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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별세] '풍선껌'으로 일군 재계 5위 경영 신화… '파란만장' 인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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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격호 명예회장의 젊은시절/사진=롯데그룹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4시29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맨주먹으로 재계 5위 기업을 일궈낸 신 명예회장 별세로 ‘창업 1세대 경영인’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신 명예회장은 식민지시대에 일본 유학 중 소규모 식품업으로 출발해 한‧일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의 대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맨 손으로 일궈낸 창업 신화… ‘롯데’의 탄생 

신 명예회장은 1921년 10월 4일(음력) 경남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에 배움을 열망하던 청년 신격호는 1942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팔이, 우유배달 등의 일을 하면서 일본 와세다 대학까지 고학생활을 시작했다. 

첫 사업이 폭격으로 공장이 전소되는 시련을 겪지만 허물어진 군수공장에서 비누를 만들어내면서 진정한 사업가의 길에 들어선다. 워낙 물자가 부족한 시절이라 1년도 채 안되어 적지 않은 돈이 들어온다. 사업가 신격호의 타고난 재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바로 이때부터.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자 껌은 일본에서 갑자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청년 사업가 신격호도 타고난 사업 감각을 발휘해 껌 사업에 뛰어든다. 워낙 껌이라면 없어서 못 팔던 시절이라 신격호 명예회장은 큰돈을 번다. 그는 드디어 자본금 100만 엔, 종업원 10명의 법인사업체를 만들게 된다. 이때 회사 이름 ‘롯데’가 탄생한다. 

문학에 심취했던 청년 신격호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롯데라는 이름을 따온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감수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961년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가정에서 손님 접대용 센베이가 초콜릿으로 대체될 기미가 보이자 초콜릿 생산을 결단한다. 초콜릿 산업은 과자 사업 중에서는 중공업이라고 일컬어 질만큼 제조방법이 까다로웠다. 

신 명예회장은 유럽에서 최고의 기술자와 시설을 들여오면서 초콜릿 시장을 장악하고 이것이 롯데가 종합메이커로 부상하는 밑거름으로 된다. 이후 롯데는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듭한다.

◆모국 투자의 시작… '롯데제과' 설립 

“새롭게 한국 롯데 사장직을 맡게 되었사오나 조국을 장시일 떠나 있었던 관계로 서투른 점도 허다할 줄 생각되지만 소생은 성심성의, 가진 역량을 경주하겠습니다. 소생의 기업 이념은 품질본위와 노사협조로 기업을 통하여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입니다." (1967년 한국 롯데제과 설립 당시 신격호 롯데회장 인사말)

일본에서 기업인으로 자리잡은 그는 다시 고국땅을 밟고 투자에 나섰다. 한·일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해 모국투자를 시작했다.

롯데제과에 이어 롯데그룹은 1970년대에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現 롯데푸드)으로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발전했으며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설립해 당시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관광 산업의 현대화 토대를 구축했다. 또 호남석유화학(現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등으로 국가 기간산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신 명예회장은 특히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관광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은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내 호텔 브랜드 최초 해외진출 등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1995년에는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린 공로로 해당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숙원사업이던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건설 역시 이 같은 뜻을 바탕으로 시작해 2017년 개장에 성공했다. 1987년 부지를 산 지 30년 만이다.

"세계 최고의 것이 있어야 외국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신 명예회장의 꿈이 실현된 순간이다. 

◆ 70년간 경영 이끌어… 말년은 순탄치 못해 

신 명예회장은 70년 간 경영에 힘을 쏟았으나 말년은 평탄치 못했다. 일본 롯데 경영을 맡은 신동주와 한국 롯데를 맡은 신동빈 사이에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3년 간 이어지면서 신 명예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됐다. 국내 계열사 이사직에서도 퇴임해 70년 만에 경영에서 손을 놓게 됐다.

총수일가 등의 횡령ㆍ배임 혐의 사건으로 기소돼 2018년 징역 3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고령인 점 등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한편 신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그가 18세였던 1940년 동향 출신인 노순화 여사(1951년 별세)와 결혼해 낳은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 그리고 1952년 일본에서 결혼한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사이에 낳은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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