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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일본식 우동 아이템의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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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중순 서울 신촌 모백화점 인근에서 대학생인 딸내미와 만났다. 소중한 딸에게 가을 옷 한 벌 사주기 위해서였다. 만난 시각은 오후 네 시, 어중간한 시간인데 만나자마자 딸이 배가 고프다고 했다.

아직 점심을 안 먹었다는 것이다. 딸은 면식을 좋아한다. 백화점 바로 옆 ‘○○○○제면’에서 우동을 먹기로 했다. 간판 왼쪽에 ‘사누키’라는 글씨가 눈에 쏙 들어왔다. 일본 우동의 메카인 사누키가 메인 키워드다. 식당 안에 들어가니 제면기가 보였고 오픈주방이었다.

종업원이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라고 인사를 했다. 마치 일본 현지에 온 느낌이었다. 식당 인테리어는 좀 어두웠지만 일본식 우동집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다소 기대가 되었다.

◇ 일본에서 직접 투자한 우동 전문점

이 우동집은 일본 현지 우동회사에서 투자한 걸로 안다. 그리고 벌써 여러 개의 점포를 전개했다. 전에 어느 식품회사에서 사누키 우동 FC를 부분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 식품회사는 빵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견기업인데 상대적으로 밀에 대한 관심이 컸던 것 같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그러나 현재 거의 실패하고 일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식품회사들은 외식산업에 관심이 지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외식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고객의 감정적 요소에 대해 파악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모 외식기업도 사누키 우동집을 서울 종로에 열었다가 금방 철수했다. 한국에서 일본식 우동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아이템이라는 반증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우선 가격책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우동은 저렴하다.

물론 토핑 등의 베리에이션에 따라 달라지지만 우동 자체는 비싸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우동 전문점 우동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그런 반면 경기도 분당의 자가제면 사누키 우동집은 현재도 상당히 성업을 하고 있다. 오픈한지 10년 정도 되었지만 지금도 영업이 잘 되는 것 같다. 분당 지역 중산층 고객에게 이 일본식 정통우동이 먹히고 있는 것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는데도.

회사 직원이 여러 해 전 일본 가가와현(香川縣) 취재를 갔을 때 3일 동안 15끼 이상의 우동을 먹었다. 하지만 탈이 안 났고 무엇보다 질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동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외식전문잡지에 매달 연재하는 일본 맛집 전문 블로거가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데 우동이 가장 매력적인 음식이라고 이야기했다. 필자는 그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개인적인 성향도 있지만 일본 음식에 대해 정통한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 몇 해 전 유명한 양대창 전문점 대표에게 신규 외식 아이템으로 자가제면형 우동 전문점을 추천해준 적이 있다. 기본적인 사업기획안도 작성했다. 기획안의 요지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구매력이 좋은 상권에 사누키 우동 콘셉트의 자가제면형 우동집이 부재하므로 우동집을 론칭하면 선점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말해 우동은 수익성이 좋은 아이템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양대창이 수익성이 높았기 때문에 우동을 추천했던 것이다. 그러나 양대창 외식기업에서는 그 후 우동이 아닌 고급 해산물집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는 후문이다. 신규 사업 진행 시, 합리적이고 직관적인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 우동집에서는 주로 튀김류인 덴푸라를 고객이 진열대에서 선택해 주문한다. 텐푸라는 사이드 메뉴이자 우동의 토핑이 된다. 그러나 한국 사람이 식은 덴푸라를 과연 어느 정도 선호할지 의문이 생긴다.

한동안 일본에서도 100엔짜리 우동인 하나마루 우동이 이런 방식으로 성행한 적이 있었지만 최근 별다른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도 생각보다는 호응이 약한 것 같다.

8년 전 서울 강남역 사누키 우동 전문점에서 이런 방식으로 한 번 먹고 다시는 재방문이나 재구매를 하지 않았다. 그 사누키우동 전문점은 전언한 식품회사에서 론칭한 브랜드였다. 그 우동 전문점은 가격이 부담스러운 일본식 우동점일 뿐이었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런 시스템은 한국사람 기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다.

