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000원짜리 로또 '420원'은 여기에 쓴다

복권의 경제학 / 판매금 어떻게 쓰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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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복권에는 ‘내집 마련’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다. <머니위크>는 월급쟁이들의 영원한 희망인 ‘복권’을 집중 취재했다. 복권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로또판매점의 불편한 진실까지 마주했다. 아울러 로또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당첨비법도 소개한다.

# 지난 8일 ‘로또명당’으로 유명한 서울 상계동의 A 로또판매점을 찾았다. 로또를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는 20여명의 뒤로 다가섰다. 로또 계산대는 출입구 바로 왼쪽에 있었지만 대기줄은 판매점 내부를 한바퀴 빙 돌아 출입구 오른편으로 와서야 그 꼬리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1시간 동안 100명 남짓한 사람이 이곳을 다녀갔고 계산대 위에 있는 단말기는 조금도 쉴 새 없이 로또용지를 토해냈다.


로또 한장. 우리는 5000원을 내고 일주일의 희망을 찾는다. 사람들은 1등 당첨을 꿈꾸며 로또를 구매하고 5000원·1만원씩 모인 판매액은 거대한 기금으로 형성돼 소외계층·저소득층 지원이나 사회복지에 사용된다. 로또 한장에서 발생하는 돈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사용될까. 로또판매점에서 기금운용까지 로또의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

/사진=박민수 기자

◆판매점수수료, 복권 1장당 5.5%

  
현재 로또판매점은 전국적으로 6346개가 분포돼 있다. 명당으로 불리는 판매점도 있는 반면 작은 동네에 위치해 판매량이 미미한 곳도 있다. 명당과 영세판매점의 매출규모는 1000배 이상 차이 난다. 연간 판매액은 이미 3조원을 넘었다. 지난 한해 로또 판매액은 3조489억원에 달했고 올 상반기 판매액은 1조6110억원을 기록했다.

전국의 로또 판매액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로 모인다. 그 중 50%는 당첨금 지급에 사용되고 42%는 기금사업을 지원한다. 나머지 8% 중 2.5%는 로또 위탁사업자인 나눔로또 수수료 및 기타비용에 사용되고 5.5%는 판매점수수료로 지급된다. 판매점이 돌려받는 5.5%는 판매금 1000원 중 55원을 뜻한다. 로또를 한장 팔면 50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5원의 부가가치세를 내게 된다. 지난해 지급된 판매수수료는 1676억원이다(수익 및 분배에 관한 모든 금액은 전체 복권판매액 중 91%를 차지하는 로또에 근거).

나눔로또는 복지위원회로부터 약 400억원의 위탁수수료를 받고 각 판매점에 로또단말기를 대여해주는 등 실무를 담당한다. 기기 대여에 대한 수수료는 따로 없으며 로또용지 역시 판매가 아닌 무료로 제공한다. 일반 프랜차이즈처럼 영업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판매가 부진할 경우 상담을 지원한다.


◆불타버린 주택, 기금으로 신축

전체 판매수익금 중 기금을 위해 사용되는 금액은 약 1조3000억원이다. 이 돈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법정배분사업(35%)과 공익사업(65%)으로 나뉘어 쓰인다. 법정배분사업에 의해 기금을 받는 기관은 지방자치단체, 과학기술진흥기금 등 모두 10곳으로 2002년 로또로 복권이 통합되기 전 각기 개별적으로 복권사업을 운영하던 곳이다. 따라서 현재 복권위원회는 이들에게 통합되기 전과 유사한 규모의 수익을 지원하고 매년 기금사업내용을 평가해 지원금액을 가감한다.

기금은 법에 따라 저소득층·소외계층 지원 등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 지난해의 경우 서민 주거안정 지원에 5380억원, 요보호아동·장애인·불우청소년 등 소외계층 복지사업에 3907억원이 투입됐다. 뿐만 아니라 중증질환 의료비 지원과 아동시설 기능보강사업에도 쓰였다. 

/사진=박민수 기자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장애인 남편을 둔 한옥녀씨(61)의 집은 지난해 10월 가스폭발 및 화재로 집안은 물론 벽과 기둥까지 전소됐다. 장애가 있는 남편이 가스난로를 피우려다 사고가 났지만 수리비용을 감당할 형편이 안됐다. 화상을 입은 남편은 병원에 입원하고 남은 가족은 15만원짜리 월세집을 얻어 지낼 수밖에 없었다. 한씨가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인천광역시가 로또기금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사랑家꿈’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사랑가꿈’은 주택을 수리해주는 사업이다. 이 덕분에 전소된 지 11개월이 지난 올 9월 한씨는 신축공사를 한 새로운 보금자리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복권기금, 해외에선 어떻게…

미국은 교육·공공시설 등 사회서비스를 위한 특정재원으로 복권기금을 사용한다. 예컨대 하버드대학은 미국 최초의 대학으로 복권기금에 의해 1636년 설립됐다. 하버드대학이 세워질 당시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준비 중이었다. 청교도 정신에 입각해 모든 인종과 직업, 신분에 상관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 설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재원부족으로 난관을 겪던 찰나 복권을 발행하면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후 세계 일류대학으로 성장했다.

호주는 복권기금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호주는 레크리에이션 및 스포츠단체 지원, 지역사회개발, 영화제 지원 등의 광범위한 목적에 기금을 활용한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도 이 기금으로 건립됐다. 1930년 당시 호주는 대공황으로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지만 복권판매로 자금을 모았고 그 돈을 바탕으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건설하며 고용창출 및 경기부양에 성공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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