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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의 몰락, 질릴 법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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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3월14일 화이트데이. 강남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 앞에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넘치는 '웨이팅'으로 문 밖에까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대기 시간만 무려 3시간. 이런 현상이 강남에서만 연출된 것은 아니었다. 명동이나 홍대, 신촌 등 웬만한 번화가에서도 최소 한두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맛깔스런 서양음식을 앞세운 패밀리 레스토랑이 특별한 기념일이면 꼭 찾게 되는 최고의 외식 장소로 자리를 잡아서다.

#.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난 3월14일 화이트데이, 서울 목동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 오후가 되자 주변 식당은 가족이나 연인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이곳은 테이블 절반가량이 비어있다. 과거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줄을 서서 한두시간이고 기다려야 했지만 요즘은 그런 일이 거의 없다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

한때 외식업계 아이콘으로 꼽히면서 새로운 외식문화 형성에 기여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하고 하나둘 간판을 내리고 있는 것. 과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내수 침체와 외식 트렌드 변화, 획일적 콘셉트라는 삼중고에 빠지면서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사진=머니위크DB

◆‘OUT’(?)되는 ‘아웃백’

최근 외식업계에 따르면 아웃백, T.G.I.프라이데이스, 세븐스프링스 등과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은 외형상 성장이 거의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적게는 3%, 많게는 8%가량 매출 역신장을 보였다.

특히 지역마다 핵심 상권에 위치한 100~200평대(330∼660㎡) 대형 매장들은 매출 하락뿐 아니라 임대료 부담까지 더해져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명사인 아웃백의 경우 양적 성장보단 질적 성장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34개 매장을 차례로 폐점했다. 두달 반 동안 문 닫은 매장 수는 지난해 11월 초 기준 아웃백 전체 매장(109개)의 31.2%에 달한다.

영업 종료 매장에는 서울 명동 중앙점·청담점·광화문점·홍대점·종로점 등 도심 대형 매장이 대거 포함됐다. 부산에서는 센텀시티점·연산점 등이 영업을 종료했고 대구의 칠곡점·상인점, 광주의 충장로점 등도 잇달아 간판을 내렸다.

바른손에 인수된 베니건스와 롯데리아가 품은 T.G.I프라이데이스도 이렇다 할 도약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T.G.I프라이데이스 매장은 전성기 때보다 12% 줄었고, 베니건스 역시 전성기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12개 매장만이 남았다.

이뿐 아니라 코코스, 씨즐러, 마르쉐, 토니로마스 등 한때 잘나갔던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역시 사업을 접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빕스 /사진제공=CJ푸드빌
TGI프라이데이스 /사진=머니투데이DB
아웃백 /사진=머니위크DB

◆왜 ‘지는 별’ 됐나

호황을 누리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이처럼 위기를 맞은 요인은 ‘획일적인 메뉴’ 탓이 크다. 웰빙 열풍과 함께 몸매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것. 자연스레 소비자들은 고열량에 기름진 메뉴로 가득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지 않게 됐다.

또한 반가공 상태로 간단히 조리해 소비자 식탁에 내놓는 패밀리 레스토랑 음식의 경쟁력이 맛집 열풍에 밀렸다. 소비자들은 더 개성 있고 특색 있는 레스토랑을 원했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맛집을 발굴·소개하는 문화도 확산됐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침체와 낮은 가격 경쟁력, 각종 할인혜택 축소 등도 패밀리 레스토랑 몰락에 기여했다. 잘나갔을 당시에는 이동통신사 제휴, 카드 할인, 요일별 이벤트 등 다양한 혜택이 있었지만 매출이 떨어지면서 혜택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아서 가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소비자 김모씨는 “샐러드바도 없는데 가격이 비쌌던 건 사실”이라며 “아웃백은 패밀리 레스토랑 1위를 차지하자마자 매출 일등공신인 통신사 할인을 없앴고 점점 할인혜택이 줄어드니 그 돈 내고 안 가게 되더라”고 말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외식업계 발전에 기여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시장 자체가 너무 획일적으로 정체되면서 지는 시장이 돼버렸다”며 “이젠 개인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도 적은 매장 수로 특색 있게 운영하는 곳이 늘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아졌다. 오늘 저녁 장소가 패밀리 레스토랑이어야 할 이유가 딱히 없다”고 말했다.

◆빕스와 애슐리의 맞춤 생존법

불황 속 호황을 누리는 몇몇 패밀리 레스토랑은 각자의 특징을 내세워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빕스는 점차 세분화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한 콘셉트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3월부터 기존의 역량과 경험을 살려 전 매장을 ‘오리지널’, ‘브런치’, ‘딜라이트’ 3가지로 개편했다. 테마존으로 라이스 존, 디저트 존을 공통으로 운영하고 딜라이트 매장에는 미트 존을 추가 운영한다. 특히 미트 존에서는 폭립 외 BBQ포크햄 뿐 아니라 저녁에는 풀드포크, 구운 소시지 등을 무제한 제공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더욱 강화했다.

또 파스타 주문 시 오픈 키친에서 즉시 만들어 테이블로 제공하는‘투오더(To-order)’제도를 시행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고객 맞춤식’ 운영 전략도 펼치고 있다.

이랜드그룹 계열의 애슐리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를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한식과 샐러드를 포함해 200여가지 메뉴를 구비했지만 가격은 점심 1만원대, 저녁 2만원대.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난 2003년 3개로 출발했던 매장수는 최근 155개로 늘어났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시장을 놓고 봤을 때 패밀리 레스토랑 규모는 작아지는 추세지만 빕스나 애슐리 등은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경쟁력을 잘 다지고 있는 것 같다”며 “라인별 매장 운영, 다양한 메뉴 경쟁력 등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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