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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그까이꺼 대충 김치 넣고 끓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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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연장이 안 되자 유경룡 씨는 보석상을 정리했다. 인생의 황금기에 천직으로 여기고 열심히 일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리스크가 크지 않으면서 노년에도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 식당을 차려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음식을 팔 것인지 고민이었다. 그때까지 음식에 대한 지식이나 식당 관련 인맥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식당 개업 3년 만에 <왕릉골 김치찌개>는 막강 김치찌개 전문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흔해빠진 김치찌개에서 발견한 블루 오션

사람의 생각은 비슷한 모양이다. 유경룡 대표도 처음에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염두에 뒀다. 외식업에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없었으니 당연한 판단이었다. 마침 보석상 이웃 점포의 어느 지인 남편이 외식업 프랜차이즈 관계자였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그에게 프랜차이즈 식당에 관한 이야기도 얼추 들었다. 보석상을 완전히 정리한 뒤로는 외식업 창업 강좌를 열심히 수강했다. 틈틈이 관련 서적과 잡지는 물론, 인터넷 검색도 부지런히 했다.

외식업이나 음식 관련 지식을 얻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은 지식 오픈 시대여서 누구나 관심과 열정만 있으면 전문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잘못된 내용을 거를 줄 아는 눈은 꼭 필요하겠지만. 많은 정보와 교육을 받고 난 유 대표는 김치찌개로 승부를 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왜 하필 김치찌개였을까?

“파는 사람이나 사 먹는 사람이나 김치찌개를 아주 우습게 생각해요. 여기저기 다녀보니 김치를 다루는 공장이나 식당이 의외로 허술했습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초보적인 관리마저 하지 않는 곳이 많았습니다. 별 기술도 필요 없고 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 꺼풀 들여다보면 제대로 잘하는 곳이 없었어요. 거기서 김치찌개의 기회를 발견했지요.”

◇ 김치찌개 맛내기는 ‘손맛× 금 저울○’

유 대표는 금을 직업적으로 다뤘던 사람이다. 금을 파고 살 때는 그 무게를 아주 정밀하게 계측한다. 금 저울은 1/100g까지 잴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유 대표는 아주 꼼꼼하고 매사에 빈틈이 없는 성격이다. 전문가를 찾아다니면서 김치 담그는 법과 김치찌개 조리하는 법을 배웠다. 

김치 공장은 물론이고 김치 냉장고 회사 등을 찾아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그런데 손맛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조리법에는 문제가 있었다. 김치 재료의 종류, 염도, 숙성기간, 숙성 온도, 숙성 시 산도, 숙성 용기 등에 대한 기준을 감각에 의존했다.

그러다 보니 김치 맛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들쭉날쭉한 김치 맛의 원인은 기준치의 부재였다. 유 대표는 그때부터 정확한 황금율(기준치)을 찾아내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진정한 스승은 오랜 경력을 가진 권위자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김치를 담가 찾아낼 가장 맛있는 상태의 기준치였다. 

그 기준치가 진정한 스승이라고 믿고 꾸준히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는 객관적으로 수치화 계량화하였다.

유 대표는 짧지 않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몇 가지 김치에 대한 진실을 발견했다. 우선 김치 보관 용기는 김칫독보다 비닐봉지가 더 우수하다는 점이다. 김치의 산패를 막으려면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 

또 김치에 사는 유산균들은 산소와 접촉하면 살 수 없는 혐기성 세균이다. 따라서 공기가 드나드는 장독보다 비닐에 넣고 밀봉한 뒤 낮은 온도를 유지시켜야 유산균이 살아남는다. 유 대표는 맛있는 김치와 김치찌개를 원한다면 장독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비닐봉지를 들라고 한다. 저렴하고 우수한 과학문명의이기를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손맛을 믿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금 저울(?)로 찾아낸 수치를 믿고 의존한다. 숫자는 흔들리지도 거짓말하지도 않는다.

◇ 맛있는 김치찌개의 비결은 다단계 숙성

“우리 식당 김치는 묵은지가 아닙니다. 숙성지이지요. 김치는 담그는 것보다 숙성이 중요하지요. 김치가 오래 묵으면 시어지고 영양소도 감소합니다. 김치가 잘 익었을 때 끓여야 찌개도 맛이 있습니다. 새콤하고 톡 쏘는 맛이 날 때가 적기지요. 유산균과 맛이 최고조에 이를 때 찌개를 끊입니다.”

유 대표는 숨어있는 1인치가 아닌, 숨어있는 김치의 숙성 데이터를 찾아냈다. 그 수치에 따라 김치 담그기는 위생이 담보된 전문업체에 의뢰하고 숙성은 본인이 직접 시행한다. 그의 김치 숙성법은 3단계를 거친다. 우선 담근 김치를 10℃에서 5일간 익힌다. 

이게 1차 숙성이다. 가정에서도 보통 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저온에 보관한다. 그러면 젖산이 생기지 않아 김치 맛이 떫고 씁쓸하다.

1차 숙성이 끝나면 -1℃에서 pH4.3 정도 될 때까지 2개월 정도 숙성시킨다. 이때 김치 맛이 최고조에 달한다. 밥과 함께 먹는 김치는 이 정도 된 것을 쓴다. 그러나 pH3.9에 도달할 때인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찌개용 김치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유산균이 엄청난 속도로 번식하면서 부피가 늘어난다. 그래서 부푼 김치 봉지를 다시 잘 묶어주는 게 중요하다. 김치는 배추 맛이 좋은 종자를 선별해 쓰고 맛없는 여름 배추는 피할 수 있도록 생산과 숙성기간을 조정한다.

찌개용으로 맛이 최고조에 도달한 김치는 더 이상의 과숙을 막기 위해 살짝 쪄서 식힌 뒤 다시 보관한다. 이렇게 하면 숨이 죽고 더 숙성 진행이 안 돼 최상의 김치찌개 맛을 낼 수 있다. 또 찌개를 끓이는 과정에서 오래 끓이지 않아도 돼, 손님의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한 포기 김치가 최고조의 맛에 도달하기까지에는 이런 노력이 숨어있는 것이다.

◇ 김치 세계화의 출발은 과학화에서 부터
이렇게 맛을 들인 김치는 당일 사용할 분량만큼 개봉해 그날 모두 소진한다. 그래야 제맛이 난다. 소고기로 치면 A++에 해당하는 김치다. 보통 A++등급 소고기는 생고기로 구워먹는다. 

▲ 제공=월간 외식경영
이걸 국이나 양념 발라 먹기엔 아깝다. 그런데 김치의 A++등급에 해당하는 걸로 찌개를 끓이는 격이니 찌개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연중 품질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일정하다. 주먹구구식 관리가 아닌 정확한 데이터와 시스템에 의한 관리의 개가다.

김치찌개 1인분 가격이 7000원이다. 어떤 이들은 비싸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유 대표가 김치에 들인 공을 한 번 알게 된 사람들은 결코 비싸다는 말을 못 한다.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이라고 말은 하지요. 그러나 막상 외국인이 왔을 때 엉터리 김치를 내놓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제가 다 얼굴이 벌게지더라고요. 제대로 된 김치를 보여주고 싶어요. 감에 의존해 만든 김치는 품질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데이터에 따라 관리하면 얼마든지 맛있고 균일한 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김치가 세계적인 음식이 되려면 이 점부터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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