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료' 식자재에 소비자는 속수무책

당신의 밥상은 안전합니까 / 식자재 유통·보관, 무엇이 문제?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먹을 것이 마땅치 않다. 보릿고개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시절엔 상상도 못할 얘기다. 분명 그 시절에 비해 먹거리는 풍부하고 다양해졌다. 하지만 막상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급식 사고에 파라핀 아이스크림 파동, 농약 김 논란까지. 식품 관련 안전사고는 수년째 '현재 진행형'이다. 아무것도 먹을 게 없다는 자조의 말까지 나온다. 먹거리 공포에 빠진 대한민국. <머니위크>는 정체불명의 식품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사회를 조명하고,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을 잡으려는 업계의 움직임, 그리고 식품 유통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대안 등을 심층 취재했다.


#1. 식자재 유통전문 대기업인 CJ프레시웨이는 지난 2006년의 악몽을 기억한다. 당시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이 집단 급식을 맡았던 서울·경기·인천지역의 27개 중·고교에서 1700여명의 식중독 의심 환자가 발생한 것. 당시 보건당국의 조사결과 CJ푸드시스템에 납품된 식자재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2. 한때 외식브랜드 '마르쉐'로 유명했던 외식전문기업 아모제그룹은 최근 유통기한이 지난 돼지고기를 유통·납품하다가 식품당국에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아모제푸드시스템 이천물류센터는 유통기한이 지난 '마늘숙성돼지고기'를 유통했다. 아모제는 이천시로부터 과징금 658만원과 해당제품의 폐기처분 명령을 받았다.

#3. 아모제푸드의 자매사인 아모제푸드시스템(이천물류센터)도 지난해 12월 위생관리 기준(자체위생관리기준 10일 이상 미작성)을 위반해 식약처로부터 과징금 1140만원을 부과받았다. '가장 안전하고 신선한 음식을 제공한다'던 아모제그룹의 철학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자료사진=뉴스1

식품안전은 국민의 생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 먹는 사람보다 외식이나 급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외식과 급식의 비중이 증가하는 동안 식품안전과 관련된 사건·사고도 늘었다. 식자재 유통과 보관의 안전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해 프랜차이즈와 기업체의 구내식당, 학교 등에 공급하기까지의 과정이 식품안전을 보장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현재 식자재를 유통하는 주요업체들은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저마다 다양한 안전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먹거리 안전'을 100% 보장한다며 호언장담할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인력과 시스템 등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된 유통 대기업마저도 납품처에서의 식품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서다.

◆'매입처-식품-시설물-배송' 단계서 안전관리 지켜져야

식자재 유통·보관에 있어 핵심은 '매입처-식품-시설물-배송'으로 이어지는 4대 관리 포인트다. 주요 유통업체의 관리시스템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이 같은 4대 관리 포인트가 포착된다. 냉동·냉장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전국에 배송망을 구축한 식자재유통기업으로는 대기업군의 CJ프레시웨이·동원홈푸드·아워홈·아모제와 중견기업군의 스파이더가 있다.

유통업체들은 첫번째 단계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HACCP) 및 우수농산물 인증, 도축검사증명서, 축산물 등급판정확인서 등을 획득한 업체를 식자재 매입처로 선정하고 이곳을 직접 방문해 생산라인이나 원료를 점검한다.

중요한 것은 매입처의 옥석을 가리는 일이다. 매입처가 HACCP 인증 등 각종 인증을 획득한 것처럼 유통업체를 속이고 유통업체가 이에 넘어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HACCP 인증업체라고 해도 이를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실제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지난 4월14일부터 18일까지 도내 학교급식에 수산물을 납품한 업체 가운데 HACCP 인증을 획득한 122개 업체를 점검한 결과, 이 가운데 원산지를 속여 표시하거나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체가 10곳이나 됐다.

유통업체들은 두번째 단계로 식품의 신선도를 관리한다. 식품 입고 시 용달차가 아닌 냉동·냉장 차량으로 운반된 식품들만 받고, 보관 중에는 적외선 온도 기록계 등을 통해 식품의 신선도가 보장되도록 일정온도를 유지하는 규정 등이 이를 위한 것이다. 상품별 유통기한 관리 역시 신선도 관리에 있어 필수다.

최근 과징금 철퇴를 맞은 아모제푸드시스템은 식품유통기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기한이 지난 상품을 출고해 곤욕을 치른 케이스다.

중견 식자재 유통업체인 스파이더의 정명영 대표는 "식품안전을 보장하려면 입고·보관과정에서의 정온(적정온도 유지)과 유통기간 관리가 필수"라며 "스파이더의 경우 모든 재고상품의 유통기간을 '전산'과 '수기'라는 이중 장치를 통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세번째 단계는 시설물 관리다. 냉동고를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고 벌레와 해충, 쥐 등으로부터 시설물을 보호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네번째 단계인 배송관리 과정에서는 운송차량에 대한 실시간 온도점검 및 대응이 핵심.

이와 관련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냉장(섭씨 0~10도)·냉동(섭씨 -18도이하) 창고의 최적온도를 준수하고 배송차량 온도도 철저히 관리한다"며 "특히 배송차량의 경우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온도 기록지를 첨부하고 여름철에는 소비가 증가하는 팥빙수용 팥, 젤리, 떡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우리는 전국 어느 곳이든 1시간 이내에 배송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입고에서 배송에 이르는 모든 공급체인을 콜드체인시스템으로 운영한다"며 "업계 최다인 10개의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400여대의 수배송 차량이 4300여 거래처에 식재료를 배송하고 이중방열문과 중앙컨트롤시스템 등의 콜드체인을 구축해 냉장은 5도, 냉동은 영하 20도를 항상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진=류승희 기자

◆중간유통상, 세금계산서 없이 싸게 납품 '물의'

하지만 4단계 관리 포인트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식자재 유통사고를 방지하기 힘들다. 냉동창고·차량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소규모 중간유통 상인 가운데 일부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과 접촉해 식자재를 직접 납품하는 과정에서 종종 문제를 빚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간 상인들이 세금계산서 없이, 즉 무자료로 식자재를 공급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며 "이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에게 '세금계산서를 끊지 않는 대신 가격을 낮춰주겠다'고 제안해 식자재를 납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이 냉동차가 5대도 안되는 소규모 사업자들"이라며 "시스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온도관리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며 이들의 무자료 식자재 공급행위 때문에 식품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프라가 약한 중간유통 상인과 먹거리 안전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외식업체 간 결합으로 식품안전이라는 가치가 비용절감에 밀리게 되는 셈이다. 결국 이로 인해 국민의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수연 newsnews@mt.co.kr  | 

'처음처럼'을 되뇌는 경험주의자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 0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