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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창업] 곡소리 나는 권리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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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에서 권리금은 부르는 게 값이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창업계획을 면밀히 짜도 예산범위를 벗어나기 일쑤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권리금에도 “이만큼의 값어치를 하는구나” 싶어 덜컥 계약했다가 건물주가 바뀌어 가게를 비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억울한 마음에 전 건물주와 전 임차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만 승소를 장담하기 힘들다. 이처럼 창업 길목에서 권리금을 비롯한 각종 소송에 발목 잡혀 꿈을 접는 일이 빈번하다. 


◆창업의 높은 벽 ‘권리금’

“여기저기 알아봐도 제가 가진 돈으로는 권리금은 고사하고 가게 보증금도 못 내요. 몇억은 기본으로 부르더라고요.”

지난해 7년간 다니던 회사에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줄곧 창업준비에 몰두해온 A씨(남·38)는 매번 권리금의 높은 벽과 마주했다. 창업아이템 선정보다 더 힘든 것이 권리금이라는 높은 진입 장벽을 넘는 일이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대기업 조선사에 고무밸브를 납품하는 서울 금천구 소재 중소기업. 적은 월급에도 연말 성과급과 각종 보너스 등을 받으며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했지만 경기불황 탓에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여의도의 한 상가 앞. /사진=김창성 기자

가진 돈은 퇴직금과 그동안 저축한 돈 등을 합쳐 7000여만원. 하지만 그가 가진 돈으로는 창업은커녕 전셋집 하나 구하기도 버거웠다. 퇴직 후 1년 가까이 쉬며 생활비로 까먹기도 했다. 은행대출을 알아봐도 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아내와 어린 딸을 생각하면 백수생활을 빨리 청산해야 하는데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권리금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예비창업자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걸까. 권리금은 이전 사업자의 고객과 영업방식 등 유무형 이권을 형성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보상하는 금전을 뜻한다. 일종의 자릿세인 ‘바닥권리금’, 가게 내부인테리어 등에 들어간 비용인 ‘시설권리금’, 영업 노하우나 매출과 관련된 ‘영업권리금’으로 나뉜다.

권리금은 일종의 ‘임차권 프리미엄’으로 불리며 관례로 굳어졌지만 부르는 게 값이어서 A씨처럼 초기자본이 빈약할 경우 창업을 힘들게 하는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관련법 자체가 분쟁의 씨앗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억 내고 들어와도 ‘낙동강 오리알’

# 의사 B씨는 권리금 2억8000만원을 주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 소재 빌딩에 병원을 차렸지만 6개월 뒤 재건축한다며 건물주로부터 건물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B씨는 전 임차인에게 소송을 걸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 자영업자 C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식당을 연 지 3년도 채 안돼 건물주가 바뀌며 가게를 비우라는 통보를 받고 시름에 잠겼다. 권리금을 3억5000만원이나 주고 들어갔고 인테리어비 등을 포함하면 5억원 이상 투자했는데 투자금 회수는커녕 아직 절반도 못 벌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 같은 권리금 관련 소송이 줄을 잇는다. 과거에는 권리금이 관행으로 여겨졌지만 법적 보호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임차인-임차인간, 임대인-임차인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9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도 상가권리금을 인정받으려는 세입자와 이를 묵살한 재개발조합 간 분쟁이 원인이었다.

권리금 분쟁을 막고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의 영업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5월13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은 ‘세입자가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회수하려는 것을 건물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의무도 지도록 했다.

특히 임차인에게 5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했다. 이는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 이하일 때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건물주가 거절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동안 건물주가 바뀌면 5년 기간을 보장받지 못했지만 개정안에 따라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5년 계약갱신요구권이 보장된다.

건물주인 가수 리쌍과 임차인간 분쟁이 일었던 서울 신사동 소재 한 빌딩. /사진=김창성 기자

◆‘환산보증금’에 상임법 무용지물

상임법 개정에도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환산보증금’ 때문이다. 환산보증금은 상가세입자가 건물주에게 매달 지급하는 월세에 일정 이자율을 적용, 보증금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현행 상임법은 월세에 100분의1(연 12%)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예컨대 보증금이 5000만원이면 월세는 250만원(월 이율 1% 적용, 환산보증금 2억5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서울의 경우 이 법이 적용되는 환산보증금 기준이 4억원 이하다.

따라서 현행 상임법상 건물주와 임차인이 계약 5년 뒤 계약갱신에 합의하면 최소 1년간 계약이 자동연장되지만 서울은 환산보증금 4억원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의 경우 건물주가 계약갱신을 거부하면 임차인은 법에 따라 6개월 뒤 무조건 짐을 싸야 한다.

최근 가수 리쌍이 소유한 건물의 분쟁으로 잘 알려진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을 비롯한 소자본 창업자들은 이 같은 현행 상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실제 지난해 말 서울시가 발표한 ‘2015년 서울시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중대형상가 환산보증금은 평균 3억3560만원이지만 강남권의 경우 5억원을 훌쩍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성이 우수하고 유동인구가 풍부한 상위 5개 상권인 명동·강남대로·청담동·혜화동·압구정동 등의 평균 환산보증금은 7억9738만원으로 하위 5개 상권인 상암동·충무로·용산·동대문·목동 등의 평균 환산보증금(1억3674만원)보다 6배가량 높아 소자본창업의 높은 문턱을 실감케 했다.

여기에 상임법 개정안에 담긴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을 5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해졌다. 초기투자금을 회수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에 최근 국회에서도 임차인 권리보장을 더 강화하는 내용의 상임법 추가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어 소자본 창업자들의 창업 문턱이 낮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 

머니S 김창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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