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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이름, 열 마케팅 안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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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은 걸로’. 한 스타트업 기업이 내놓은 다이어트 제품명이다. 입에 잘 붙는 이름 하나로 매출 100억대 기업으로 거듭난 이 회사 사명은 ‘시치미 뚝’. 소비자들은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네이밍에 너도나도 지갑을 연다. 브랜드 성공은 이제 ‘네이밍’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된 브랜드도 간판을 고쳐달고 간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지는 이유. <머니S>가 전 산업군에 부는 리브랜딩 바람부터 성공까지, 이른바 돈 버는 ‘간판 경제학’을 조명해본다.<편집자주>

#. 여기 4세 아이들 186명이 있다. 하루는 이 아이들에게 그냥 ‘당근’ 이라면서 당근을 주었고, 다른 날에는 당근을 ‘X-레이 눈빛 당근’이라고 이름을 붙여 나눠 줬다.

#. 결과는? ‘X-레이 눈빛 당근’이라는 이름을 붙인 두 번째 당근을 아이들이 그냥 당근 보다 2배 더 많이 먹었다. 미국 학교영양협회 연구회의의 코넬대 브라이언 박사팀이 발표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다. 이게 바로 ‘네이밍’의 효과다.

위드미 간판/사진=뉴스1DB
뭘 사고 먹을 때 ‘간판’을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브랜드 이미지를 잘 살린 네이밍이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네이밍은 고객에겐 마음이 끌리는 요인으로, 업체로선 곧바로 돈과 직결되는 셈이다. 

◆네이밍, 소비자를 사로잡다

신세계푸드의 버거플랜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버거플랜트는 지난해 6월 ‘정용진 버거’라 불리며 야심차게 문을 열었지만 시장의 싸늘한 반응에 직면해야했다. 이도저도 아닌 콘셉트와 와닿지 않는 네이밍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 신세계푸드는 ‘가성비’ 콘셉트를 내세워 판매 포인트를 바꾸기로 했다.

노브랜드버거/사진=신세계푸드
여기서 가장 중요한 네이밍. 신세계 이마트가 가지고 있는 가성비 브랜드 ‘노브랜드’를 접목시켜 ‘노브랜드 버거’로, 두달 뒤 간판을 바꿔달았다. 오픈 첫날 방문객만 500여명. 노브랜드 네이밍과 ‘1900원짜리 가성비 버거’라는 이미지가 잘 맞아 떨어지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4달 만에 매장수는 6개로 늘었고 하루 평균 1000~1500개가량 버거가 팔려나갔다. 현재까지도 ‘A급’ 실적을 유지 하면서 여세를 몰아 가맹사업도 준비 중이다. 

편의점 업계 1위 CU도 대표적인 리브랜딩 성공사례다. 훼미리마트로 사세를 확장하던 BGF리테일은 지난 2012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결별하면서 브랜드명을 CU로 전격 교체했다. 당시 다소 낯선 이름이 점주들의 우려를 사며 소송으로 비화되기도 했지만 CU는 간판 교체비용, 행정비용까지 500억원을 투자하면서 고속성장의 기반을 닦아나갔다.

3개월도 안돼 전국 훼미리마트 간판을 CU로 바꿔달았다. 이후 독자적인 경영전략과 소비자 중심의 편의점이란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1년 도 안돼 브랜드 안착에 성공했다. 2012년 7900여개였던 점포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1만3820여곳으로 늘었다. 

CU 관계자는 “당시 사내에서도 20년 넘게 써온 브랜드를 갑자기 새 브랜드로 바꾸는 데에 위기감이 있었다”면서 “언제 ‘훼미리마트’를 썼는지 모르게 자리 잡는 데 1년이 채 안걸렸다. 소비자에겐 간단한 브랜드 네이밍이 부르기 쉽게 와 닿았고 점주들은 일본 브랜드를 버렸다는 데 많은 공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브랜드명을 교체하고 제2 도약에 성공했다. 적자만 쌓이던 ‘위드미’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이마트24’로 간판을 교체하는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했다. 위드미란 이름이 이마트가 운영하는 편의점이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네이밍 변경 전략이 통했을까. 지난해까지 누적손실 1665억원에 달하던 이마트24는 사명을 변경한 이래 적자폭을 매년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96억원. 전년대비 23%가량 개선됐고 올해는 절반 가량 축소된 2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리브랜딩 이후 점포수 순증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3분기 기준 이마트24 점포수는 4290개로 전년동기 3500개 대비 22% 증가했다. 

안희성 동방대학원대학교 성명학 교수는 “예전에는 어느 회사가 만들었는지, 즉 기업명이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인식됐지만 어느 순간 브랜드, 네이밍이 더 중요해 졌다”며 “상품의 본질을 그 이름에 반영해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랜드 가치 첫 단추… 실패 우려도

리브랜딩 전략은 이제 추세로 정착된 분위기다. 잘 지은 네이밍 하나로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한 경쟁 역시 확산되고 있다. 네이밍이 잘못되면 첫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위기감도 나날이 높아진다. 이는 유통업체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일반론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아파트 이름 짓기에 공들이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래미안’, GS건설 ‘자이’, 현대건설 ‘디에이치’에 이어 최근에는 호반건설이 ‘써밋’, 한화건설 ‘포레나’, 대림산업 ‘아크로’ 등 자체적으로 고급 브랜드 네이밍을 지어 차별화를 시켰다. 

잘 지은 단지명은 분양시장에서도 인기다. 최근에는 ‘디에이치 포레센트’, ‘래미안 라클래시’ 등 단어의 조합으로 더 고급화된 전략을 네이밍에 구사한다. 아파트 네이밍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입주민들의 요청으로 아파트 이름을 개명하는 사례도 속속 늘고 있다. 

다만 네이밍을 바꾸는 것만으로 모두 장밋빛 전망을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비경제적 선택이 향후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LG패션은 2014년 LF로 사명을 바꾸면서 패션업을 벗어난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했지만 이후 공격적으로 인수한 39개 계열사 중 13개가 적자를 보면서 실적 직격탄을 맞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헬스앤뷰티(H&B) '랄라블라'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리브랜딩을 위해 '왓슨스'에서 '랄라블라'로 브랜드를 변경했지만 되려 매장수가 감소했고 인지도도 낮아졌다는 평가다. MP3 플레이어로 친숙했던 아이리버 역시 플랫폼사업 확장 차 드림어스컴퍼니로 상호를 변경했지만 오히려 기존 아이리버 상호 시절 누렸던 후광효과마저 누리지 못하고 정체성을 잃고 있다.

안 교수는 “네이밍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일관성 있고 콘셉트와 디자인이 확실하며, 상호 간 신뢰를 만들 수 있는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한번의 변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와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수반될 때 그 가치가 유지되고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628호·제6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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