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증권사, 내년에도 볼 수 있는 사장님은?

상위 증권가 절반 내년 3월 임기 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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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여의도 증권가에서 수장 교체의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유례없는 불황으로 증권사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몇 달 뒤면 임기가 끝나는 증권사 대표이사들의 교체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20개 증권사의 CEO 23명(3사는 공동대표) 가운데 10명이 내년 3월 주총을 전후로 임기가 만료된다.

연임 가능성도 있지만 교체설이 솔솔 나오는 이유는 '실적악화'에서 자유로운 증권사 CEO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한번 더' 혹은 끝?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 이현승 SK증권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김용범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임창섭·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 전상일 NH농협증권 사장 등이 내년 3월 주총을 전후로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 부임한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의 경우 임기가 내년 2월까지다. 신한금융투자의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는 신한금융의 회장 선임이다. 신한의 경우 그간 신임 회장이 선임되면 자회사 경영진도 새 인물로 교체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후보는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 서진원 현 신한은행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재우 전 신한카드 사장 등 모두 5명인데, 금융권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미래에셋의 '개국공신'이기 때문에 연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변 사장의 경우 지난해 6월 대표이사 전무로 임명된 후 올 3월 사장으로 승진했고 조직개편이 진행됐기 때문에 연임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이 근래 미래에셋의 최고경영진을 1년이 채 안돼 교체하는 등 잦은 인사를 단행한 바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최현만 부회장이 사임한 지난 2011년 5월부터 '조웅기·김신→조웅기→조웅기·변재상'체제로 3차례에 걸쳐 대표체제를 변경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의 경우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취임 이후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대주주 오너가 지배하는 증권사이기 때문에 이후 향방은 이어룡 회장의 '의중'에 달려 있다.

지난 2008년 6월 선임돼 3번이나 연임 행진을 이어온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의 경우 별다른 일이 없다면 연임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된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의 연임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주총 당시 동부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지난해 실적이 좋아 한차례 연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동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08억원으로 전년대비 846%나 증가했다. 이는 보유하고 있던 동부생명의 주식 매각대금 603억원이 영업이익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매각대금을 제외하고 남은 영업이익 305억원 또한 전년보다 218% 늘어난 금액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약간 달라졌다. 동부증권의 올해 4~9월의 영업손실은 25억1431만원, 반기순손실은 24억81만원이다. 따라서 고 사장의 연임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지금까지 연임 행진을 해온 이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지난 1998년부터 부국증권,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등을 거치며 12년에 걸쳐 대표이사직을 수행해 '직업이 CEO'라는 별명을 가졌던 김지완 전 하나대투증권 사장도 지난해 CEO 세대교체 바람에 물러나기도 했다. 몇차례나 연임에 성공한 대표이사들도 '반석' 위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김용범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연임이 확정됐다. 지난 6일 메리츠금융지주는 김 사장이 내년에 지주의 대표이사와 종금증권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오는 2014년 3월에 연임과 더불어 지주사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된다.

증권업계가 불황에 빠진 가운데 업계 15위권인 메리츠종금증권이 올해 상반기(3~9월) 당기순이익 361억원이란 기록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 김 사장의 연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 불안에 떠는 증권가

이처럼 증권사의 수장 교체 바람이 우려되는 것은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지난달 11일 일제히 2분기 실적(잠정치)을 발표한 삼성·KDB대우·우리·한국·현대 등 5대 증권사(한국투자증권은 8일) 가운데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한곳도 없다. 특히 현대증권과 KDB대우증권은 전년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지점수와 인력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30일 기준으로 증권사, 선물사, 자산운용, 투자자문·일임 등 '증권업계'로 통칭할 수 있는 업권의 직원은 총 4514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수가 총 4625명이었음을 감안하면 9개월 사이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증권업계를 떠난 것이다.

지금도 증권업계가 너나할 것 없이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진행 중임을 감안하면 12월 현재 업계 종사자는 공식 집계 이상으로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며 낮은 점수의 '성적표'를 받아든 CEO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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