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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서 이물질 나왔는데 증명하라고 한다면…

당신의 밥상은 안전합니까 / 피해보상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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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마땅치 않다. 보릿고개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시절엔 상상도 못할 얘기다. 분명 그 시절에 비해 먹거리는 풍부하고 다양해졌다. 하지만 막상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급식 사고에 파라핀 아이스크림 파동, 농약 김 논란까지. 식품 관련 안전사고는 수년째 '현재 진행형'이다. 아무것도 먹을 게 없다는 자조의 말까지 나온다. 먹거리 공포에 빠진 대한민국. <머니위크>는 정체불명의 식품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사회를 조명하고,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을 잡으려는 업계의 움직임, 그리고 식품 유통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대안 등을 심층 취재했다.


#1. 정답답씨(26·가명)는 최근 A제과에서 파는 빵을 먹다가 치아에 아찔한 통증을 느꼈다. 딱딱한 무언가가 빵 속에 들어있었기 때문.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여긴 정씨는 빵과 이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음날 욱신거리는 치아 때문에 치과를 찾은 정씨는 치아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씨는 A제과 소비자센터에 연락을 취했으나 A사 측은 우리제품 때문에 치아에 금이 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며 증거자료를 제출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2. 나현명씨(28·가명)도 같은 일을 겪었다. 지난해 유명 B마트에서 즉석조리식품용 스파게티를 구매, 조리해 먹던 중 돌처럼 단단한 이물을 씹으면서 치아가 깨져버린 것. 나씨는 즉각 음식물을 뱉어내 이물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봉지 뒷면에 적힌 고객센터로 전화했다. C제조업체 측은 이물회수 후 분석을 통해 배상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했으나 며칠째 감감무소식. 화가 난 나씨는 제품영수증과 증거사진, 진단서를 들고 한국소비자원을 찾았다. 한소원의 중재 끝에 나씨는 이물로 인한 치아 손상을 인정받아 C사로부터 동일제품 교환과 치료비의 80%를 보상받았다.

최근 '먹거리 불안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에게 정답답씨와 나현명씨의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니다. 두사람 모두 외부음식을 먹던 중 이물로 인해 치아가 손상됐지만 정씨는 '블랙컨슈머'로 오해받은 반면 나씨는 정당한 소비자로 피해보상을 받았다. 이들의 차이는 단 하나. '증거사진'을 남겨 인과관계를 증명했는지의 여부다. 
 
/사진=류승희 기자
◆증거자료, 피해보상 여부 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외부음식을 이용하는 도중 함량 및 용량의 부족, 부패 및 변질, 유통기간 경과, 이물혼입, 식중독 등의 부작용, 용기파손 등으로 인한 상해사고가 발생했을 시 구입처와 제조업체, 음식점 등 사업자 측에 제품교환 혹은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특히 식품으로 인한 부작용과 상해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치료비와 경비 등의 피해보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씨처럼 치료비를 받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편에 속한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자사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 이들은 "제조과정에서 이물이 들어가는 일은 굉장히 희박하다", "우리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며 소비자의 과실로 돌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에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먹거리로 인한 피해발생 시 대처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먼저 피해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로 증거사진과 식품포장지, 구매영수증, 의사의 진단서 등을 챙겨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근거자료를 충분히 보관하고 있어야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사업자가 문제가 발생한 음식을 가져간 뒤 폐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증거사진을 미리 찍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자 연락 후 단체 도움 받아야

자료를 준비했다면 이제 사업자 측에 연락을 취해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려야 한다. 제품의 뒷면에는 '반품 및 교환은 본사 및 구입처'라는 부분과 '소비자상담실(고객만족실)의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다. 함량·용량의 부족, 부패 및 변질, 유통기간 경과 등의 사유라면 영수증만 있어도 구입처에서 제품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다. 이물혼입, 식중독 등의 부작용, 용기파손 등으로 인한 상해사고의 경우 사업자 고객센터에 신고하고 피해상황을 접수해야 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고객센터에 피해사례가 접수되면 상황을 확인하고 자사에 귀책사유가 있을 때 일차적으로는 교환 및 환불,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비를 보상한다"며 "소비자보호법에 근거해 만든 매뉴얼을 통해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오리온·롯데제과 등의 제과업체 또한 "소비자보호법에 준해 보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피해사례의 대부분은 사업자와의 합의를 통해 매듭지어진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소비자는 민간 소비자단체나 한국소비자원(이하 한소원)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 소비자단체가 함께 운영하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건강식품, 빵·과자류, 육류, 곡류, 음료, 과일 등 식료품 10종의 상담건수는 총 12만7578건이다.  

한소원과 민간 소비자단체는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맡는다. 양 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피해구제를 진행한다.

소비자가 한소원 측에 피해사례를 접수하면 소송을 제외하고 최대 30일 내로 사건이 해결된다. 한소원은 사업자 측에 피해사례를 통보해 7일 안에 답변을 받고, 당사자들의 입장을 정리해 피해구제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30일 내에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소원 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로 상정된다.

한소원 관계자는 "이물혼입이나 식중독 같은 부작용의 사례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증거자료가 있거나 정황상 사업자의 잘못이 확실한 사례가 아니라면 사업자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워 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분쟁위원회는 법률적인 판단을 우선시한다"며 소비자의 증거자료 확보를 거듭 강조했다. 합의나 분쟁조정 등의 방법으로도 피해를 구제받지 못한 소비자는 최종적으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블랙컨슈머, 너 때문에…"

이처럼 사업자와 소비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진 데는 '블랙컨슈머'의 존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꼬집는다. 블랙컨슈머 활동이 증가하면서 정당한 소비자까지 의심받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

블랙컨슈머란 구매한 상품의 하자를 문제 삼아 기업을 상대로 과도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거나 거짓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꾸며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에 따라 피해보상을 해도 최종책임자를 불러내고 심하게는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블랙컨슈머 때문에 영업을 못하겠다며 울상 짓는 사업자가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11년 블랙컨슈머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기업 10곳 중 8곳은 소비자의 부당한 요구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한상의 관계자는 "소비자의 권익이 강화되고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소비자는 보호대상인 동시에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소비를 할 경제주체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채희 poof34@mt.co.kr  | 

IT 전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통3사, TV홈쇼핑,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 여러분들의 따끔한 말씀, 혹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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