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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모던탕반으로 진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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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지를 많이 넣어야 국밥이 맛있어!” 영화 ‘변호인’ 중 배우 송강호의 대사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는 돼지국밥이 많이 등장한다. 돼지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 실질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돼지국밥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변호인’ 최고의 수혜자로 돼지국밥집이 꼽힐 정도다. 최근 국밥집의 브랜드화가 눈에 띈다. 시장 모퉁이, 허름한 곳에서 한 그릇 훌훌 말아 먹던 예전의 국밥이 아니다.
 
기존 국밥이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누구든 먹을 수 있는 간편 음식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 수요를 공략하는 추세다. 콘셉트부터 맛, 매장 인테리어까지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로 진화하고 있다.

◇ 남성 중심에서 여성 고객 쪽으로 차츰 옮겨가는 중
일단 여성 고객층이 눈에 띄게 늘었다. 돼지국밥집에서는 보기 드문 변화 중 하나다. 
 

▲ 돼지국밥 (제공=월간 외식경영)

(주)푸디안에서 운영하는 돼지국밥전문 '돈수백'은 상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여성 고객이 평균 25~30% 가량 차지한다. 여성 혼자 와서 국밥을 먹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젊은 고객 비중도 높아졌다.

부산 지역의 명물로 알려진 돼지국밥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그 동안 썩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특히 여성층을 공략하기 힘든 메뉴였다. 식재료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돼지국밥전문 브랜드를 론칭한 본부들은 그 인식을 깨뜨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일단 대부분 돼지국밥집은 상호나 메뉴명에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주)섬김과 나눔의 '더진국'은 ‘수육국밥 전문점’으로 내세우고 돼지국밥을 ‘수육국밥’이라 일컫는다.
 
'돈수백'은 ‘고품격 명품 돼지국밥 전문점’이라는 콘셉트를 설정해 돼지국밥을 전면에 오픈했으나 메뉴는 ‘돈탕반’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 돼지국밥을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재탄생 시켰다. 누린내는 없애고 기름기를 싹 걷어냈다.
 
서울 사람들에게 친숙한 설렁탕의 모습과 흡사하기도 하다. 사골을 섞어 육수를 내고 소면을 곁들이는 곳도 더러 있다. 메뉴만큼 인테리어에도 모던한 분위기를 입혔다. 카페형을 접목해 여성과 젊은 층의 접근성을 높였다.

서울, 수도권 위주로 한동안 상승세를 보이다 주춤한 설렁탕 또한 다른 종류의 국밥과 함께 재탄생되고 있다. (주)놀부 NBG에서 론칭한 설렁탕 전문 브랜드 '담다'는 기존 설렁탕의 단점을 보완해 맑은 설렁탕으로 어필하고 있다. 다양한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성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해 국밥집 대열에 합류했다.

국밥집은 지금, 기존 남성 중심에서 여성까지 아우르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 국밥은 스테디셀러, 창업의 안정성 부분에 주목
국밥은 늘 먹는 음식이다. 예전부터 먹어왔고 지금 먹고 있고 앞으로도 먹을, 이른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다.
 
순대요리전문점 '본래순대'를 운영하고 있는 (주)도드람FC 김학진 부장은 “대구 따로국밥, 부산 돼지국밥 등 지역을 대표하는 국밥이 많고 특히 대박집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한국인은 국물 있는 음식, 즉 국밥을 선호하는 니즈가 베이스에 깔려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밥은 든든하게 속을 채울 수 있고 안주로도 손색없다. 국밥 아이템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업 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오래갈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다. 캐주얼 치킨전문 '더후라이팬'을 오픈한 (주)H&P System 이정규 대표는 “예비창업자들은 매출 대박보다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부분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며 “안정성에 대한 니즈가 높다”고 말했다.
 
창업 전문가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반짝하는 아이템에 현혹되지 말라’다. 그런 면에서 국밥은 소비가 견고하고 꾸준한 편이다. (주)푸디안 김정덕 본부장은 “국밥집의 단점이 있다면 예상 매출에 도달할 때까지 호프주점, 고깃집 등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소문이 천천히 나는 대신 묵히면 묵힐 수록 잘 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1%라도 매출이 신장하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뚝심을 갖고 오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적어도 단발성에 그치는 창업 아이템은 아니라는 뜻이다.

