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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쫄면 신화 쓰는 '3세대 면장수'

People / 정희윤 나드리쫄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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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남대문에서 국수가게를 하던 할머니는 결혼 후 경북 영주로 이주했다. 할머니의 손맛을 물려 받은 어머니는 지난 1986년 영주에서 쫄면가게를 열었다. ‘종갓집’이 몰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경북 북부지역에서 시작한 쫄면가게는 지역 명물이 됐다. 정희윤 나드리쫄면 대표의 '면 3대' 스토리다.

방송 PD였던 정 대표가 가업을 잇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지난해 초. 15년 동안 다큐멘터리와 각종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사람이 '쫄면 장사'에 나서자 주변의 우려가 적잖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물려준 '면 솜씨' 내력이 끊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정 대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집안 내력과 지역 문화를 버무린 면을 만들고 싶었던 1년여 전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쫄면은 본고장 인천에서도 분식의 ‘사이드 메뉴’다. ‘고무줄처럼 질긴 면’이 떠오를 만큼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명확하다. 그런 인식 때문에 분식집 면 종류 중 가장 삶기 어려운 것이 쫄면이다.

정 대표는 쫄면이 고무줄처럼 질기다면 삶는 과정이 잘못된 거라고 지적한다. 1인분, 3인분 등 양에 따라 삶는 시간이 다르고 굵기에 따라 불 조절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 나드리쫄면의 면이 가는 소면 위주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대표가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사업을 구상한 것은 지난해 5월. 면 다음으로 중요한 장은 지난 1986년 개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정 대표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것만 쓴다. 가맹점과 직영점 모두 경북 영주에서 어머니가 담근 수제 장이 공급된다. 분식집의 주된 반찬인 단무지까지 직접 담근 것을 내놓는다.

이런 정성과 고집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가맹 문의가 잇따른 것도 사업화를 결심한 배경이라고 정 대표는 설명한다.


◆ 전국구 맛집 부상한 '영주 명물 쫄면'

음식은 만든 사람의 정성과 손맛이 들어가야 제맛. 그걸 중시한 어머니의 가게 운영 철학을 살려 나간다면 성공할 거라고 확신한 정 대표는 가맹사업을 위해 전국의 유명한 쫄면집 탐방부터 나섰다.

본고장 인천은 물론 내로라 하는 고수를 찾아 광주, 전주, 대전 등지를 찾아 다니며 시식했다. 쫄면 외에도 우동, 냉면, 짬뽕, 라면 등 갖가지 면을 먹어보며 신메뉴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전국을 돌아다닌 이후부터는 레시피 개발에 착수 했다. 나드리쫄면의 수제 장에 어울리는 레시피는 물론 퓨전 쫄면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그렇게 정 대표가 작년 5월부터 지금까지 먹은 밀가루만 2톤이 넘는다.

이렇게 탄생한 메뉴는 매장에서 시식 행사를 통해 검증을 받는다. 메뉴별로 한달 평균 50그릇 정도 시식을 거친 뒤 정식 메뉴로 올린다.

쫄면전문점이지만 유아동반 고객과 젊은 층, 직장인 등 고객 성향을 분석해 돈가스, 만두, 찐빵 등의 사이드 메뉴도 갖췄다. 맥주 안주에 어울린다는 손님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맥주와 궁합이 맞는 세트메뉴도 개발했다. 서울 상수동 직영 매장에서는 "손님이 나드리 쫄뱅이를 사다 달라고 했다"면서 찾아오는 옆집 맥주바 직원을 자주 볼 수 있다.


◆ 가맹점주 생존력 최우선… 선순환 시스템 주력

정 대표는 프랜차이즈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가맹점주의 생존력과 자체 체질 개선’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상생 프로젝트로 진행한 것이 매장의 식자재 비용 절감이다.

평균적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식자재 비용이 차지하는 지출 비중은 38%로 알려져 있다. 정 대표는 가맹점에 쫄면, 쫄면장, 간쫄면장, 돈가스 소스만 제공한다. 나머지 메뉴는 레시피만 알려준다.

“레시피를 익히고 가맹점에서 직접 조리를 하면 식자재 비용 지출을 6% 줄일 수 있고 가맹점주가 직접 발로 뛰면 30%까지 절감할 수 있습니다. 레시피에 맞는 신선한 재료 보존법을 익히면 가맹점주에게 이익이 됩니다. 이런 선순환 시스템이 정착되면 스스로 생존력이 높아져 본사와 가맹점 양쪽 모두가 상생할 수 있습니다."

정 대표는 가맹점에 또다른 모범도 보여준다. 간혹 엄마와 아이가 매장을 찾으면 정 대표가 직접 그 테이블에서 돈가스를 썰어준다. 아이들 챙기느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엄마를 챙겨 매장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주자는 취지다. 이것이 바로 30년 동안 영주에서 정 대표의 어머니가 하던 '엄마의 정' 서비스다.

정 대표는 외식 창업을 고려 중인 예비 창업자에게 충고하는 말이 있다. 주는 입장이 아닌 받는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손님이 음식을 남기고 가면 정 대표는 그 음식을 먹어본다. 음식에 대한 문제점은 물론 그 손님이 먹었을 당시 매장 상황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정 대표는 지금도 어머니의 비법은 물론 요리학원을 다니며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쫄면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정 대표가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리더 셰프’ 철학을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 전 이태리 파스타 요리 과정을 수료한 그는 다음달부터 이태리 소스 과정도 수강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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