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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면옥향천'메밀 반죽 외길로..쫄깃한 막국수·소바 명성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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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 되면 부산 우동의 메밀 막국수·소바 전문점 '면옥향천' 앞에는 항상 긴 줄이 늘어선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세 시간 기다려야만 이 집의 막국수를 먹을 수 있다. 좌석이 24개에 불과한 작은 음식점이지만 항상 손님들로 꽉 찬다. 

테이블당 회전율은 보통 20회 정도. 막국수와 소바는 여름철에 인기 있는 메뉴지만 이 집은 겨울철에도 손님이 많이 찾는다. 준비한 면이 떨어져 음식을 먹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특히 이곳은 고객의 약 60%가 외지에서 온다. 손님이 계속 밀려오자 '면옥향천' 김정영 대표는 작년 여름, 본점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분점을 냈다.

◇ 쫄깃한 메밀 면발이 특징, 면 400kg 버리며 연구 거듭

'면옥향천'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단연 맛 때문이다. 김 대표는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면을 뽑는다. 이곳의 소바와 막국수는 유난히 쫄깃하다. 메밀 40% 정도를 함유한 면임에도 불구하고 뚝뚝 끊기기보다는 차진 것이 특징. 
▲ 면옥향천 김정영 대표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면의 까칠한 식감과 메밀 향은 그대로 살아있다. 김 대표는 “우동제면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특히 부산 사람들은 면 특유의 쫄깃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그에 맞춘 면발을 개발했다고 한다. 100% 메밀 면의 맛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에게는 다소 이질적일 수 있으나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김 대표만의 아이디어였다.

대중의 입맛에 맞는 면을 개발하기까지는 김 대표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음식점을 운영하기 전 6개월 동안 연구하면서 실패를 거듭했다. 메밀을 40%, 50%, 60% 등 다양한 비율로 섞어보고 적절한 식감과 풍미 등을 찾는 데 주력했다. 

김 대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가차 없이 쓰레기통에 버렸다. 당시 버린 것만 400kg가량 된다. 또 고객에게 메뉴를 낸 뒤에는 그들의 반응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개선하는 데 힘썼다. 그렇게 찾은 면이 메밀을 약 40% 섞은 것이었다.

“제가 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두 가지가 바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과 정통성입니다.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대중이 몰라주면 소용없는 것이지요.”

100% 순메밀 면을 메뉴로 내긴 하지만 주력으로 하지 않는 이유다. 그는 “정통을 모르고 창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대중성과 정통성을 함께 끌고 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정통성이 있어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막국수에 주력한 것도, 소바를 만들면서 우동 제면법을 접목한 것도 이런 곧은 가치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1500만원으로 시작, 20회전 소바집 시초는 제면소

김 대표가 '면옥향천'을 오픈한 것은 2009년. 지인과 동업으로 2년 정도 음식점을 운영하다 의견 차이로 갈라선 뒤였다. 그 때 운영했던 매장 이름이 '면옥향천'이었고 김 대표에게 상표권리가 있던 터라 그대로 가져왔다. 

권리금 없이 49.59㎡(15평)정도 되는 점포를 얻었다. 부친이 소유하는 건물이었다. 일찍이 집안에서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지만 이때만큼은 부친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빚만 3000여만원이었기에 가릴 처지가 못 됐다. 물론 월세는 지급했다.

처음부터 식당을 운영할 생각은 없었다. 상권도 C급 중에서 마이너스라 음식점을 하기에는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다. 할 줄 아는 것은 면을 만드는 일이 전부. 제면해서 면을 갖다 팔겠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열었다. 

면을 만들면서 동네주민들에게 국수를 팔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먹고 사는 게 급급했던 것도 있지만 음식을 해서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것이 마냥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물, 비빔 막국수 2가지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해 겨울부터 소바를 제면하기 시작했고 메뉴로도 구성했다. 그것이 지금의 '면옥향천' 모태였다.

창업에 든 비용은 2000만원. 실제 투자비용은 1500만원이었고 500만원은 여윳돈으로 쥐고 있었다. 아내와 둘이서 시작했기 때문에 인건비는 따로 들지 않았다. 

