하기도 했다. 

집회가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아예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잠을 청한 사람들도 많았다. 광화문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다동사우나 관계자는 “매주 일요일 새벽, 차편을 놓친 남성고객들로 목욕탕과 수면실이 꽉 찬다”고 말했다.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관계자는 "촛불집회가 한창 진행된 지난달 토요일은 10월보다 투숙 문의전화가 20~3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광화문 인근 상권이 모두 미소를 지은 것은 아니다. 청와대로 향하는 인파를 막기 위해 경찰이 세운 일명 ‘차벽’ 때문에 삼청동 인근은 진입이 막히면서 오히려 매출이 뚝 떨어지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 /사진=임한별 기자

◆도심 상권 밝히는 3대 광장

서울 3대 광장(광화문·서울·청계)은 촛불집회 외에도 많은 행사가 열려 늘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광장은 1년 내내 크고 작은 다양한 행사가 열리며 주변 상권에 영향을 준다. 

서울시청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시청광장은 1년 내내 전시회·공연 등 볼거리 많은 행사가 열려 유동인구가 많다”며 “올해는 촛불집회 때문에 스케이트장 개장이 취소됐지만 매년 개장기간에 많은 시민이 찾아 주변 음식점·커피숍 등이 매출특수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청계천 줄기가 시작되는 청계광장 초입은 중국인관광객 등 해외관광객의 집합소다. 관광객들은 이곳에 모여 청계천 주변을 둘러보며 서울도심의 정취를 감상한다. 초입 근처에 워낙 많은 해외관광객이 몰리면서 아예 인근에 중소면세점이 생기기도 했다. 청계천을 따라 주변에 조성된 종각, 을지로, 동대문상권도 청계광장 효과를 보는 상권들이다.

서울광장. /사진=임한별 기자

◆지속적인 효과 보려면 관광요소 ‘절실’

관광자원으로서의 국내 광장은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 등으로 인파가 몰려 상권은 재미를 봤지만 역으로 집회나 행사가 없으면 지속적인 상권 효과를 보기 힘든 탓이다. 광장 인근으로 기업들이 밀집한 탓에 넥타이를 맨 직장인과 한껏 멋을 낸 관광객이 교차하는 횡단보도는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해외 광장은 지역문화를 절묘하게 버무려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서양의 광장은 시민들이 광장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테이블을 두는 등 공간활용도를 높인 곳이 많다.

이탈리아의 에르베광장은 ‘시민의 식당’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물건과 지역음식을 판매, 관광객에게 어필한다. 벨기에 앤트워프의 마르크트광장도 시민들이 광장 한가운데서 벨기에산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대형테이블과 좌석을 구비해뒀다. 12월에는 연말 크리스마스 마켓도 열린다. 동서양의 문화차이를 감안해야 하나 특색없는 대형프랜차이즈식당과 대기업 빌딩이 주변에 즐비한 국내 광장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광화문·청계광장의 경우 해외관광객이 많이 찾지만 짜여진 여행일정에 따라 방문한다는 인상도 있다”며 “또 서울의 광장은 이순신·세종대왕 동상, 청계천 등을 빼면 딱히 볼거리도 없다. 단순행사를 열어 사람들을 유치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광프로그램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보고, 듣고, 묻고 기사로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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