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설악, 어디까지 가봤니

송세진의 On the Road – 양양·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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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만에 망경대가 열려 설악에 오르고 싶은 이유가 또 생겼다.   
산 위에 자리 잡은 ‘뮤지엄산’에선 특별한 예술 체험이 기다린다. 
자전거 타고 산 속으로 격하게 달려 보는 것도 좋겠다. 
이번엔 산을 오르고, 산을 감상하고, 산으로 달려간다. 

망경대 가는 길.

◆46년 만에 모습 드러낸 산의 얼굴

설악산 망경대가 개방됐다. 국립공원 지정 후 46년만의 일이다. 지난 10월1일 개방해 11월15일까지 열렸다가 다시 통제구역이 된다고 하니 등산객의 마음이 바빠진다. 망경대는 외설악, 내설악, 남설악에 하나씩 있는 조망대를 말하고 이번에 개방한 곳은 남설악의 것이다. 망경대(望景臺)는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이고, 만경대(萬景臺)는 ‘많은 경관을 볼 수 있다’는 뜻으로 두 이름 모두 쓰인다. 

남설악 망경대에서는 흘림계곡과 주전계곡, 남설악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숨겨졌던 구간인 만큼 길은 좁고 가파르다. 전국의 여행자들이 모두 설악으로 몰린 듯 줄을 서서 오르는 진풍경이 올해도 여전하다. 

망경대 구간은 일방통행 길이라 등산 중 정체현상도 심하다.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망경대까지는 1.15km 거리로, 평지라면 10~15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이렇게 정체가 심한 설악에서는 2시간쯤 오르다 서다를 반복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행자들은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망경대를 담기 위해 산에 오른다. 

사람이 닿지 않았던 구간은 숲의 풍요로움을 자랑한다. 아름드리 나무가 오솔길에 무심히 늘어섰고 높이 솟은 소나무는 건너편 봉우리와 함께 장엄한 풍경을 선사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더니 고사한 나무마저도 숭고한 그림으로 다가온다. 

가끔 정상에서 탄식 소리를 듣는다. 감동보다는 실망에 가까운 소리다. 요약하자면 ‘겨우 이걸 보자고 그 고생을 하며 왔나’다. 46년 만에 개방한 망경대에 어떤 기대를 했는지? 올라오는 동안의 작은 오솔길과 큰 나무들은 그저 등반을 방해하는 장애물이었는지? 좋은 곳에서 좋은 걸 발견하려 하지 않고, 미리 상상한 기대에 결과물을 짜 맞추려 하진 않았는지? 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은 쉽게 과거의 여행지를 지금 있는 곳과 비교한다.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과거의 여행에 갇혀 지내는 습관을 지녔다면 굳이 고생하며 망경대에 오를 필요가 없겠다. 감탄할 줄 아는, 오늘의 여행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소수의 여행자가 감사하며 다녀가기를 망경대 스스로도 바라고 있을 것이다. 

망경대에서 내려오면 오색약수길이다. 주전골 지나 내려오는 길에 시원한 물줄기가 따라온다. 계곡의 돌들은 흰 빛이 유난스럽고, 물색은 초록과 붉은 빛을 품어 다채롭다. 주전골이라는 이름은 예전에 이 계곡에서 승려를 가장한 도둑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어 붙여졌다고 한다. 물이 좋아 산적들이 생활하기에도 좋았을 것 같다. 역시 오색약수다. 철분과 탄산질이 많은 설악계곡의 물로 위장병, 신경통, 피부병, 빈혈에 효력이 있다 하니 산행의 갈증도 해결할 겸 한모금 마셔보는 것도 좋겠다. 

뮤지엄산.
뮤지엄산 엽서 그리기.

◆산 위의 뮤지엄 

‘뮤지엄산’은 산 위의 박물관이다. 이곳은 전시관과 함께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스톤가든, 제임스 터렐관 등으로 구성됐다. 보통 박물관 하면 그 속에 전시된 작품들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아름다운 산과 정원, 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관람자의 마음을 연다. 사람들은 이곳에 다녀와서 무엇을 ‘보고 왔다’ 하지 않고 ‘느끼고 왔다’고 한다. 단지 어떤 전시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즐기고 왔다고도 말한다.

뮤지엄산은 안도 타다오가 만들고 제임스 터렐이 빛을 넣었다. 안도 타다오는 건물과 지형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건축가로 건물이 산과 어우러지도록 설계했다. 7년에 걸쳐 완성한 장기 프로젝트다. 

제임스 터렐관을 본 사람들은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박물관이라고 입을 모은다. 빛과 공간이 협업해 하나의 여정이 되도록 하는 그의 독특한 작품 속에서 관람자는 일종의 신비 체험을 한다. 보통 ‘거기 어땠어?’ 라는 질문에 ‘그냥 가봐, 꼭 가봐’ 라고 밖에 대답하지 못하는, 뭐라 표현하기 힘든 예술의 신세계를 경험한다. 

