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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1곳 문 열면 2곳 닫는 '치킨게임'

'치킨게임' 시작됐다 / 총성 없는 생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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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닭’이 거리를 점령했다. 4050 은퇴자들이 골목골목 자리잡았다. 하루 1개 꼴로 치킨집을 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2곳은 문을 닫는다. 인생2막 대박창업은 정녕 꿈일까. <머니위크>는 ‘치킨게임’에 빠진 대한민국과 그 한가운데 놓인 점주들의 비애, 프랜차이즈별 전략과 생존법 등을 조명했다.
“치킨집이 총 10개였는데 1곳만 살아남았어요.” 5년 전 내로라하는 치킨프랜차이즈와 계약한 후 자영업자로 나선 A씨(38). 그는 창업 후 폐업까지 3년의 역사를 이같이 회상했다. A씨가 창업한 2010년만 해도 그 일대의 치킨가게는 3곳뿐이었다. 이후 점점 불어나더니 불과 1~2년 만에 각기 다른 치킨프랜차이즈가 10곳으로 늘었다. 한정된 수요에 늘어난 공급.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가맹점주들은 하나둘 치킨사업에서 손을 뗐다. 어느덧 3년. 주인이 바뀌거나 투자비용을 채우지 못하고 나간 가게만 총 8곳. A씨마저 떠난 자리에는 단 1곳의 가게만 주인이 그대로인 채 살아남았다. 

◆1.4개 생기자 1.9개 사라져

그야말로 거리마다 ‘치킨’이다. 기자가 사는 동네의 역세권만 해도 10분 거리에 치킨전문점이 8개로 가장 많다. 이어 커피전문점이 4곳, 편의점이 3곳, 휴대폰대리점이 2곳이다. 어디 기자가 사는 곳뿐일까.

<머니위크>가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치킨프랜차이즈전문점 206개 중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상위 5개 업체(교촌치킨, BBQ, BHC, 굽네치킨, 네네치킨)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및 직영점은 지난 2013년 5232개에서 2014년 5555개로 323개 늘었다. 지난 1년만 놓고 보면 치킨프랜차이즈 5개 업체에 발을 들인 신규가맹점(직영점 포함)은 총 508개로 치킨전문점의 호황을 입증했다. 

/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하지만 매년 증가하는 치킨프랜차이즈의 수만 보고 치킨업계의 경쟁을 얕봐선 곤란하다. 새로 들어오는 가맹점이 있으면 치킨게임에서 고배를 마신 자도 있는 법. 2014년 기준 계약종료(계약기간 만료로 폐점), 계약해지(계약기간 중 폐점), 명의변경(운영권 양도) 등으로 사실상 폐업수순을 밟은 가맹점은 총 697개에 달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1년간 매일 하루에 1.4개꼴로 5개 업체의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새롭게 생겨나고, 매일 1.9개가 폐업을 하거나 가맹점의 주인이 바뀐 셈이다.

그 범위를 3만6000여개(KB카드 개인사업자 가맹 대상-호프점 등 타업종을 병행하나 주판매품목이 치킨인 업체, 닭강정·화닭·파닭·불닭·통닭·바비큐 등 포함)의 치킨전문점으로 넓혀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치킨업종만을 분석한 자료 중 가장 최신자료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국내 치킨 비즈니스 현황분석’(2013)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지난 10년간 매년 7만4000개의 치킨전문점이 신규 진입했다. 이는 치킨전문점의 약 29%가 당해연도에 새롭게 문을 연 것으로, 연구소 측은 “치킨전문점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고객층 확보가 가능해 창업열기가 활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치킨전문점의 창업자 중 67%는 프랜차이즈가맹점을 선택했다.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예비창업자의 경우 독자적인 영업력 확보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제공하는 각종 지원 및 혜택을 선호했다는 것.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들어선 치킨업계에서 ‘사장님’들의 생존은 쉽지 않았다. 치킨산업 내 경쟁강도가 심화되면서 지난 10년간 치킨전문점의 평균 생존기간은 2.7년으로 나타났다. 이를 국내 개인사업자의 평균 생존기간 3.4년, 음식점업의 생존기간 3.2년과 비교하면 ‘치킨게임’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유정완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치킨업계의 구조조정이 빠른 속도로 가시화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안정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지녔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의 무덤’ 오명, 왜?

지난 2013년 서울 중구에 차린 치킨가게를 정리한 A씨. 그는 폐점에 몰린 가장 큰 원인으로 경쟁심화를 꼽았다. A씨는 “내 구역이 보장 안 되니까 근처 프랜차이즈 지점들이 철천지 원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본부에서 ‘상권이 좋은 곳’이라며 소개해도 타 프랜차이즈와 가맹점을 모두 합치면 사실상 60개 이상의 치킨가게가 경쟁을 하는 구조였다”며 “‘이곳은 (동일 프랜차이즈) 사장님 외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권역이 겹치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배달앱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해졌다. 서비스 가격에 따라 배달반경이 넓어져 권역이 무색해진 것이다. 그는 “이를 항의해도 막상 가게를 열고 나면 (본사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책임을 회피한다”고 주장했다.

가맹점관리의 어려움도 점주들이 꼽는 휴·폐업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가맹점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가 빈번하게 교체되다 보니 매장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수원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째 됐다는 B씨(57)는 “대부분 갓 대학을 나온 사회초년생들이 관리자를 맡는 경우가 많다”며 “가맹점주한테 욕 듣고 본사에 들어가면 혼나는 샌드위치 신세에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노동강도도 만만찮다. 진입장벽은 낮지만 치킨 조리 외에도 배달 등을 겸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식당보다 업무가 고되다고 점주들은 토로했다.

이뿐일까. 보수도 만족스럽지 않다. 치킨산업이 레드오션으로 치달은 탓에 2010~2011년 치킨전문점을 창업한 급여소득자의 영업소득(매출원가·임차료·인건비·세금 등을 제외하고 개인사업주가 가져가는 순 연소득)은 창업 전 3300만원에서 창업 후 240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분석했다. 특히 치킨전문점 영업 시 일반적으로 근로에 동참하는 ‘무급’ 가족종사자를 감안하면 실질소득의 하락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주위 점주들을 보면 공무원, 교사, 사무직을 하다가 퇴직하고 나온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퇴직금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소자본으로 열 수 있는 요식업 창업에 몰리지만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에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채희 poof34@mt.co.kr  | 

IT 전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통3사, TV홈쇼핑,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 여러분들의 따끔한 말씀, 혹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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