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덫 유사수신] 3개월 뒤면 흔적없는 '점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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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투자만 하면 원금보장뿐 아니라 고수익까지 확정 지급한다는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유사수신업체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수사·금융당국이 유사수신행위를 없애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불법업체의 근절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법업체의 교묘한 수법과 단속하기 어려운 조직구조, 여기에 현행제도의 허점까지.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이 유사수신행위 피해자를 꾸준히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또 조금이라도 원금을 회수하려는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 유사수신행위 근절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인테리어 갖춘 ‘깔세 사무실’

고수익은커녕 원금까지 빨아먹는 유사수신업체들의 불법영업행각을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이들 불법업체의 경영진은 대부분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사업을 시작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간다. 따라서 고수익에 현혹된 투자자들이 유사수신행위로 인한 피해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유사수신업체의 운영형태는 이렇다. 많은 유사수신업체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그럴듯한 사무실 위치’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인근에 모여있다. 강남권이라는 위치특성을 이용하면 투자자의 의심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적발된 174개 중 대부분의 유사수신업체가 테헤란로 주변인 강남권에 집중됐다. 강남권(강남구 51개·서초구 6개)에 위치한 유사수신업체는 모두 57개로 서울지역의 55.3%를 차지했다.


화려한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도 투자자를 현혹하려는 미끼인 경우가 많다. 강남권에서 이 같은 조건의 사무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점도 유사수신업체가 집중된 이유기도 하다. 이때 유사수신업체 경영진은 이른바 ‘깔세’를 이용해 사무실을 마련한다. 깔세란 임대차계약을 할 때 보증금 없이 선불로 일정금액을 미리 선납하고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이다. 세를 미리 깔고 사용하기 때문에 깔세라 불린다.

보증금이 없고 사무실 임대기간만큼만 금액을 미리 지불한 뒤 투자자를 모집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잠적할 수 있다. 과거 유사수신업체에서 근무했던 A씨는 “요즘엔 사무실을 소개해주는 브로커까지 등장했다”며 “유사수신업체가 짧은 기간에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체 직원은 “역삼역이나 선릉역 근처에 깔세 사무실이 많다. 그럴듯한 내부 인테리어와 집기류가 포함된 실평수 100평짜리 임대료가 한달에 1700만~2000만원 정도”라며 “3개월 이하 계약으로 깔세 사무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망 피하는 3개월 시나리오

유사수신업체는 후발 투자자의 자금으로 선발 투자자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초반에는 고수익을 제대로 지급한다. 사업 초반 입소문을 타면서 투자자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강남권에 집중된 다단계업체의 상위 판매원들이 자신의 파트너 라인을 통째로 데려오는 경우도 흔하다. 이들은 다단계판매 관련 법(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제한하는 35% 수당 이상의 고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에 현혹되지만 대부분 피해자로 전락한다.

투자자 피해는 2~3개월 되는 시점부터 기미를 보인다. 유사수신업체는 목표자금이 모이면 도주를 준비한다. 이때 투자자에게 지급되는 수익금을 줄인다. 일부 불법업체는 수익금 지급지체로 인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주식확인증 등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식확인증은 주식에 대해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할 뿐더러 업체가 도산할 경우 휴지조각이 돼버린다.

이때쯤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경찰에 신고하기 시작한다. 3개월쯤 지나 경찰이 수사를 시작할 때면 유사수신업체 경영진이 모두 잠적한 이후인 경우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업체의 경영진은 대부분 가명을 사용해 수사진행에 애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사수신업체의 경우 대부분 점조직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회사 임직원은 투자자에게 자신의 정확한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임직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극소수의 직원만 알고 지낸다. 주로 비밀을 요하는 조직(범죄단체나 기밀단체 등)이 이런 점조직 방식을 이용해 활동한다.

◆피해 키우는 투자자 ‘떴다방 선수’

유사수신업체가 문제지만 일부 투자자도 피해를 키우는 주범이다. 이들 투자자는 하위투자자 모집이 지체되면 시스템이 무너져 피해자가 속출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의 만행을 저지른다.

이들은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유사수신업체들만 찾아다니며 고수익을 챙기기도 한다. 빠른 정보력을 갖춘 이들은 이른바 ‘떴다방 선수’로 불리며 피해를 키운다. 과거 유사수신업체에서 근무했던 A씨는 “상위 투자자들은 원금의 수배에 달하는 수익을 챙겼다”며 “이들은 유사수신업체가 투자금 모집을 위해 내세우는 사업아이템에 조금의 관심도 갖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법업체와 악덕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유사수신행위가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현행제도의 허점도 피해를 부추긴다. 금감원은 시민감시단과 현장점검관을 뒀지만 혐의업체에 대한 조사·감독권한이 없다. 유사수신 혐의업체가 금감원의 현장조사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면 기본적인 조사조차 불가능하다. 결국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감시의 대부분을 피해자 신고나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상록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투자위험 없이 상식 밖의 고수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유사수신행위는 절대 영속적인 수익이 나올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고수익 보장을 약속하는 투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feelps@mt.co.kr  |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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