◇ ‘코시 살린 우동’ 먹고파 붓가케우동 주문

이 우동집에서는 전용 제분 밀가루를 사용한다. 한국의 제분기술도 많이 발전했다. 필자는 코시(こし, 면의 탄력)를 염두에 두고 붓가케 우동으로 주문했다. 고기와 달걀이 올라간 니쿠타마붓가케는 6500원이었다. 필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법’을 읽다가 우동을 먹으러 일본 가가와현에 가고 싶은 충동이 든 적이 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자신이 여행했던 장소 가운데 국내외 몇 곳을 소개한 여행수필집,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사누키우동에 대한 인상과 감동을 소개하고 있다. 필자가 아는 한 지인은 이 책을 읽고 사누키우동 한 그릇 먹으러 가가와현을 직접 방문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고. - 2011년 3월 25일 조선일보 인터넷판 기사 중

이집 우동은 코시가 살아 있는 붓가케우동은 아니다. 본시 붓가케우동 혹은 자루우동은 코시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우동이다. 그러나 이 집 우동은 면발의 탄성이 약하다. 더욱이 전분 함유량도 높은 것 같다.

우동 쯔유도 맛깔스러움이 없다. 쯔유는 한국과 일본 소비자의 입맛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업소에서 이를 반영해야 한다. 그런 견지에서 한국 사람의 기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집 니쿠타마붓가케는 그냥 고기 달걀우동일 뿐이었다. 필자가 잘 아는 지방 모 우동집에서는 코시가 살아 있는 붓가케를 먹을 수 있다.

매번 그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붓가케로 주문한다. 사실 필자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붓가케를 주문한 것이다. 딸에게 제대로 된 우동면발을 먹이고 싶어서였다.

일본 현지에서 우동이 매력적인 까닭은 300엔, 400엔 정도에 맛있다는 점이다. 손님에게는 저렴하지만 식당에서도 수익성이 양호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가제면 우동은 아니지만 서울 을지로 3가 인근 <동경우동>이 참 좋은 식당이다. 딸내미가 닭튀김인 가라아게도 기름지다고 촌평을 했다. 딸아이 입맛이 털털한 편인데도 말이다.

튀김의 원천적인 기술은 일본이 한국보다 많이 앞섰는데 일본에서 투자한 우동집 튀김으로서는 평균 이하의 상품력이다. 단지 1000원짜리 유부초밥만 그런대로 합격점이었다.

◇ 먼저, 한국 소비자의 정서 이해해야

음료수 사이즈도 너무 작았다. 어디서 이런 용량의 제품을 구매하는 지 신기했다. 185ml로 딱 한 모금이면 다 마실 양이었다. 고객이 느끼는 야박함은 절대 좋은 인식이 아니다.

외식업계에 들어오기 전, 성공한 어느 외식회사 대표가 강연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다. 일식집에서 콜라 사이즈(200ml 미만)가 작아서 지적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손님 입장에서 ‘절대’ 공감했다. 얼마 전 먹었던 모 스시집 맥주도 용량이 작았다. 스시 자체도 상품력이 떨어졌다.

일부 일실당에서 ‘축소지향縮小志向’을 추구하는 것 같다. 실제로 일본 현지 음식은 축소지향이 아닌데 한국의 일부 일식집들은 축소지향을 고수한다. 필자가 마신 음료수를 제외하고 1인이 먹은 식사비는 1만1200원꼴. 가격에 비하면 만족도가 떨어졌다.

일본 유기농 콘셉트의 프랜차이즈 이자카야도 현지에서 만족도가 좋았는데 강남역에서 론칭한 동일 브랜드의 경우 가격이나 상품력 모두 만족도가 떨어졌다. 한국보다는 일본이 분명히 1인당 GNP가 높아도 음식 가격은 한국이 비싸다.

이 우동집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이나 상품력, 그리고 음료수마저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당연히 재방문은 없을 것이다.

1996년 한국 대기업에서 일본 굴지의 규동 전문점을 도입해 론칭했지만 완벽하게 참패했다. 일본 음식을 국내에 도입하려면 먼저 한국 소비자의 정서와 기호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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