상설전시관 또한 독특한 볼거리와 체험으로 가득하다. 페이퍼갤러리는 뻔할 수 있는 주제인 ‘종이’ 하나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최초의 종이인 파피루스와 종이예술 작품이 전시됐고 디지털 최첨단 기법을 이용한 체험거리도 있다. 물처럼 떨어지는 글씨를 받고 날려버리는 체험은 직접 하면서도 신비롭기 그지없다. 

아이들은 체험 공방에서 우리 전통 문양 엽서를 만들고, 그 옆방에서는 판화 체험도 할 수 있다. 즐겁다. 특히 안도 타다오의 스케치를 에코백이나 파우치에 판화 체험도 할 수 있다. 

원주레일바이크.
황금오리.

◆산의 품 속, 다급하게 안겨볼까

강원도에는 레일바이크가 많다. 정선, 춘천, 삼척, 정동진, 원주 등의 레일바이크는 폐선로를 이용했는데 주변 풍광이 좋아 일찍부터 인기를 모았다. 

원주레일바이크는 폐역인 간현역과 판대역을 잇는다. 간현역에서 판대역까지 풍경열차를 타고 천천히 오르고 반대방향으로는 바이크를 타고 달린다. 바이크를 타는 구간은 완만한 내리막이라 힘들이지 않고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총 7.8km의 구간에 6개의 터널이 있다. 터널이 있다는 것은 산을 뚫었다는 뜻,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마다 산의 품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이다. 굴을 빠져나오면 비슷한 듯 새로운 산과 물을 만난다. 산으로는 사기막산, 괴골산, 소금산, 간현봉을 볼 수 있고 물은 섬강, 삼산천을 지난다. 특히 간현역에 거의 다다를 때쯤 갑자기 나타나는 섬강과 병풍처럼 둘러진 기암절벽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는 500년 전 송강 정철의 마음에도 특별했나 보다. 

‘한수 돌아드니 섬강이 어디메뇨, 치악은 여기로다.’  - 관동별곡 

어쨌든 이전에는 기차로 순식간에 지나갔을 이곳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좋다. 이제는 지나치지 않고 둘러볼 수 있으니 조금 느려진 속도가 반갑지 아니한가.

[여행 정보]
설악산 오색약수 코스 가는 법 
서울춘천고속도로 – 성산교차로에서 ‘속초, 인제’ 방면으로 우측방향 – 설악로 – 철정터널 – 인제대교 – 인제터널 – 대청봉길 – 오색종합버스터미널 – 택시 등을 이용하여 용소폭포매표소(탐방지원센터)로 이동 

[대중교통]
양양시외종합터미널 – 1번 버스 승차 – 오색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오색약수터: 검색어 ‘오색버스터미널’ /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뮤지엄산: 검색어 ‘뮤지엄산’/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원주레일바이크: 검색어 ‘간현원주레일파크’, ‘간현역’ /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로 163 

설악산국립공원 
문의: 033-636-7700
망경대코스 개방기간: 2016. 10. 1 ~ 11. 15 

뮤지엄산
문의: 033-730-9000
관람시간: (뮤지엄) 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 / (제임스터렐관) 오전 11시 ~ 오후 5시 30분 
관람요금(뮤지엄권): 대인 2만8000원 / 소인 1만8000원 
※자세한 관람시간 및 관람요금은 홈페이지 참고 

원주레일바이크 
문의: 033-733-6600
레일바이크 운행 횟수: 오전 10시 ~ 오후 4시 (총 4회 운행) 
이용요금: 2인승 2만5000원 / 4인승 3만5000원 

음식
황금오리: 생고기로스, 양념, 훈제 등 다양한 오리고기를 황금 불판에 굽는다. 이 불판은 그냥 노란색이 아니라 한달에 한번씩 도금을 다시 하는 황금도금 불판이다. 김치 등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4인 코스(훈제, 생오리, 주물럭, 영양죽) 5만9000원 / 묵은지 토종 닭도리탕 5만5000원 
033-731-0805 /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가곡리 933-2 

메밀꽃막국수: 다양한 막국수를 맛볼 수 있는 집으로 특히 빨간막국수가 이 집의 대표메뉴다. 물회 양념 국물에 말아 먹는 물막국수로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다. 
033-671-9007 /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남문3리6반 4-4 

숙박
스위트호텔 낙산: 낙산해수욕장 바로 앞에 위치하여 객실에서 바다 조망이 좋다. 낙산사, 설악산 등 유명 관광지가 가까이 있어 여행하기 좋은 숙소다. 
033-670-1100 /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해맞이길 84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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