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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자고나면 'OO데이', 365일보다 많다?

이름이 경쟁력, 네이밍마케팅 / 데이마케팅, 상술인가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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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름은 사람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업들에게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머니위크>는 기업들의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네이밍마케팅을 분석하고 작명자를 만나 네이밍 과정과 의미 등을 알아봤다. 또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OO데이'의 의미를 살펴보고 '데이마케팅'이 단순한 상술인지 고객 마음을 훔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지도 파악해봤다.
데이(Day)마케팅은 유통가의 '조커'다. 유통업체들은 조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지속적인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손에 쥔 조커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문화적 트렌드로 탄생된 날이지만 유통업체들은 덧칠하고 재설정하면서 조커를 뽑아낸다. 심지어는 돈벌이 수단을 위해 정체불명의 조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데이마케팅이 전략과 상술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이유다.

 
롯데마트 한우데이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매달 유통가 찾는 반가운 기념일

데이마케팅의 기본은 명절과 국경일이다. 여기에 이른바 '○○데이'로 불리는 매달 14일(포틴데이)이 추가된다. 1월14일 '다이어리데이'를 시작으로 12월14일 '허그데이'까지 매달 최소한 하루씩 기념일이 존재한다. 또 새로운 기념일들이 더해지면서 유통가는 1년 내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11월만 해도 한우데이(1일), 가래떡데이·빼빼로데이(11일), 오렌지데이·쿠키데이·무비데이(14일) 등 눈에 띄는 새로운 기념일이 사흘이나 된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 한우데이 전일과 당일 이틀에 걸쳐 할인행사를 진행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 동안 100억원 규모의 한우를 판매해 연간 한우 매출의 10%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에 고무된 롯데마트는 올해 행사기간을 5일로 연장하고 전체 물량도 크게 늘리는 등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마트 역시 한우데이 전날과 당일 이틀 동안 한우 500톤을 최대 50% 할인해 내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150억원 이상의 물량을 팔았기 때문에 올해에도 큼직한 수익을 노린 것이다. 지난해 이마트의 한우데이 전일과 당일 매출은 같은 해 10월 한달간 한우 매출의 1.2배였다. 이틀 동안의 판매액이 한달보다 많은 셈이다. 또한 지난해 전체 매출의 10%에 달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한우데이와 같은 이색적인 기념일은 매출상승과 함께 농축산업계를 돕는다는 측면도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기념일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며 "기념일 관련 상품을 기획하면 곧바로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데이마케팅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숫자와 마케팅의 절묘한 결합

사실 한우데이는 단순히 숫자로만 이뤄진 기념일이 아니다. 한우데이는 한자 '牛'(우)에 최고를 뜻하는 '1'(一)이 3개가 들어간 것에 착안해 지난 2008년 전국한우협회가 11월1일을 한우 먹는 날로 지정했다. 이를 국내 유통업체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 축산업협동조합은 축산양돈농가를 살리기 위해 지난 2003년 '3'이 겹치는 3월3일을 삼겹살데이로 정했다. 삼치·참치데이 역시 지난 2006년 해양수산부와 한국원양어업회가 참치 소비확대를 위해 지정한 날이다. 3월7일의 '3·7' 발음이 삼치·참치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지난 2003년 농촌진흥청이 오이농가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오이 먹는 날로 정한 '오이데이'는 숫자 '5·2'가 오이와 발음이 같다는 점에서 5월2일로 정했다. '구구데이'는 같은 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닭고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9월9일의 숫자를 읽으면 닭의 울음소리인 '구구'와 같다는 데서 착안했다. 11월11일 가래떡데이도 의미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06년부터 농업인의 날을 알리기 위해 정한 날이다. 이날에는 농업인의 날의 일환으로 쌀 소비 활성화를 겸한 행사가 매년 열린다.

이외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기념일이 있다. 또한 새로 만들어지는 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숫자조합에 의미를 둔 기념일이다. 기업으로서는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특수인 셈이다. 더구나 이 기념일 중에는 업체가 스스로 만들어낸 날도 있어 일각에서는 '억지 상술'이라는 비난도 쏟아진다.

 
/사진=머니투데이DB

◆돈벌이 수단 위해 만들어진 기념일

상술이 낳은 가장 대표적인 기념일은 '화이트데이'다. 1976년 일본의 한 과자가게는 달걀노른자로 양과자를 굽고 남은 흰자를 이용해 마시멜로를 만들어 팔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한 여성지에 실린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만 있고 여자가 선물을 받는 날은 없어서 불공평하다'는 글을 읽고 무릎을 쳤다.

그는 백화점과 손잡고 여자가 선물 받을 수 있는 날을 만들어 속에 초콜릿이 든 마시멜로를 판매했다. 이날이 1977년 3월14일이다. 이후 마시멜로의 흰색을 따 화이트데이로 이름을 바꿨다. 서구에는 화이트데이가 없고 2월14일 밸런타인데이만 있다. 밸런타인데이는 남녀 구별 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카드나 선물을 주는 날이지만 제과업체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유행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다이어리데이부터 블랙데이, 로즈데이 등 매달 14일마다 기념일이 생겼다. 여기에 3월3일 삼각김밥데이, 8월8일 라면데이, 11월11일 빼빼로데이 등 국적을 알 수 없는 억지 상술로 만들어진 기념일이 수두룩하다.

이 가운데 빼빼로데이는 1994년 부산 여중생들이 숫자 1이 네번 겹치는 11월11일 친구끼리 우정을 전하며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는 의미로 과자 '빼빼로'를 교환한 데서 시작됐다. 이 소식을 접한 롯데제과를 비롯한 제과업체들은 이날을 대대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며 지금까지 치열한 데이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제과업체들은 1이 여섯번 겹친 지난 2011년 11월11일을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고 부르며 기념일 전부터 광고를 쏟아냈다. 그해 롯데제과는 860억원어치의 빼빼로를 팔았다.

이처럼 데이마케팅과 매출의 연관성이 깊다보니 일부 업체와 단체들은 자사 제품과 연관된 특별한 날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짠다.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날짜를 조합하는 데 더 집중한다. 이 같은 상술은 기념일을 챙기려는 소비자의 심리를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비난으로 번졌다.

억지 상술을 앞세워 소비자를 '봉'으로 여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밸런타인데이의 경우 초콜릿 수요가 급증하다보니 생산자가 물량을 맞추지 못해 불량품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사용,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원래 가격의 몇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기념일을 가장한 장삿속'으로 변질된 업체들의 상술이 낳은 결과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성필 feelps@mt.co.kr  | 

산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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