◇ 국밥은 한국의 패스트푸드?
사실 예비창업자들은 한식 아이템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에서다. 한식은 대체적으로 찬류 등 메뉴가 다채로운 편이다. 국밥의 경우에도 육수를 고아내야 하는 등 주방 일이 무겁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장안대학교 외식산업학과 송흥규 교수는 국밥을 ‘한국의 패스트푸드’라고 정의한다. 일단 제공이 빠르다. 국밥은 ‘한 그릇’으로 단일 아이템이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적다. 미리 준비만 해두면 조리 과정도 간편한 편이다. 계속 끓이고 있다가 주문 즉시 퍼주는 방식이다.

대부분 국밥집에서 주문 후 음식을 제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4분 정도. 빠른 스피드에 영양까지 고루 갖췄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게다가 프랜차이즈라면 주방 오퍼레이션은 더 수월해진다. 국밥 브랜드 본사 대부분 육수를 농축액 상태로 뽑아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일정 비율로 물과 섞어 사용하면 된다. 몇 십 시간을 육수 내는 데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또 국밥은 곁들이는 찬이 거의 없다. 김치나 깍두기, 국밥 종류에 따라 부추와 양파가 전부다. 조리에 대한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푸디안 김 본부장은 “'돈수백'을 창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하다 온 경우가 많다”며 “알고 보면 국밥 시스템이 오히려 낫다고 한다”고 말했다.

◇ 조리 시간 짧아 회전율 높이고 매출 올리고
조리 시간이 짧다는 것은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회전율은 매출과 직결된다. 작은 매장일수록 회전율이 관건인데 소자본·소규모 창업 희망자가 늘면서 국밥 브랜드들은 82.64~99.17㎡(25~30평)부터 매장 오픈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물색 중이다.

돼지국밥전문의 '부산아지매국밥'을 운영하는 (주)제이엘푸드는 조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주방에 뚝배기 온장고를 설치했다. 국밥을 미온 상태로 보관했다가 주문 시 살짝 끓여내면 조리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국밥 적정 온도를 85℃로 정하고 뜨겁지 않게 내고 있다. 조리 시간과 식사 시간을 동시에 단축해 회전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고객의 인식 전환을 위해 ‘국밥이 맛있는 온도는 85℃’라는 홍보물을 이용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송 교수는 “콩나물국밥전문 브랜드 '현대옥'의 토렴(퇴염退染) 방식이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토렴은 밥을 더운 국물에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혀내는 방식이다.
 
음식이 지나치게 뜨겁지 않아 먹기에 좋다. 끓이는 시간이 필요 없어 조리 시간이 단축된다. 끓이는 식의 콩나물국밥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 4분인데 반해 토렴식은 2분정도다. 돼지국밥전문 브랜드 '돈수백'에서도 토렴식을 구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밥에 넣는 달걀도 온도를 낮춰주는 요소로 보고 있다.

본부에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주)놀부NBG 왕우균 과장은 국밥 브랜드를 론칭하는 본사 입장에서 국밥의 단점을 언급했다.
 
왕 과장은 “국밥은 정성과 인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맛을 유지하면서 그 시스템을 단순화, 간편화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며 “본사의 규모와 노하우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또 “임대료 상승은 물론 식재료 원가가 3~5년 터울로 1.5배 이상 오르고 있기 때문에 수익 부분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는 국밥집이 많을 것”이라며 “프랜차이즈 본부 입장에서 쉽게 덤벼들 수 없는 것이 바로 국밥”이라고 덧붙였다.

◇ 원가 경쟁력 뛰어나고 성장 잠재력 높아
무엇보다 국밥은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아이템이다. 고기국밥의 경우 수입산 고기를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부위도 전지 등 원가가 낮은 고기를 쓰고 있다.

특히 순대국밥은 돼지머리와 내장 등 부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가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상대적으로 푸짐함이 더해진다. 콩나물국밥 원가는 말할 것도 없다. 어느 돼지국밥전문점의 경우 돼지국밥 원가는 탕만 1500~1600원 선, 밥 포함 2500원 이하다.
 
수육은 작은 것 기준 식재료 원가가 2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산 프리미엄급 고기를 사용해도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국밥은 반찬이 많이 필요 없기 때문에 원가는 또 한 번 더 낮아진다. 인건비 부담까지 낮출 수 있다.

(주)도드람FC 김학진 부장은 “국밥을 내고 있는 집은 적지 않다”며 “단지 브랜드화가 되어 있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런 점을 감안하면 조금 더 전문성을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브랜드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 교수는 “감자탕을 포함한 국밥집은 전국에 1만 4000여개로 커피전문점이 4만4000여개라는 것에 비하면 현격하게 적은 편”이라며 “그런 면에서 국밥은 성장 잠재력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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