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

기부의 경제학 / 송경애 SM C&C 대표가 말하는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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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머니위크>는 연말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나눔문화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즐겁고도 의미있는 기부사례들을 소개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눔을 꾸준히 실천해온 명사 인터뷰를 통해 실천법도 배워본다. 아울러 나눔은 손실이 아닌 득이 됨을 보여주는 특별한 기부 셈법도 살펴본다.
마더 테레사 효과. 남을 돕는 활동을 통해 일어나는 정신적·신체적·사회적 변화를 말한다. 지난 1998년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은 이색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위해 봉사하거나 선한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 선한 목적을 갖고 남을 도왔을 때 도움을 준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기부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상적인 '나눔'"이라는 소신을 갖고 생활 속 기부를 실천하는 이가 있다. 여성 최초로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린 송경애 SM C&C 대표다. 그는 큰 행사를 통한 목돈을 기부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에서 주변인들과 나눔 자체를 즐긴다.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란 별명을 가진 송 대표를 지난 11월26일 서울 종로구 다동에 위치한 기업전문여행사 SM C&C 본사에서 만났다.

 

◆"내가 행복하기 위한 기부"…날마다 나누는 이유

2010만214원. 송 대표가 지난 2010년 2월 한 자선단체에 기부한 금액이다. 하필이면 왜 2010만214원일까. 사실 이 숫자의 비밀은 송 대표의 생일에 있다. 그의 생일인 2월14일을 자축하는 의미다. 그는 자신의 생일뿐 아니라 남편과 두 아들의 생일에도 이런 식으로 기부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두 아들에게 별도의 생일선물을 해준 적이 없단다.

"기념일에 케이크를 사고 외식을 하는 것보다 단돈 1만원이라도 기부가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게 더 행복하잖아요. 특히 두 아들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했을 때 그 아이들이 느낀 감정은 돈을 주고 살 수 없겠더라고요."

기부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미국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자선파티에 아버지를 따라 다녔다. 그의 부모는 남 돕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고 집으로 감사인사를 하러 오는 이들도 종종 봤다. 그래서 자신이 나누고 살면 그의 두 아들도 자연스럽게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큰 아들이 얼마 전 미국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첫 월급을 탔어요.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 남짓 될 거예요. 그런데 아들이 먼저 월급을 기부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뿌듯했죠. 나도 행복하고 내 아들도 행복하고.(웃음)"

그가 기부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다. '누군가에게 밥 한끼를 사주는 것이 얻어먹을 때보다 행복하지 않냐'는 게 그의 나눔방식이다.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기념일에 기부하는 이유는 '오늘이 가장 소중하며 축복받은 날'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 정말 행복한 게 뭘까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명품가방이나 고급 승용차를 소유했을 때 행복감은 길어야 한달이죠. 하지만 기부를 하고 나눔을 통해 얻는 것은 분명 그 이상이에요. 결국엔 본인이 기쁘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란 거죠. 거창한 의미가 아닙니다."

큰 마음을 먹고 목돈을 선뜻 내놓긴 쉽지 않다. 따라서 기부도 연습이 필요하단 게 그의 생각이다. 일상에서 1000원이라도 기부하고 행복을 느낀다면 더 많이 나눌 수 있다는 것. 나눔은 전파되는 것일까. 그의 직원들도 대표의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함께한다.

예컨대 회사 사무실에 비치된 컵라면을 반드시 돈을 내고 사먹게 했다. 더욱이 시중 판매가격보다 200원 더 비싸게 판다. 얼핏 보면 악덕 기업주가 푼돈을 아끼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법하다.

하지만 이 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도 이 가격에 '토'를 달지 않는다. 회사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컵라면을 판매한 수익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 수익금은 전액 복지시설에 기부된다. 매번 연말 회식이나 송년회 대신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송 대표가 직원들과 '나누는 기쁨'을 함께 하고 싶어서다.

"우리 회사엔 '나눔펀드'가 있어요. 직원 몇명이 찾아와 매월 자신들의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 기부펀드를 만들자고 제안하더라고요. 당시 전 그 얘길 듣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나눔은 전염되는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죠."


◆단돈 1000원이라도 나누면 행복해

그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나눠야 하는가'다. 항상 그의 대답은 같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즐겁게 하면 된다"는 것. 어깨에 힘을 빼고 기부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면 되는 것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답답하다고 송 대표는 말한다.

"기부를 막는 것 중 하나가 '기부 피로감'이에요. 기부를 하고 나면 너도나도 기부해달라고 요청할까봐 기부하기 힘들다는 거죠. 혹은 자신의 형편이 좀 더 나을 때 나누고 살겠다는 이들도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그냥 끊임없이 '나누지 않을 변명'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그래서 일상에서 하는 기부가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한번에 목돈을 쾌척하거나 기부할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무거운 생각만 떨치면 일상에서도 충분히 기부활동이 가능하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블로그 방문자 수가 1만명씩 늘 때마다 휠체어 한대씩 기부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올해에만 10대를 기부할 수 있었다.

그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행복한 일상을 보내기 위한 일 중 하나가 나눔이라는 그에겐 의무감이 없어서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행복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건 기자 또한 '테레사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주 hj0308@mt.co.kr  | 

머니위크 박효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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