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과주의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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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 기업마다 상황에 맞는 성과중심 임금체계를 도입하면서 이직률을 낮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증권업계와 성과주의는 맞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이직률이 높아졌다.

유전개발지원서비스업체인 코엔스는 2014년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2013년 1.32%였던 이직률을 2014년 1.16%로 낮췄다. 자동포장기계업체 리팩도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2013년 10% 수준이었던 이직률을 2%대로 끌어내렸다. 두 기업은 성과주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증권업계는 이미 성과주의가 보편화됐다. 주식위탁매매(브러커리지)와 투자금융(IB) 등 주요사업에서의 성과지표를 임금체계에 반영한다. 높은 수익률을 낼수록 많은 임금을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성과주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생산성을 끌어올려 수익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증권업계의 이직률은 점점 오른다. 실마리는 계약직에서 찾을 수 있다. 성과주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개인 능력에 따라 이직을 일삼는 계약직 증권맨이 늘어난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오른 자기자본총계 상위 20개 증권사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증권사 전체 직원 3만174명 중 계약직이 6303명이다. 20.8%로 역대 최고수준이다. 2014년 1분기 15.2%에서 지난해 18.6%로 높아진 데 이어 매년 가파른 상승세다.

올 1분기 증권사 직원은 지난해 말 3만20명과 비교해 154명 증가했다. 하지만 정직원은 83명 줄고 계약직은 237명 늘었다. 직원 이동을 수반하는 증권사 지형의 변동이 가속화되면서 한 직장에서 오래 몸담겠다고 생각하는 증권맨이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이뿐만이 아니다. 증권사들의 성과주의가 낳는 폐해도 만만찮다. 불법 자기매매가 대표적이다. 자기

매매는 증권사 직원이 자신 명의의 계좌로 주식을 사고팔아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다. 증권사 직원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본인 명의로 된 계좌 1개로만 자기매매를 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매매내역을 회사에 알려야 한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은 계좌를 소유하거나 차명계좌로 주식을 사고파는 경우가 빈번하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이 늘기 때문에 이를 눈감아주는 경우도 있다. 증권업계는 떳떳하지 못하게 번 돈을 회사와 직원이 나눠 먹는 모습으로 과연 성과주의의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영업관행이 계속되는 한 성과주의는 증권업계에 득이 아닌 독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feelps@mt.co.kr  |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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