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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인공 손에 쥔 도넛이 '3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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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여주는 PPL, 뭘 보라고…

#. 시골처녀 도보리는 패션그룹 ‘형지’ 회장의 첫째 아들 이재화와 사랑에 빠진다. 도보리는 한복 장인을 꿈꾸며 이복자매인 연민정과 함께 형지에서 주최하는 ‘한복 공모전’에 응모한다. 이재화는 검사직을 그만둔 뒤 형지에 입사해 아웃도어브랜드 노스케이프를 맡으며 회사를 이끈다. 이재화의 철없는 동생 이가을은 올리비아 하슬러 매장 오픈 행사에서 나레이터 모델로 가수의 끼를 발산한다. '백조'였던 이재화 고모는 ‘뽕뜨락 피자’ 가게를 오픈한다. 도보리의 엄마는 이삭토스트에서 토스트와 커피를 판매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 정신과 의사인 지해수와 추리소설 작가인 장재열은 한집에서 살게 된다. 모델 뺨치는 '기럭지'를 소유한 장재열은 파크랜드 옷을 즐겨 입는다. 자신의 방에 들어올 때는 항상 위닉스 뽀송 제습기를 튼다. 이때 홈메이트인 조동민이 들어와 “곰팡이 냄새 안나고 쾌적하다”라는 대사를 은근슬쩍 친다. 지해수와 장재열은 위닉스 정수기 물을 즐겨 마신다. 둘은 가끔 커피스미스에 들러 이야기를 나눈다. 지해수의 엄마는 ‘유가네 닭갈비’를 운영하며 음식 장사를 한다.

최근 방영 중인 ‘핫’한 드라마.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와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속 장면들이다. TV 드라마 속 간접광고(PPL)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진화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브랜드명이 노출될까 청테이프를 붙이거나 상표를 제거해 방송에 내보내곤 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광고하는 ‘실명 PPL’이 하나의 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 '카메라 마사지' 받으면 ‘뜬다’

그 방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주인공이 타는 자동차는 물론 스마트폰, 음료, 정수기, 화장품, 가방, 직업 등에 이르기까지 갖가지가 PPL에 등장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PL을 고려한 내용을 드라마에 집어넣거나 불필요한 장면을 돌발 삽입하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 5월 종영한 MBC 드라마 <더 킹 투하츠>가 대표적. PPL 광고주가 비알코리아(던킨 도넛)였던 이 드라마는 방송 초반부터 도넛에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를 보여줘 눈총을 받았다. 주인공 이승기가 도넛을 좋아한다는 설정 하에 툭하면 도넛을 등장시켰다.

군사훈련을 갈 때도 도넛을 챙겨가고, 심지어 상견례 자리에서까지 도넛을 먹어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종영 후에도 ‘20부작 던킨 도너츠 CF’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현재 방영중인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에는 첫 회부터 한방 샴푸브랜드 댕기머리가 실명으로 노출됐다. 주인공 장혁이 사장인 장인화학의 대표 브랜드로 소개되며 장시간 '카메라 마사지'를 받는 특혜를 누린 것. 친절한 제품 설명 대사도 곁들어졌다. 샴푸 광고 촬영장을 배경으로 “3대째 내려오는 장인의 손길을 머릿결 모근 끝까지 전달한다”는 대사가 등장해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샀다.

 

◆ 노출 수준에 따라 ‘가격 천차만별’

이런 황당한 설정의 PPL을 보고 안 보고는 순전히 시청자들의 선택이었다. 불과 4년 전까지는 말이다. 2010년 방송법이 개정된 이후 그런 취사선택은 사라졌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표, 로고 등의 노출 크기와 시간이 ▲화면의 4분의 1 ▲방송 시간의 100분의5 이내 등 요건을 갖추면 실명 PPL이 가능하다. 그마저도 주인공의 직장으로 설정되는 등의 제작상 불가피한 '자연스러운 노출'의 경우에는 시간 제약을 따로 두지 않았다.

‘협찬’이라는 명목으로 알게 모르게 비춰졌던 간접광고를 공식화함으로써 PPL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첫 해인 2010년 지상파 기준 44억원(방송통신위원회 집계)을 기록했던 간접광고 매출은 2011년 207억원, 2012년 344억원, 지난해 상반기에만 270억원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PPL 단가는 노출 수준과 빈도, 시청률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미니시리즈, 주말극, 일일극 순으로 비싸다. 노출 수위는 총 3단계로 구분되는데 극중 브랜드만 노출되면 1단계, 출연자의 직업이나 의상으로 등장하면 2단계, 극 전개상 에피소드로 들어가는 3단계로 나뉜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광고료가 비싸진다.

노출 수위가 정해지면 그 주체가 주인공인지 조연인지 등으로 세분화돼 가격이 책정된다. 통상 주인공의 직업군에 포함되면 1회에 2500만~4000만원 정도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메인PPL 가격은 5억원 수준”이라며 “그마저도 출연 배우 급에 따라 나뉘는데 톱스타가 출연한 드라마에서는 ‘메인 PPL’ 단가가 10억이 넘은 적도 있었고, 올 초 막을 내린 ‘국민 드라마’의 경우 공식 PPL로만 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 광고주 "돈 낸 만큼 다 보여줘!"

자연스레 돈 있는 광고주가 프로그램 제작에도 관여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고주들은 돈을 낸 만큼 노출을 요구하고 제작진들은 돈을 받은 만큼 보여줘야 하니 흐름에 어긋나는 뜬금 PPL로 이어지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PPL 대행업체 한 관계자는 “노출 단계와 횟수 등을 미리 정한 PPL 계약이 드라마가 제작되기 전부터 이뤄지다 보니 간혹 껴맞추기식 PPL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직접광고보다 PPL 마케팅이 효과가 커 업체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들어가려고 한다. 요즘 인기 드라마는 PPL 사전 경쟁률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지나친 PPL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드라마 한편을 보려면 앞뒤로 줄줄이 붙는 상업광고뿐 아니라 드라마 러닝타임 내내 대놓고 나오는 PPL도 의무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 브랜드별 필요 이상의 마케팅 비용 지출이 결국 소비자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어도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은 드라마가 ‘60분 짜리 광고’로 돌변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광고주, 제작사, 시청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드라마의 질적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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