‘의도치 않게’ 제면소에서 음식점으로 탈바꿈하게 됐지만 '면옥향천'은 오픈 초반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2007년 동업했을 때 오던 단골이 수소문해 많이 찾아왔다. 작년에는 2층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김 대표의 목표는 늘 ‘자신’이다. “누구보다 잘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절대 가치를 넘어서야지요.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제가 뛴 기록을 단 몇 초라도 단축하면 되는 것이지요. 제가 지금 내는 음식보다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려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면을 직접 반죽해내는 것도 부족해 2012년 봄부터는 메밀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충남 논산에서 3000평가량의 농지를 임대해 메밀을 지인에게 위탁, 계약재배하고 있다. 파종과 수확은 김 대표가 직접 한다. 김 대표는 “메밀은 땅 넓이에 비해 수확하는 양이 적어 5만여평은 돼야 매장에서 사용할 양이 나온다”며 “조만간 2000여평을 더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가생산에 이어 이번에는 자가제분(製粉)까지 욕심냈다.
▲ 면옥향천 메밀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김 대표가 요즘 기분이 좋은 이유다. 더 맛있는 소바와 막국수를 손님에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300kg정도 되는 맷돌을 주문 제작하는 등 지난 달 말, 매장에서 직접 메밀을 빻아 가루로 낼 준비를 마쳤다. 

김 대표는 “메밀가루는 산화가 빨라 제분한 지 1주일 안에 써야 풍미를 잡을 수 있다”며 “매장에서 직접 제분해 풍부한 메밀 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제분하면 적어도 두 배 이상은 맛이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조미료는 바로 정성”이라며 “정성을 기울였을 때 그 조미료가 고객에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김 대표가 지금의 상황에 만족해하지 않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고 있는 이유다. 대중성에 이어 정통성을 위해 한 발씩 내딛고 있는 과정이다.

◇ 마라톤하며 체력 기르고 초심 다지는 마라톤 마니아

“요리가 좋아서 이쪽 일을 시작했고 즐거움과 더불어 성취감까지 있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지요.”

김 대표가 하루 16시간씩 일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요리가 좋기 때문. 김 대표는 1996년 부산의 유명 우동전문점에 근무하면서 외식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5년 동안 사누키 우동을 전문으로 배우면서 본인이 원하는 우동 면발을 뽑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그는 지금 메밀 면을 다루고 있다. '면옥향천' 오픈 당시 밀가루, 소금, 설탕이 몸에 해로운 3백(白) 식품으로 알려지며 좋지 않은 인식이 생겨났기 때문. 우동은 밀가루와 소금을 주로 사용하는 메뉴라 ‘건강한’ 음식을 지향하는 그의 철학과는 맞지 않았다. 

고민 끝에 메밀을 선택하고 소바와 막국수를 메뉴로 구성했다. 냉메밀국수인 모리소바(6000원), 막국수(6000원)와 비빔막국수(6500원), 메밀 100%인 순메밀막국수(1만원) 등을 내고 있다.

요리가 아무리 좋다 해도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다. 김 대표를 지탱하는 동력은 바로 마라톤이다. IMF가 터진 1998년, 다니던 회사가 부도를 맞고 동시에 직장을 옮기면서 의기소침해 있던 자신을 발견했다.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 무모하지만 가혹한 상황에 자신을 내던졌다. 마라톤의 시작이었다. 당시에는 모진 결심이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그 경험이 오히려 약이 됐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 지금까지 받은 상금만도 3000만원정도. 

그는 “상금이 3000만원정도지만 그를 위해 드는 신발 값은 5000만원정도 될 것”이라며 “결과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노력이 든다는 이치를 깨우쳐주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힘이 들거나 나태한 생각이 들 때면 김 대표는 마라톤을 하면서 초심을 다진다.

◇ '면옥향천' 창업 포인트

콘셉트 : 메밀 막국수·소바 전문점
평수 : 창업 당시 49.59㎡(15평), 현재 99.17㎡(30평)
비용 : 1500만원(점포세 포함, 보증금 無, 여윳돈 500만원 별도)
창업 포인트 : C-급에서 제면소로 시작, 오픈 초반부터 손익분기점 넘어서고 여름 평균 회전율 20바퀴(좌석 수 24개), 2012년 여름 직영점 오픈, 자가제면·생산·제분하며 규모 넓히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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