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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부당내부거래 꼬리 잡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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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00,000,000,000원. 0의 개수가 보여주듯, 6조원은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것도 중견 식품업체가 매출 6조원을 넘기긴 쉬운 일이 아니다. 경쟁 브랜드인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매출은 수년간 1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식품기업 매출도 비슷한 실정. ‘미원’을 비롯해 ‘청정원’, ‘종가집’ 브랜드로 유명한 대상과 즉석카레, 케찹 등 다수의 장수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오뚜기 매출도 2조원대로 SPC그룹 매출에 훨씬 못 미친다. 

#. ‘조’소리 나는 매출. 그 배경엔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PC계열사 중 허영인 회장 외 지배주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샤니와 호남샤니 등은 내부거래 비중이 80~99%에 육박하는 회사다. 그룹사의 풍족한 일감을 기반으로 계열사 배를 불려 온 셈. 이 때문에 SPC그룹에는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4월부터 SPC그룹의 내부거래에 대해 집중 조사에 들어갔다. 

/사진=머니S
SPC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벌여온 공정거래위원회가 1년 6개월여만에 조사를 마치고 SPC그룹에게 심사보고서(검찰의 기소장에 해당)를 발송했다. 

◆ 샤니, 호남샤니 등 내부거래 활발

공정위는 지난달 초 SPC그룹에 부당 내부거래 관련 혐의점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고 현재 SPC 측의 의견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SPC로부터 의견서가 도착하는 대로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 공시점검과 관계자는 “상세한 내용을 말할 순 없지만 부당 내부거래 혐의에 대한 부분을 명시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며 “아직 SPC측에서 의견서를 안낸 상황이라 전원회의 일정이 언제 잡히는 지는 미정이지만 올해 안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SPC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거나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빵 제조업체인 샤니가 꼽힌다. 샤니는 2018년 기준 매출액 2152억6000만원 중에서 2144억9906만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내부거래 비중이 99.64%에 달한다. 2017년에도 샤니는 99.65%의 내부거래 비중으로 2070억5585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샤니는 빵을 제조해 파리크라상, 호남샤니, 샌드팜, 비알코리아, SPC네티워크 등 계열사에 팔면서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샤니의 최대주주는 허영인 회장 및 특수관계자(지분율 69.86%)다. 

잼 제조업체인 호남샤니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호남샤니의 2018년 매출액 637억9366만원 중에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637억2668만원. 내부거래 비중이 99.99%다. 2017년 역시 635억286만원의 매출 중 634억9574만원을 내부 계열사 매출로 올렸다. 허영인 회장은 호남샤니 지분 42.41%를 들고 있다. 샤니(38.40%), 허 회장 부인 이미향씨(19.19%) 등도 주요 주주다. 

농업회사법인인 설목장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 중 하나다. 2016년~2018년까지 3년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86.21%에 달한다. 설목장은 SPC 총수일가가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지분율 92%)이다. 다시 말해 SPC그룹은 지주사인 파리크라상이 SPC삼립, 샤니, 설목장 등을 지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허 회장과 부인인 이미향씨, 두 아들 허진수씨, 허희수씨 등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 계열사 외 허 회장 일가가 간접적으로 100% 지분을 보유한 포장재 제조업체 SPC PACK(옛 성일화학)도 부당 내부거래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SPC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들어갔다면 이 같은 내부거래 비율에 대해 더 큰 제제를 받았을 것”이라며 “SPC그룹 매출이 5조원을 넘고 계열사가 26개에 달하는 데도 상장한 곳은 단 1곳 뿐인 데는 이유가 있다”고 귀띔했다. 

◆제재 여부와 수위… "클 수 있어"

실제 SPC그룹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이 같은 거래는 사익 편취행위 금지 규제대상이 아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오너일가 지분이 상장사 30%·비상장사 20%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한다.

SPC그룹은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부분도 일감 규제가 아닌 부당지원금지 규제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 제1항 제7호에 따르면 다른 회사를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견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 부당지원금지 규제에 걸릴 수 있다”며 “사업자가 부당하게 계열회사 등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이 되도록 자금이나 자산 등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고 전했다. 

SPC 관계자는 “오너 지분이 높은 계열사들에 대한 조사 보다는 내부거래율이 높은 계열사 간 거래에서 부당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공정위가 들여다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달 공정위 심사보고서를 받았고 현재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의견서를 제출한 뒤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심사보고서를 받은 SPC는 이달 안으로 공정위에 의견서를 제출해야한다. SPC가 의견서를 제출하고 나면 공정위는 검토 후 전원회의 일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업계는 빠르면 상반기 안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제재 수위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본다. 

한 법무법인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전원 합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전원회의에서는 어떤 부당한 이익이 오고갔고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증거 등을 바탕으로 최종 판단을 한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오너일가 사익편취 혐의에 강경한 만큼 SPC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가 생각보다 클 수 있지만, 반대로 부당 이득 부분 입증이 모호하면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7호(2019년 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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